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설채현의 ‘반려견 마음 읽기’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

개에게 물리지 않는 법은 있다!

  • 설채현 수의사·동물행동전문가

    dvm.seol@gmail.com

    입력2019-06-04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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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개는 절대 물지 않을 거야”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는 ‘확실한’ 오해다.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 반려견 인구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우리는 개에게 물리지 않는 방법, 만약 물릴 경우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등을 숙지해두는 게 좋다. 또 반려견 보호자는 개물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 또 주의해야 한다.
    최근 부산에서 목줄을 안 한 대형견이 30대 남성의 주요 부위를 무는 사고가 발생했다. 피해자는 목숨을 잃지는 않았으나, 즉시 병원에 가서 봉합수술을 받아야 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 개물림 사고는 △2015년 1842건, △2016년 2111건, △2017년 2405건 등 증가 추세다.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나면 안 되겠지만, 만에 하나 개의 위협을 받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밝혀둘 것은 맹견과 맞닥뜨리면 다음 3가지를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째 눈 마주치기, 둘째 움직이기, 셋째 소리 지르기다. 눈 마주치기는 개에게 공격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맹견을 흥분하게 만든다. 등을 보이고 뛰어가는 것을 포함한 움직이기 또한 상황을 악화시킨다. 소리 지르기도 개를 흥분시켜 공격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맹견은 우리보다 빨리 달린다. 맹견 앞에서 도망가는 행동은 득이 되지 않는다. 맹견 앞에서 가만히 있다가 물리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론 맹견 중에는 가만히 있어도 무는 개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가만히 있는 게 소리 지르면서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다.

    소지품 이용해 개의 시선 빼앗기

    만약 저 세 가지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공격을 당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때는 재빨리 소지품을 던져 개의 주의를 분산하는 방법을 써볼 수 있다. 개는 움직이는 물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개가 던진 물건을 쫓아가거나 최소한 주의를 그쪽으로 돌리면 위협에서 빠져나갈 틈이 생긴다. 이때 갑자기 뛰지 말고 서서히 움직이며 거리를 벌려 그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 

    물론 긴급 상황에서 이런 행동을 이성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럼 최소한 이것 하나만이라도 기억하자. 아무 조치도 취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형 맹견이 나를 물러 달려온다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부위인 목과 얼굴 그리고 가슴과 배를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목뒤로 깍지를 끼고 양팔로 얼굴을 가린 채 몸을 웅크리는 자세가 좋다. 다리 엉덩이 팔을 이용해 생명과 직결된 부분을 지켜내는 것이다. 가방을 갖고 있으면 이것도 활용해 우리 몸을 최대한 가려야 한다. 동시에 할 수 있는 한 가장 큰 소리로 고함을 질러 주위의 도움을 청하는 게 좋다. 



    일단 개에게 물렸다면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할 일은 개 보호자의 연락처를 받는 것이다. 무섭고 아프고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이를 깜빡할 수 있다. 그러나 연락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추후 보상을 받을 수 없다. 잘잘못을 따지는 건 나중에 해도 된다. 최소한 연락처는 현장에서 확보하자. 

    이후에는 즉시 병원에 가는 게 좋다. 개물림 사고를 당했을 때 사람들이 보통 가장 걱정하는 건 광견병이다. 하지만 광견병은, 100% 안심할 건 아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두려워할 질병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4년 이후 광견병이 발생하지 않았다. 

    광견병 바이러스는 공기 중을 떠다니는 게 아니다. 개가 종숙주인 너구리에게 물려 너구리의 침이 피부를 뚫고 혈액으로 들어갔을 때만 광견병에 감염된다. 광견병 바이러스를 가진 너구리가 출몰할 위험이 있는 비무장지대 주변, 즉 경기북부 또는 강원도 지역이 아니면 광견병 개에 물릴 위험이 크지 않다. 

    그래도 나를 문 개가 침을 많이 흘리고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 것처럼 느껴진다면 광견병을 의심해야 한다. 광견병은 감염 후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으면 100% 사망에 이르는 무서운 질병이다. 광견병을 치료하려면 항혈청과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데, 경기북부와 강원도 지역을 제외한 병원에는 해당 약물이 없는 경우가 많다. 광견병이 의심되면 즉시 이들 지역 보건소 또는 대형병원에 문의한 뒤 해당 의료기관을 찾아야 한다.

    물지 않는 개는 없다

    개에게 물렸을 때 일반적으로 조심해야 하는 건 세균 감염과 파상풍이다. 개에 물린 뒤 피부에 구멍이 나는 등 큰 상처가 생겼다면 즉시 병원에 가자. 간혹 개에게 물린 뒤 동물병원을 찾는 환자가 있는데, 이때는 동물병원이 아닌 일반 병원에 가야 한다. 

    더불어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반려견 보호자는 평소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많은 보호자가 자신의 반려견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의 감정과 언어를 모르면서 ‘내 강아지는 내가 100% 알고 있다’고 여기는 건 어불성설이다. “우리 강아지는 그동안 줄 없이 다녀도 아무 문제가 없었으니 오늘도 괜찮을 거야.” “우리 강아지는 그동안 한 번도 물지 않았어. 앞으로도 사람을 물 리가 없어” 같은 믿음은 특히 위험하다. 그런 그릇된 자신감에서 여러 문제가 생긴다. 개물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뉴스에서 반복적으로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건, 여전히 많은 보호자가 이런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강아지를 정말 좋아한다. 강아지의 복지와 행복을 매우 중시한다. 그런데도 반려견에 목줄을 하지 않고 다니면서 “우리 강아지는 절대 물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런 행동은 음식점에서 부모가 세 살짜리 아이를 돌보지 않고 뛰어다니게 하면서 “우리 애는 절대 사고를 치지 않아요”라고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평소 매우 안정적인 개도 상황에 따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뀔 수 있다. 나는 최근 2주 동안 정말 바쁘게 지냈다. 일에 쫓겨 잠을 거의 못 잤다.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일한 끝에 마침내 어제 저녁, 해야 할 일을 다 마쳤고 오랜만에 단잠을 잤다. 상쾌한 기분으로 출근한 오늘 아침, 우리 병원 직원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원장님 오늘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근데 그거 아세요? 최근에 원장님이 엄청 예민하셔서 저희가 긴장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한 번도 본 적 없는 모습이라 사실 좀 놀라기도 했고요.” 

    내 안에는 나를 오랫동안 봐온 주위 사람들이 모르고, 심지어 나조차 잘 모르는 또 다른 내 모습이 있었던 셈이다. 우리 반려견도 마찬가지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극한상황에 몰리면, 마치 우리가 그러하듯, 그동안 하지 않던 행동을 할 수 있다. 바로 그때 사고가 난다. 그러니 반려견 보호자들은 “세상에 물지 않는 개는 없다”는 걸 마음에 새기고 늘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내 행동 하나가 반려견 보호자 전체를 힘들게 할 수 있음을 명심하자.


    설채현
    ● 1985년생
    ● 건국대 수의대 졸업
    ● 미국 UC데이비스, 미네소타대 동물행동치료 연수
    ● 미국 KPA(Karen Pryor Academy) 공인 트레이너
    ● 現 ‘그녀의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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