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화웨이는 LG유플러스에 ‘돈’인가 ‘독’인가

G2 사이에 낀 ‘통신 3위’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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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19-06-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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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LGU+ “호환성·가격·성능 고려 화웨이 장비 선택”

    • 美 압박에도 화웨이 장비 철수 어려워

    • 화웨이 장비서 백도어 검출되면 최악

    • LGU+ “코어 장비는 삼성 제품, 보안 문제 전혀 없다”

    미·중 무역전쟁은 한편으로 ‘사이버전’이다. 그 한복판에는 중국 IT(정보기술)업계의 기수 화웨이가 있다. 5월 16일(현지시각) 미국 상무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화웨이와 68개 계열사를 거래제한 대상기업 목록에 올렸다. 미국은 화웨이 5G(세대) 장비에 백도어(Back Door·접근 권한이 없는 사람이 인증 없이 전산망에 침투할 수 있는 장치)가 있다고 의심해왔다. 이를 활용해 화웨이가 전 세계 통신 이용자의 정보를 무차별 수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궈핑(郭平) 화웨이 순환회장은 2월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9’ 기조연설에서 “우리 장비에 백도어는 지금까지도 없었고, 앞으로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응수했다.

    이상철 전 부회장의 ‘화웨이 행’ 입길

    백도어가 반(反)화웨이 전선 결집의 명분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국내 이동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웨이가 백도어를 심을 수 있다면 삼성, 에릭슨, 노키아는 못 심나? (백도어 이슈는) G2(미·중) 중 ‘누구 편들래’ 묻는 것”이라면서 “하지만 독일·프랑스처럼 독자노선 걷는 국가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발(發) ‘화웨이 사태’는 국내 이동통신업계에도 파편을 튀겼다.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는 6월 5일 서울 역삼동에서 열린 ‘클라우드의 미래’ 콘퍼런스에서 “5G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면서 “단기적인 비용 절감에 솔깃할 수 있지만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를 선택하면 장기적인 리스크와 비용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화웨이 무선망의 고객은 국내에서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 유선망의 경우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공히 화웨이와 거래한다. 이에 가장 곤혹스러운 처지인 업체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 북부 지역 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이용해 5G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와 본격적으로 거래를 튼 건 2013년이다. 같은 해 LG유플러스는 광대역 LTE(롱텀에볼루션) 기지국 장비공급업체로 화웨이를 선정했다. 이상철 당시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주도적 역할을 했는데, 이 전 부회장이 2017년 화웨이 총괄 고문(chief advisor)으로 자리를 옮겨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5G 파트너로 또 한 번 화웨이를 택한 이유는 호환성에 있다. 지금은 5G 상용화 초기 국면이다. 이에 기존 LTE 장비와 5G 장비를 연계하는 NSA(Non Stand Alone) 방식이 쓰이고 있다. 무선구간은 5G, 유선구간은 기존 LTE망을 사용하는 식이다. 비유하자면, 아직 혼자 서지 못하는 아기가 우선 부모에게 안겨 가는 셈이다. 

    호환이 필요 없는 SA(Standalone) 방식은 NSA보다 진화한 버전이다. 업계에서는 5G 기지국과 인프라가 더 갖춰지면 SA로 이행할 거라 보고 있다. 아기가 조금씩 걸음마를 배워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주에서 걸어다닐 수 있을까”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018년 11월 8일 서울 노량진 5G 통신기지국 설치 현장을 찾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이 2018년 11월 8일 서울 노량진 5G 통신기지국 설치 현장을 찾아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만약 현 상황에서 LG유플러스가 화웨이로부터 자유로워지려면 LTE 장비와 5G 장비를 모두 바꿔야 한다. 아기와 부모를 공히 바꾸는 꼴이다.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 대책이다. 당연히 막대한 자금이 든다. 그렇다고 SA 방식이 보편화될 때까지, 즉 아기가 클 때까지 손놓고 있을 수도 없는 일. 

