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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市場, 북한을 바꾸다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경제학의 窓’으로 본 북한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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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배부를 때 5·24조치

▼ 경제학의 관점이란 어떤 것인가요.
“경제학자는 사람은 안 바뀐다고 봅니다. 사람은 손해-이익을 계산해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김정은 같은 독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권력 유지겠지요. 독재자가 어느 날 갑자기 ‘오늘부터 인민을 위해 헌신하겠다’고 태도를 바꾸는 경우는 없어요. 햇볕정책을 통해 김정일을 바꿔보겠다? 대북정책을 통해 김정은을 바꿔보겠다? 경제학 교과서엔 없는 얘기입니다. 그런 식의 접근은 맞지 않습니다.”
▼ 경제구조가 인간의 행동을 규정한다?  
“경제학은 경제구조가 다른 사회구조의 밑바탕에 있다고 봅니다. 바로 그 밑바탕에서 권력이 나옵니다. 북한의 현 경제구조에서 권력을 유지시켜 주는 원천이 뭐겠습니까. 외화입니다. 외화를 확보하면 경제적 생존도 가능하고 성과도 과시할 수 있겠지요. 외화 획득은 북한 독재자가 권력을 유지하는 핵심 수단입니다.”
▼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가 봉쇄, 제재를 통해 외화 획득을 막으려 했지만….
“중국이 존재하는 한 제재의 효과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5·24조치(2010년 천안함 폭침에 대응해 개성공단을 제외한 남북 교류를 중단한 방침)가 북한의 변화된 경제를 고려하지 않은 대표적 사례예요. 북한이 북·중 무역을 통해 로또 같은 외화를 벌던 때였거든요.  
북한과 교역하는 180개 중국 기업을 조사해봤습니다. 북·중 무역에는 킥백(kickback·리베이트, 뇌물)이 오고 갑니다. 킥백으로만 북한에 들어간 외화가 많을 때는 연 4000억 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예를 들면 북한이 중국 기업에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무연탄을 팝니다. 중국 기업은 시세와의 차액 중 일부를 킥백으로 북한 측에 줍니다.
킥백은 보통 매출의 7%입니다. 북중 무역 규모가 6조 원이라고 하면 킥백이 4000억 원에 달합니다. 중국 경기가 좋고 무연탄 가격도 폭등해, 북한 권력집단이 등 따뜻하고 배부를 때 5·24조치를 취한 겁니다. 중국, 러시아에 파견한 근로자가 획득하는 외화도 쏠쏠했고요. 한국에서 들어오는 외화는 북한에서 보면 오히려 작은 부분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한창 잘될 때 북한에 지급되는 돈이 한 해 500억 원 정도였으니까요. 봉쇄와 압박이 북한에 큰 충격을 주기는 어려웠습니다.”



北 1인당 GDP 750달러

▼ 최근에는 중국 경기가 과거만 못하고 지하자원 가격도 떨어졌습니다.
“북한의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돈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모르는 것도 문제입니다. 김정은은 모던(modern)한 나라가 되려면 건물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초고층 아파트도 짓고, 거리에 잔디도 깔고요. 초고층 아파트는 북한 경제의 업적이 아니라 북한이 앓고 있는 병의 징후입니다. 소득 불평등을 보여주는 상징이기도 해요. 돈이 갈 곳이 없어 건설로 몰렸습니다. 신흥 자본가가 권력기관과 결탁해 아파트를 짓고 그 기관에 일부를 상납하고 나머지는 분양하는 독특한 형태예요.”
▼ 오피니언 리더 중에도 20년 전 식량난 시기를 고려해 남북관계를 들여다보는 이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당시의 북한 경제와 현재는 아주 달라요. 북한을 폐쇄경제라고 여기면 변화된 모습을 못 보는 것입니다. 아주 잘못 보는 거예요. 북한 경제의 무역 의존도가 50%에 달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한 수치죠.”
경제학자들은 ‘거울통계’(북한이 교역하는 상대국의 통계)를 이용해 북한의 무역 규모를 측정한다.  
“제가 추정한 북한의 1인당 GDP는 750달러입니다. 1인당 GDP에 북한 인구를 곱하면 북한의 GDP는 19조 원입니다. ‘광주광역시 절반’ 규모의 아주 작은 경제예요. 교역 상대국의 통계로 보면, 2014년 남북 교역을 합한 무역 규모는 10조 원가량입니다. GDP가 워낙 낮은 데다 내수시장도 작아 무역의존도가 높은 거죠.
무역의존도가 50% 넘는 개방경제의 북한을 다루려면 생각을 달리해야 할 게 많습니다. ‘북한에 현금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주장을 살펴봅시다. 폐쇄경제일 때는 이 주장이 옳을 수 있죠. 핵개발 같은 곳에 쓰일 테니 현물을 주라는 것인데, 개방경제 아래선 현물을 팔아 현금으로 바꾸면 그만입니다. 현물을 받은 만큼 그 현물을 수입하지 않으면 되니 그만큼 외화를 확보하는 셈이고요. (이유식, 라면 같은) 현물을 지원하는 것은 괜찮고 현금은 안 된다는 건 북한이 폐쇄경제일 때에만 통하는 얘깁니다.”
▼ 봉쇄, 압박을 강조하는 정치학자들은 현금 원조가 독재집단에만 이득을 준다고 봅니다.
“개방경제를 잘 몰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북한에 시장이 워낙 많이 펼쳐졌습니다. 시장 교환 덕분에 굶주리는 주민도 현저히 줄었고요. 시장, 무역이 들어간 북한과 그렇지 않은 북한은 구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차이예요. 청동기 시대에 구석기 시대에나 맞는 대북정책은 안됩니다. 대북정책은 종합예술이어야 합니다. 정치, 국제관계를 아는 사람들과 경제를 아는 사람들이 팀을 이뤄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경제학자들은 이미 짜인 대북정책의 설거지 당번 노릇을 하기 일쑤였습니다. 시기에 맞지 않는 잘못된 대북정책 때문에 우리가 치른 경제적 비용이 상당합니다. 거듭 강조하지만 북한 경제구조를 이해하고 대북정책을 세워야 해요.”   김 교수는 “한국 경제가 ‘북한 붕괴→흡수통일’을 버텨낼 체력을 갖지 못했다”고 우려했다. ‘재정 충격’ ‘환율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로또 같은 외화 벌어 기고만장 돈 갈 데 없어 ‘건설’로 몰려

북·중무역은 북한 경제에 숨통을 틔웠다. 시장의 힘은 무섭다. R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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