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호

안정일의 ‘착한’ 부동산 경매

갭투자로 돈 버는 법

“보증금 적은 월세 건물 공략”

  • 부동산 경매전문가 안정일

    입력2019-06-05 14: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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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가구주택 함부로 전세 들어선 안 돼

    • 대출 많은 경우 다수 세입자 대항력 상실

    • 연도별 소액 임차금 범위 안 보증금 설정해야

    • ‘무피 투자’도 이자 지출 많으면 말짱 꽝!

    [동아일보 박영대기자]

    [동아일보 박영대기자]

    직장인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얘기 중에 “월급쟁이가 돈 버는 방법은 부동산밖에 없다”는 말이 있다. 이들이 얘기하는 투자는 대부분이 ‘갭투자’다. 대출과 보증금을 잔뜩 끼고 집을 산 뒤 집값이 오르면 자동으로 돈을 벌게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갭투자도 갭투자 나름이다. 집주인과 임차인을 속이는 나쁜 중개업자를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갭투자에도 ‘나쁜 갭투자’가 있다. 

    경매 물건 하나를 사례로 들어보자. 경기도에 있는 다가구주택으로 총 12가구가 살고 있다. 다가구주택은 다세대주택과 달리 건물 전체가 단독 소유다. 이 다가구주택의 은행 대출금은 4억1000만 원, 임차인 11명의 보증금은 5억3000만 원 정도 된다. 대출금과 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총 9억4000만 원인 것이다. 하지만 이 물건은 지난 3월 5억4700만 원에 낙찰됐다. 

    문제는 예상 그대로 대출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보증금(가구당 평균 5000만 원) 전체가 낙찰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말소기준권리(근저당권 설정 기준)를 보면, 우선 2008년 4월 18일 은행이 3건에 걸쳐 4억1000만 원을 근저당 설정했다. 임차인 11명 모두 전입일자가 근저당 날짜보다 늦은 후순위 임차인이다. 즉 해당 물건이 경매로 넘어가도 세입자는 대항력이 전혀 없고 근저당권자인 은행에 순번에서 밀려 낙찰 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안타깝게도 이는 현실이 됐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 주변에서 보면 다가구주택(원룸건물, 상가주택 등) 전세를 구할 때, 부동산중개업자들로부터 제대로 된 ‘브리핑’을 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많다. 중개업자들이 일부러 말을 안 한다기보다 몰라서 못 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건물의 경우도 중개업자들은 임차인에게 “시세 매매가 7억~8억 원에 대출금 4억1000만 원, 보증금 5000만 원이니 이 정도면 안전하다”고 소개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액임차인 범위를 벗어나지 마라!

    하지만 중요한 사실 한 가지가 빠져 있다. 바로 임차인이 ‘나’ 말고 10명이나 더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나는 이미 해당 건물에 세 들어 살고 있는 10명과 비교해 전입신고 날짜도 가장 늦다. 자칫 건물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내가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의 순번이 맨 꼴찌란 얘기다. 따라서 낙찰 후 ‘나’는 보증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한다. 실제로 경매가 진행되자 11명의 임차인 중 고작 4명만이 낙찰가에서 신협 대출금을 빼고 남은 1억3700만 원을 나눠 가질 수 있었다. 나머지 7명에 대한 보증금 3억9300만 원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는 셈이다. 



    따라서 다가구주택에 세를 얻을 때는 반드시 기존 임차인을 확인해야 한다. 이 건물에 몇 명이 전세고, 몇 명이 월세로 사는지 등을 알아보는 것이다. 실제로 중개업법 시행령 22조 (중개대상물의 확인·설명) 5항을 보면 ‘임차인 현황’을 파악하게끔 돼 있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집주인이 정보 제공을 잘 안 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동네마다 ‘소문난 집’이 있다. 모든 세입자를 전세로만 들이는 집이다. 이런 집은 정말 위험하다. 일단 피하고 볼 일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로 들어가는 것이다. 보증금을 최대한 낮춰 ‘소액 임차인’ 범위에 들어가면 훨씬 안전하다. 임대차보호법 제8조(보증금 중 일정액의 보호)에 의하면, 임차인의 보증금이 어느 기준 이하 금액일 경우 순위와 상관없이 0순위(은행보다 먼저)로 배당받을 수 있다. 흔히 ‘소액 임차인 보호’라고 불리는 이 조항은 말 그대로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액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조항이다. 

