2019년 6월호

박원순-문재인 제로페이는 ‘위험한 관치페이’

시장경제 무너뜨리고 내수 위축시킨다

  •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

    ljj@pi-touch.re.kr

    입력2019-05-28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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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원순 서울시장이 처음 도입해 문재인 정부가 확산시키려는 제로페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취지가 좋지만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해왔다. 그러나 “제로페이는 취지도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반자본주의를 조장하고 시장경제를 무너뜨리고 내수를 위축시킨다”는 것이다. 제로페이의 본질에 대해 접근해봤다.
    2018년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2018년 7월 25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홍종학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등이 참석했다. [김재명 동아일보 기자]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수단으로 최저임금을 크게 올렸다. 2018년에 시간당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나 올렸고, 2019년에도 10.9%나 인상했다. 최저임금이 2년 동안 급등하자 한계 상황에 직면한 소상공인들이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카드수수료를 제로화 하는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제로페이는 고객과 가맹점 간 계좌이체로 결제하는 시스템이다. 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하는 가맹점에 부과하는 수수료는 가맹점의 연 매출에 따라 다르다. 가맹점의 연 매출이 8억 원 이하일 경우에는 수수료가 없다. 8억 원 초과 12억 원 이하일 경우에는 0.3%의 수수료를 부과하며, 12억 원을 초과할 경우에는 0.5%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이용해 결제하는 소비자는 소득공제 혜택을 받는다. 공공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지하철 계단에도 제로페이

    그러나 제로페이에 대해 “좋은 의도로 도입된 정책이지만 실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3월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는 약 6만2000건에 약 13억6000만 원에 불과했다. 매월 2만 건, 4억5000만 원 정도만 결제된 셈이다. 그러자 정부는 제로페이 활성화에 발 벗고 나섰다. 

    우선 정부는 결제를 좀 더 손쉽게 할 수 있도록 결제 방식을 변경하고 있다. 기존에는 금융기관 앱 로그인, 제로페이 메뉴로 들어가기, 가맹점 QR코드 찍기, 결제금액 입력하기, 결제비밀번호 입력하기, 실시간 계좌이체로 진행됐다. 하지만 5월 2일부터 편의점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할 땐 가맹점 QR코드 대신 소비자 QR코드를 카운터에 제시하면 된다. 편의점 직원이 스캐너를 이용해 이 QR코드를 읽고 결제금액을 입력한다. 전보다 고객의 손이 덜 가게 된다. 

    가맹점을 대폭 늘리기 위해서도 열심이다. 정부는 5월부터 전국 4만3000여 편의점, 74개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보유통이 위탁운영 중인 25개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도 제로페이 결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앞으로 휴게소는 전국 195개로 확대하고 KTX 역사(367개)에도 6월 말까지 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근거리 무선통신 결제 방식도 개발해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택시, 버스 같은 대중교통에도 적용한다고 한다. 정부는 중장기적으로 온라인 제로페이 사업화도 추진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가맹점에만 국한시킨 제로페이 결제를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 시장까지 확장하는 방안이다. 



    공공시설을 이용한 홍보 활동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 지하철공사 건물, 철도공사 건물, 관공서 게시판 등에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선전한다. 심지어는 지하철 계단에도 제로페이를 홍보하는 문구를 새겨 넣고 있다.

    카드 결제를 공공재로 만들려는 의도

    그러나 정부의 주장대로, 제로페이의 사용이 확산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공공선에 기여할까? 정반대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제로페이는 시장경제 근간을 흔들기 위해 시도되는 것으로서, 애초의 명분도 좋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제로페이는 카드 결제 서비스를 공공재로 만들려는 의도가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카드수수료는 카드 결제 서비스에 대한 가격으로서, 물건에 붙는 가격과 같다. 카드회사는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카드 가맹점(예, 식당)은 그 대가로 카드수수료를 지급한다. 따라서 카드수수료를 제로화한다는 것은 물건 가격을 제로화하는 것과 같다. 

