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인터뷰] 오신환 “‘호남 자민련’ ‘도로 국민의당’은 역사 반동(反動)”

‘취임 한 달’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입력2019-06-18 15: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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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공전, 국민도 나도 한계 다다랐다

    • 우리가 등 돌리면 한국당 고립, 끌려갈 수밖에

    • ‘중매쟁이’ 자처…내가 뭐 하고 있는가 싶기도 하고

    • 김관영, 선거법 욕심에 ‘공수처법’ 팔아먹은 것

    • “나는 손학규 신하가 아니다. 종속관계도 아니다”

    • 바른미래당은 즉각 ‘레짐 체인지’해 새 간판 달아야

    [박해윤 기자]

    [박해윤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보기 드문 연극배우 출신 국회의원이다. 배우 송강호 등과 극단 연우무대에서 활동했고, 장동건·이선균 씨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동기사이다. 그래서일까. 그는 요즘 ‘1인 다역’을 소화한다. 

    오 원내대표는 취임 후 한 달 동안 ‘중매쟁이’ 역을 자처했다. 국회 정상화를 위해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사이를 하루에도 네댓 번 오갔다. 여야 4당이 4월 30일 공직선거법개정안(선거법)과 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법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하면서 촉발된 국회 공전을 끝내기 위해서다.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놓고 양당이 첨예하게 맞섰던 ‘합의처리’ 문구 문제는 그의 중재로 어느 정도 조정되는가 싶더니, 최근 ‘경제실정 청문회’ 개최가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발목을 잡았다. 한국당을 뺀 채 국회를 문은 열었지만 그는 “우선 국회 문을 열어두고 한국당을 설득하겠다”고 말한다. 

    ‘중매쟁이’는 당으로 돌아오면 ‘전사’가 된다. 정체된 당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면 ‘앙시앙 레짐(구체제)’을 무너뜨리고 당을 혁신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손학규 대표 퇴진’을 내걸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만큼, 그와의 건곤일척(乾坤一擲)도 다가온다. 강한 햇볕이 내리쬐던 6월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나도 한계에 왔다”

    - 원내대표 취임 한 달이 됐다. 

    “실감이 안 난다. 당의 여러 상황이 패스트트랙 지정과 맞물려 마음의 상처와 오해를 받았고, 그래서 원내대표가 됐다. 잘해봐야겠다는 의욕이 있었는데 국회 파행으로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 

    - 취임 직후 ‘3자 호프 회담’을 했다. ‘중매’ 노력을 많이 했는데. 




    “호프(Hof·생맥주)가 발음상 ‘희망(hope)’을 뜻하니 중의적인 표현으로 ‘호프 회동’을 제안했다. 갈등을 치유하고 희망을 주자는 의미였고, 그때는 분위기가 좋았다. 물론 얼마나 소통이 안 되면 원내대표끼리 날을 정해 만날까 하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결과가 좋으면 모르는데 대표 취임 후 내내 국회가 공전돼 송구스러운 마음이다.” 

    - 의원세비 반납을 요구하는 국민도 있다. 

    “그렇다. 국회는 다양한 갈등이 상존하고, 정치력을 발휘해 조정하고 중재하는 곳이다. 요즘 보면 갈등은 해결하지 않고, 안 풀리면 법원과 검찰에 공을 떠넘긴다. 국민도, 나도 한계에 왔다. 개인적으로는 패스트트랙에 반대하지만 (국회 공전이) 너무 장기화해서는 안 된다. 나 대표는 우리의 제안을 지렛대 삼아 당내 강성들을 설득하고 돌파해야 한다. 우리마저 돌아선다면 한국당은 고립되고, 말 그대로 질질 끌려갈 수밖에 없다.” 

    인터뷰 이후인 6월 17일 한국당을 뺀 여야 의원 97명은 임시국회 소집요구안을 냈고, 문희상 국회의장은 20일 임시국회를 소집한다고 공고했다.

    패스트트랙과 김관영

    - 국회 파행은 바른미래당의 패스트트랙 협상안 추인이 단초가 됐다. 