    이 다가구주택 경우에도 임차인 보증금이 3000만 원 이하였다면, 순서와 상관없이 가장 먼저 배당을 받을 수 있었다. 은행의 근저당 설정 날짜가 2008년 4월 18일로 돼 있는데, 그 당시 ‘소액 임차금 표’를 살펴보면 보증금 3000만 원 이하인 임차인은 우선적으로 1200만 원을 배당받을 수 있다.

    소액 임차인 범위, 근저당권 설정일 기준으로 봐야

    다세대 및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경기 광주시의 한 주택가에 빌라 할인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일보 천호성 기자]

    다세대 및 다가구주택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는 경기 광주시의 한 주택가에 빌라 할인분양을 광고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동아일보 천호성 기자]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다가구 세입자들 중 소액 임차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보증금 3000만 원 이상을 주고 전세로 살고 있었다. 따라서 집주인이 의도적으로 ‘올 전세’를 놓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 건물의 주인은 임차인들의 전세금을 가로채 도망갔고 물건은 경매에 부쳐졌다. 

    이 사건 외에도 다가구주택이 경매로 나온 경우를 살펴보면, 임차인 모두가 전세로 들어가 있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집주인은 주변 전세 시세보다 약간 저렴하게 전세를 놓는다. 그래야만 임차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작정하고 사기를 친 집주인도 나쁘지만, 이런 하자 있는 물건을 추천하는 중개업자들도 나쁘다. 이런 집은 아예 소개조차 하지 말거나 소액 보증금으로 들어가도록 조언을 해주는 게 맞다. 

    또한 임차인 처지에서는 전세보다 월세가 더 안전할 수 있다는 걸 반드시 알아둬야 한다. 만약 월세 임차인이라면 경매 진행에 앞서 3가지 행동요령을 숙지해두자. 첫째, 경매 얘기가 나오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월세를 내지 않는다. 둘째, 반드시 소액 배당을 받는다. 셋째, 경매 낙찰자에게 이사비를 챙겨 받는다. 

    이 다가구주택의 경우 임차인들이 모두 소액 임차인 범위를 벗어나 전세로 살고 있었던 이유는 소액 임차인 보호에 대한 규정 자체를 몰라서였을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소액 임차인 기준을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다. 소액 임차금은 임차인이 전입하는 현재가 아니라 근저당 설정일을 기준으로 한다. 즉 과거에는 임차인 보호 보증금이 지금보다 더 적게 책정돼 있었음을 인지하고 보증금 규모를 낮췄어야 한다. 

    해당 다가구주택에 2017년 12월 11일 마지막으로 전입한 세입자의 경우 전세금으로 5000만 원을 지불했다. 현재(2018년 9월 18일 이후) 기준으로 보면 5000만 원까지 소액 임차인으로 인정되지만 해당 물건의 근저당설정 날짜는 2008년이므로 10년 전 기준표에 따라 3000만 원 미만으로 보증금을 설정했어야 한다. 이는 부동산 중개업자도 곧 잘 잊어버리는 부분이다.

    이자 많이 나가는 갭투자는 ‘바보짓’

    서울 중구 소재 한 시중은행 본점 영업부 대출 창구 모습.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대출이 힘들어졌다. [동아일보 최혁중기자]

    서울 중구 소재 한 시중은행 본점 영업부 대출 창구 모습.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대출이 힘들어졌다. [동아일보 최혁중기자]

    임차인을 보호하자고 만들어놓은 소액 임차인 조항을 사실은 투자자들이 더 많이 활용하고 있다. 경매 물건을 보다 보면 조건이 비슷한 것들이 종종 눈에 띈다. 법원경매정보 온라인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사건번호로 읊어보자면 17-3088, 17-5268, 17-4999, 17-6094, 18-1416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갭투자’다. 매매가 1억 원에 대출 7000만 원, 임차인보증금(전세) 2500만~2700만 원인 물건들이다. 