    물건 또는 서비스의 가격을 제로화한다는 것은 공공재로 만든다는 것이다. 대학교 학부생들이 배우는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이야기다. 공공재는 모든 경제주체가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국방, 치안, 소방, 공원, 도로 같은 재화나 서비스를 의미하는 것으로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이용할 수 있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들이 부담을 갖게 되자 대안으로 고안된 것이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이다. 이 논리가 타당하다면,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은행의 대출이자다. 많은 서민이 집을 장만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 이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부에서 대출이자를 제로화하는 상품을 도입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시중은행은 망할 것이다. 시중은행은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이 남는 사람을 연결해주기 위해 도입된 민간 영역이다. 공공부문이 서비스 가격을 제로화하는 건 금융시장을 침범하는 것이다. 시장경제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제로페이는 이와 같은 공공재적 성격으로 인해 ‘관치페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 소상공인 간편 결제 제로페이를 전담해 운영하는 민간 법인을 출범시켜 제로페이 사업 운영권을 모두 이 법인에 넘기려 하고 있다. 교통카드 도입 초기에 정부가 운용 기관으로 한국스마트카드를 출범시킨 것과 비슷하다.

    한 곳 무너지면 다른 곳도

    그러나 제로페이 사업 운영권을 민간 법인에 넘긴다고 해도 서비스 가격을 제로화해 시장가격을 교란시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물론 정부에서 통제하는 민간 법인을 만들어봤자 결국 실질적으로는 정부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형식만 민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더 중요한 문제는 한 시장의 가격 체계가 무너지면 다른 시장으로 파급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국 시장경제 근간이 무너지게 되는 문제점이 그대로 남는다.
     
    제로페이는 최근 경제 상황을 고려해볼 때에도 옳지 못하다. 왜냐하면 제로페이는 결제 수수료 제로를 앞세워 내수시장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신용카드 결제 서비스 시장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19년 1분기 실질GDP 성장률은 -0.3%이다. 경제가 2018년 4/4분기에 비해 성장하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008년 4/4분기에 -3.3%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렇게 마이너스 성장을 하게 된 원인으로 수출 감소가 한몫을 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19년 1/4분기 수출액은 1327억2900만 달러로 전년도 동기 대비 8.5%포인트 감소했다. 수출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수출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의 부진이다. 반도체는 2019년 1/4분기 기준으로 전체 수출의 17.5%를 차지한다. 반도체의 2019년 1/4분기 수출액은 231억9300만 달러로 전년도 동기 대비 21.4%나 줄었다.

    ‘내수 늘려주는 카드 소비’ 줄이겠다니

    수출 감소로 경제성장이 뒷걸음치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은 내수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특히 소비 증진이 필요한 상황이다. 소비 증진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국내최종소비지출(명목)은 2004년 약 876조 원에서 2017년 약 1730조4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신용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결제 시스템은 이러한 소비 촉진에 크게 기여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현금서비스를 제외한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2004년 약 225조9000억 원에서 2017년 약 642조3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직불카드에 일부 신용 기능을 포함한 체크카드의 경우도 2004년 약 2조6000억 원에서 2017년 약 170조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신용 기능이 없는 직불카드 이용금액은 2004년 약 700억 원에서 2017년 약 40억 원으로 감소했다. 

    신용카드 결제는 왜 소비를 촉진할까? 그것은 바로 신용카드 결제가 미래의 소비를 앞당길 수 있도록 하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600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직장인들은 매월 16일이면 월급을 거의 다 소진한다. 즉, 직장인 대부분은 돈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러한 돈 부족 문제를 신용카드가 해결해주고 있다. 설문 응답자의 72.1%는 월급을 다 쓴 후 신용카드를 사용해 버틴다고 한다.

    우리 현실 모르고 하는 소리

    이렇게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은 내수 증진에 큰 역할을 한다. 따라서 신용기능이 없는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신용카드 결제를 대체하겠다는 정책은 최근의 경제난 상황을 고려할 때 바람직하지 못하다. 

    일부 제로페이 옹호론자는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아닌 현금성 제로페이 결제 시스템으로도 내수 촉진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국제결제은행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신용카드 비중은 37.5%에 달한다. 23개 분석 대상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렇게 신용카드 비중이 높아진 이유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환경이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의 ‘화폐금융’ 부분에 나와 있듯이, 각 개인의 신용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을 때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지불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개인마다 주민등록번호가 있고 ICT기술이 발달해 있다. 이에 따라 국가와 금융기관이 개인의 신용정보를 잘 파악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선 신용카드 이용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 각 개인의 신용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운 환경이기 때문에 현금성 ‘알리페이’가 발전했다. 

    정부는 오프라인 시장뿐만 아니라 온라인 시장에까지 제로페이 결제를 확산시키려고 한다. 이런 정책은 민간 시장가격을 교란하고, 내수 촉진에 필요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을 잠식시킬 것이다. 정부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심도 있게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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