    “패스트트랙 이슈로 20대 마지막 국회가 이렇게 파행을 거듭할지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당시 김관영 원내대표가) 그렇게 밀어붙이는 식으로 했어야 했나 하는 아쉬움도 있다. 나는 19대, 20대 국회 4년여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있으면서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 간사와 검·경개혁소위원회 위원장을 지내 누구보다 제대로 된 공수처를 만들 의지가 있었다. 이 문제는 사개특위 마지막 날까지 논의한 뒤 패스트트랙에 올릴 수도 있었는데, (김 전 원내대표가) 선거법 개정안과 ‘딜’을 하면서 공수처법을 맞바꾼 거다. 공수처법은 지금 기형적인 상태로 패스트트랙에 올랐다. 선거법도 선거 ‘룰’의 문제다. 지금까지 밀어붙여서 통과시킨 적이 한 번도 없다. 제도가 한번 만들어지면 없애기 어렵다.” 

    바른미래당은 4월 23일 의원총회에서 패스트트랙 4당 최종합의안 추인 여부를 표결 끝에 12대 11로 통과시켰다. 동시에 당시 김 원내대표는 패스트트랙에 반대하는 사개특위 소속 오 의원과 권은희 의원을 사보임(위원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사개특위는 위원 18명(민주당 8명, 한국당 7명, 바른미래당 2명, 민주평화당 1명) 가운데 11명이 찬성해야 패스트트랙 지정 요건을 충족하는데, 두 의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지정되지 않는 구조였다. 공수처법이 무산될 경우 선거법 등 함께 처리하기로 한 법안도 표류할 가능성이 컸다. 

    - 결국은 사개특위 위원에서 강제 사보임당했는데. 

    “엄청 화가 났고 김 전 원내대표에게 실망했다. 그는 당시 결론을 정해놓고 의도적으로 밀어붙였다. 나는 공수처는 수사와 기소가 분리돼야 한다는 게 소신이었다. 그래서 ‘당내 재적 3분의 2 이상 의원이 (여야 합의안에) 찬성하면 내 소신을 접겠다’고 말했고, 동시에 김 원내대표는 ‘사보임은 안 하겠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었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간다”

    - 당내 반발에도 왜 그렇게 밀어붙였을까. 

    “선거법을 개정하려는 욕심에 공수처법 등 사개특위 법안을 팔아먹은 거다. 선거법이 뭐기에 국민 생활에 밀접한 문제를 이런 식으로 처리하나.” 

    - 선거법이 중요했다고 판단한 거 아닌가. 

    “김 원내대표 본인에겐 유리할 수 있다. 패스트트랙에 오른 선거법에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함께 석패율제도 있고…. 당시 그는 ‘다당제 협치를 위한 소명’이라고 했지만 내가 볼 때는 다른 길도 있는데 왜 그럴까 싶다.” 

    석패율제는 낙선자 중 석패율(당선자 대비 득표율)이 높은 일부를 구제해주자는 취지로, 정당별 열세 지역 출신 후보들의 국회 입성 기회가 많아진다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역 기반이 강한 유력 정치인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도 상존한다. 

    - 내년 총선은 어떻게 보나.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다. 전대미문의 탄핵 사태를 겪었고, 야권은 분열되고, 문재인 정부 심판론이 제대로 먹힐까 걱정이다. 다만 우리 국민은 늘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욕구가 있다고 본다. 젊고 능동적이면서 기존 정치권과 다른 모습의 정당을 만들어내야 한다.” 

    - 민주평화당에선 바른미래당 진보 성향 인사와 무소속 의원을 한데 모은 호남 지지 기반 신당 얘기가 흘러나온다. 


    “우리는 독자적으로 자강, 혁신을 해서 내년 총선을 돌파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한국당과 민평당은 배제하고 가야 한다.” 

    - 박주선·김동철 의원 등은 세력 연대·확장을 주장하는데. 

    “당내 호남 지역 의원들은 민주평화당과 통합해 호남에서 민주당과 1대 1 구도, 즉 ‘호남 자민련’을 만든다는 건데…. 이는 그들의 생각일 뿐이다. 지난 4·3 재보궐선거 때에도 호남(전북 전주)에서 유일하게 기초의원 보궐선거가 있었는데, 민주당과 1대 1 구도에서 민평당 후보가 이겼다. 호남에선 민주당과 1대 1 구도라면 해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그런 걸 염두에 두고 내부 권력투쟁으로 당의 방향을 몰아가려는 의도가 있었던 거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 그래서 선거법을 패스트트랙에 태웠지만 과했다. 국회도 막히게 하고.”