    LG유플러스 관계자는 “만약 ‘우주에서 걸어다닐 수도 있지 않을까’ 물으면 ‘못 한다’고까지 이야기하진 못할 거다. ‘지금은 어렵지만 언젠가 되겠죠’라고 답할 것”이라면서 “지금의 현실상으로는 5G 서비스는 LTE와 5G의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기존(LTE) 장비와의 호환성이 깨지면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비즈니스 전략만 놓고 볼 때 LG유플러스가 화웨이를 택한 건 합리적이다. 화웨이 장비는 경쟁사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의 장비 가격은 경쟁사 대비 약 7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화웨이의 LTE 장비를 썼던 터라 이와 연동되는 같은 업체 장비를 쓰면 5G 망 구축비를 아낄 수 있다. 5G 상용화를 앞두고 SK텔레콤, KT에 도전장을 내민 업계 3위 LG유플러스에 비용 절감은 큰 메리트였다. 화웨이를 택한 것이 LG유플러스에는 그 자체로 ‘돈’이 됐다는 뜻이다. 

    그뿐만 아니라 화웨이의 5G 기술력은 최정상급 수준이다. KDB산업은행 미래전락연구소는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는 5G 표준 특허 최대 보유 기업”이라며 “5G 핵심기술 중 하나로 평가받는 ‘폴라코드’ 기술의 특허도 전체의 49.5%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전통의 강자 에릭슨의 같은 특허건수는 화웨이의 절반 남짓에 불과하다. 

    화웨이가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1% 점유율로 수위에 오르게 된 동력은 여기에 있다(IHS마킷 조사 기준). 최남곤 연구원은 “5G가 도입되는 현 시점에서 화웨이의 점유율과 기술 수준이 경쟁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음을 감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재 LG유플러스를 둘러싼 리스크는 ‘비즈니스’ 바깥에 있다. ‘가성비’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과 KT가 화웨이 장비를 택하지 않은 것은 보안 때문이다. 만에 하나 화웨이 장비에서 백도어가 발견되면 파장은 일파만파 커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돈’을 고려한 LG유플러스의 선택이 ‘독’으로 되돌아올 공산이 크다. 

    화웨이는 CC(정보보호제품 국제공통평가 기준) 인증으로 국면을 돌파하겠다는 심산이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용산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보안 문제 대책이 있느냐는 질문에 “화웨이가 스페인의 국제CC 기관에 보안인증을 신청했다”고 답한 바 있다.

    ‘CC 인증과 백도어’ 갑론을박

    그러나 CC인증을 두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옥연 국민대 정보보안암호수학과 교수는 6월 13일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주최 ‘2019 국방보안 콘퍼런스’에서 “4G, 5G 모두 핵심망 장비의 백도어 문제는 제조사 외에는 확인할 수 없다”면서 “보안기능 시험 성격이 강한 CC 인증으로는 백도어 검출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즉 CC 인증은 장비의 보안기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을 뿐, 제조사가 몰래 숨겨놓은 백도어를 찾는 절차는 아니라는 것. 

    LG유플러스 관계자는 “5G 장비 중에는 코어 장비와 기지국 장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보안 우려는 코어 장비에서 발생한다. 유럽에서는 코어 장비에서 화웨이 제품을 많이 쓰지만 저희를 포함해 국내업계는 다 삼성 제품을 쓴다. 따라서 보안 문제와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기지국 장비는 네 개 벤더 제품을 나눠 쓰는데, 그중 하나가 화웨이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고재석 기자

    고재석 기자

    1986년 제주 출생. 학부에서 역사학, 정치학을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영상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2015년 하반기에 상아탑 바깥으로 나와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유통, 전자, 미디어업계와 재계를 취재하며 경제기자의 문법을 익혔습니다. 2018년 6월 동아일보에 입사해 신동아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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