    갭투자 중에서도 이런 경우를 ‘무피 투자’라고 한다. 한마디로 투자금이 ‘제로’란 뜻이다. 이런 물건은 설령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임차인은 피해를 거의 보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17-5268 사건을 살펴보자. 이 물건은 소액 임차금 표로 보면 과밀억제권에 해당하며 낙찰가는 8900만 원이고 근저당 1순위는 은행이다. 근저당 설정액은 1억 원. 2순위는 임차인으로 2700만 원을 먼저 배당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손해는 은행이 보게 된다. 낙찰금 8900만 원 중에서 임차인 2700만 원을 배당하고 남은 6200만 원만 가져갈 수 있으니 말이다. 

    투자자들도 이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일대에서 1억 원 안팎의 집(주로 빌라라고 부르는 다세대주택)을 사서 임대 수익을 얻고자 할 경우, 대출을 최대한 (집값의 70%~80%) 받되 임대 보증금은 3000만 원 이하로 들이는 게 좋다는 얘기다. 임차인은 경매가 진행되더라도 보증금 피해가 없어 마음 놓을 수 있고, 투자자는 투자금 ‘제로’ 상태에서 임대 사업을 할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꼴이다. 

    그런데 이 물건은 왜 경매로 나왔을까. 이 역시 완벽한 투자는 아니라는 얘기다. 바로 이자 부담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 정부는 부동산 투기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다주택자 대출을 최대한 억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해 시행된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들은 대출 자체가 힘들거나 불가능해졌다. 

    예를 들어 은행에 9000만 원을 대출받았다고 치자. 연 3.5% 이자율로 계산하면 매달 내야 하는 이자는 26만 원이다. 무피가 무피가 아닌 것이다. 이런 식으로 4채를 매입했다 치면 매월 이자로 100만 원이 넘는 돈이 나가는 셈이다. 갭투자 후 전세를 줬기 때문에 들어오는 월세도 없다. 이건 정말로 바보 같은 짓이다. 집값이 올라도 남는 게 없다. 아니 집값이 오르기 전에 이자에 치여 집주인이 먼저 ‘기권’을 외치게 된다. 결국 해당 물건은 경매로 넘어간다.

    보증금 적게 설정해 월세 받는 게 유리

    투자는 실전이다. 연습이 있을 수 없다. 실패하는 순간 곧장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기에 투자에 앞서 철저한 공부와 준비가 필요하다. 5년 전 인천에서는 부부 공동명의로 부동산 15채를 소유한 한 부부가 과도한 빚 때문에 결국 일가족 자살을 선택한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그렇다면 임차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돈도 버는 갭투자는 없을까. 공부하고 발품 팔면 답은 멀리 있지 않다. 2003년 필자가 매입한 서울 소재 다세대주택 하나를 예로 들겠다. 1억 원을 대출받고 내 돈 3500만 원을 보태 1억3500만 원에 매입한 집인데, 이후 몇 년간 임차인에게 보증금 3500만 원에 월세 55만 원을 받았다. 서울의 경우 보증금 3400만 원까지가 소액 임차인에 해당한다. 대출금 1억 원에 대한 월 이자가 30만 원 정도이니 순수익금은 매달 25만 원 정도 됐다. 실투자금 없이 1년에 300만 원씩 번 셈이다. 

    이처럼 갭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이자 부담을 없애는 것이다. 그래야 진짜 남는 장사를 할 수 있다. 이 빌라는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그사이 대출금을 다 갚아 지난해부터는 보증금 1억4000만 원에 전세를 주고 있다. 나의 직업은 전문 부동산 투자자이고 여전히 다주택자다. 하지만 대출은 없다. 정부에서 하지 말라고 하니 하지 않는다. 부동산 전문가들끼리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정부에 맞서지 말라”다. 많은 직장인이 꿈꾸는 ‘부동산으로 돈 버는 방법’의 시작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데 있다.


    안정일 | IT 업계에서 10년간 일하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매에 뛰어들었다. 15년에 걸친 경매 경험을 바탕으로 온라인 카페 ‘홈336’과 함께 경매 교육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경매의 기본인 권리 분석부터 좋은 물건 고르는 법, 법원 입찰 과정 등에 대한 정보를 섭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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