    손학규와의 ‘건곤일척’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근 5kg 가량 체중이 줄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근 5kg 가량 체중이 줄었다”고 말했다. [박해윤 기자]

    - 바른미래당은 지난해 2월 합당 과정에서 산통(産痛)’을 겼었다. 그런데도 바뀐 게 없다는 평이 있다. 

    “나는 당시 통합의 중심에 섰다. 안철수와 유승민이 같이 가는 게 국민의 요구에 맞고,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국민의당 호남지역 인사들의 반대가 많았고, 합당 후 안철수 대표가 뒤로 물러났다. 대신 통합을 반대하거나 방관한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그런 효과들이 반감됐다. 그런데 다시 민평당과 합쳐서 ‘도로 국민의당’ 하려니 싸우기 시작한 거다. 이는 통합과 창당 정신을 훼손하고 역사가 거꾸로 가는 격이다.” 

    - 손 대표 등 지도부가 교체됐는데도 당 지지율은 5%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손 대표가 9개월간 대표를 하면서 리더십은 이미 소멸됐다고 본다. 내가 볼 때는 여전히 구시대적 리더십이다. 새로운 비전이나 가치를 보여주지 못하니 지지율은 5%대에 머물고,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있을까 하는 절박한 위기감을 느낀다. 정치는 책임이다. 지난 4·3 재보궐선거에서 경남 창원성산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 당은 민중당 후보보다 득표율이 낮았다. 심판을 받았으면 모든 걸 내려놓고 쇄신을 해야지, 그걸 대표가 잘 못 받아들인다.” 

    -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이 정병국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혁신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는데. 

    “혁신위가 문제가 아니다. 즉각 ‘레짐 체인지’를 해서 새롭게 간판을 달고 출발해야 하는 절박감이 있다. 다만 당헌·당규상 억지로 (손 대표를) 끌어내릴 수 없지 않나. 그래서 안철수계 의원들이 당의 정상화를 위해 제안한 건데 손 대표가 정 의원을 신뢰하지 못하니….” 

    - 그래서 손 대표는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을 위원장 후보로 내세우는 거 같다(바른미래당은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대환 혁신위’ 출범에 합의했다). 

    “내부적으론 그런 얘기를 전달하고 있는데, ‘들러리 혁신위’ ‘꼼수 혁신위’가 돼 손 대표 체제를 인정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편한 마음이 있다. 아직 결론이 안 나고 있다.” 

    - 하태경 의원 등 유승민계 최고위원들이 면전에서 손 대표 사퇴를 요구했다. 하 최고위원은 ‘나이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맹비난했다가 사과했는데.
     
    “요즘은 좀 소강상태다(웃음).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내가 사무총장하면서 지켜봤는데, 손 대표는 열정도 있고 당 운영도 강압적이지 않아 존경했다. 그런데 늘 자신이 중심에서 주목받아야 하는 ‘올드 정치 스타일’이 배어 있는 거 같다. 손 대표가 임명권자이기도 하지만 나는 신하도 아니고 종속관계도 아니다. 원칙과 기준대로 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보나. 

    “남북관계의 ‘대결 프레임’을 전환한 데는 공이 있다. 그러나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평화체제 구축이 목적이라면 결국 북·미가 해결할 문제인데, 북한 입장에서 대변자 노릇을 하니 미국이 의심할 수밖에. 중재자의 균형추가 깨진 거다. 어느 한쪽을 편드는 순간 신뢰는 깨진다. 그러니 미국이나 북한 모두 ‘다이렉트’로 한다. 너무 조급하면 큰 실수를 할 수 있다. 한일관계는 일제강점기 이후 역사적으로 최악이고,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도 좋아질 거 같지 않다. 경제도 그렇다. 소득주도성장이든 혁신성장이든 포용성장이든 모두 성장하자는 건데, 성장을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생각해 소득을 올리면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망상으로 가면 현실에서 못 받아들인다. 이제 이명박·박근혜 정부 탓을 할 수도 없으니 경제에서도 조바심을 낸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최근 5kg 가량 체중이 줄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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