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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인사이드] ‘콘센트·와이파이’, 카페에 필수인가 선택인가

‘느림’을 파는 블루보틀,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유통 인사이드] ‘콘센트·와이파이’, 카페에 필수인가 선택인가

  • ● 한국 상륙 블루보틀, 편리함 없이도 인산인해
    ● 전 세계 매장 71개지만 커피 ‘제3의 물결’ 상징
    ● 스타벅스는 카공족·코피스족 품는 운영 방식 이어갈 듯
    ● 스페셜티 커피와 프랜차이즈, 한동안 공존할 것
5월 3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커피숍 ‘블루 보틀’ 1호점이 개점했다. 수많은 시민이 줄을 서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5월 3일 오후 서울 성수동에 커피숍 ‘블루 보틀’ 1호점이 개점했다. 수많은 시민이 줄을 서 있다.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스타벅스가 콘센트를 없애고 있다.” 

얼마 전 네티즌 사이에 스타벅스가 그동안 점포에 넉넉히 설치하던 콘센트를 줄여나가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일부 매장이 리모델링된 뒤 가보니 기존에 있던 콘센트가 없어졌고, 새로 문을 연 매장들에도 콘센트가 적게 설치됐다는 주장이다.
 
스타벅스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이들), 코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이들)의 ‘성지’로 여겨지는 곳이다. 그런 스타벅스가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이들을 내쫓으려 한다니 난리가 날 법도 하다. 

스타벅스코리아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전체 매장 콘센트를 전반적으로 줄이고 있는 게 아니라 상권 특성에 맞게 테이블과 의자, 콘센트를 달리 배치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대학교 인근 매장의 경우 콘센트를 50개가량 설치하기도 하고, 지하철역 등 ‘테이크아웃’ 고객이 많은 매장에는 콘센트를 적게 설치하고 있다는 것. 

스타벅스 매장의 ‘콘센트’ 논란은 전에도 벌어진 적이 있다. 지난해 4월 스타벅스는 서울 노량진에 처음 점포를 열었다. 이 매장을 두고 ‘콘센트가 4개밖에 없다’며 카공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각종 임용·자격시험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자리를 다 차지하고 앉는 걸 먼저 막았다는 지적이다. 당시 스타벅스 측은 노량진 점포가 노량진역 근처에 있기 때문에 콘센트를 적게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커지자 콘센트를 11개로 늘렸다.


클라리넷 연주자가 만든 커피업계 애플

스타벅스가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는 커피를 즐기면서 오랜 시간 눈치 보지 않고 머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스타벅스 입장에서 점점 늘어나는 카공족과 코피스족이 매장을 ‘독차지’하도록 마냥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 



이 와중에 다른 커피 업체 매장을 두고도 ‘콘센트 논란’이 일었다. 지난 5월 3일 서울 성수동에 첫 점포를 열며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은 블루보틀 매장이다. 이 매장의 경우 스타벅스나 다른 커피 프랜차이즈와 다르게 콘센트를 아예 설치하지 않았다. 와이파이도 없다. 블루보틀커피코리아 측은 고객이 온전히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이런 선택을 했다고 설명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한국 커피 시장과 고객 특성을 고려치 않았다는 의견과 블루보틀의 ‘철학’에 따른 선택이니 문제 될 게 없다는 의견으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주목할 점은 ‘콘센트 논란’이 한편으로는 최근 커피 시장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사실이다. 콘센트가 스타벅스에는 있고 블루보틀에는 없는 것이 커피 업계의 흐름과 관련 있기 때문이다. 

먼저 블루보틀이 도대체 어떤 기업이길래 개장 첫날부터 사람들이 4시간이나 줄을 설 정도로 이슈가 됐을까. 블루보틀은 커피업계의 ‘애플’이라고 불리는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제임스 프리먼이 지난 200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1호점을 열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친구 집 차고에 첫 매장을 오픈했다는 점에서 스티브 잡스의 ‘차고 창업’과 닮았다는 얘기를 듣는다. 

블루보틀의 가장 큰 특징은 바리스타가 직접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내려준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등 기존 커피전문점들은 자동화된 에스프레소 머신을 통해 커피를 내리는 반면, 이 업체는 조금 느리더라도 커피 맛을 제대로 내겠다면서 이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싱글 오리진 드립 커피’를 내세운다는 점도 특징이다. 커피전문점 대부분은 대중적이고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여러 품종을 섞는 ‘블렌딩 원두’를 쓴다. 반면 블루보틀은 단일 생산자가 특정 지역에서 재배한 원두인 ‘싱글 오리진’을 사용한다. 

이처럼 기존 커피 시장에서는 당연하게 자리 잡은 관행을 따라 하기보다는 자신만의 원칙을 고수하면서 마니아층을 만들어온 점이 ‘커피업계 애플’로 불리는 이유다.


커피업계 제3의 물결

[동아DB]

[동아DB]

현재 블루보틀이 세계에 보유한 매장은 성수점을 포함해 71개에 불과하다. 미국에 57개 매장이 있고, 지난 2015년 진출한 일본에 13개의 매장이 있다. 명성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숫자다. 그런데도 블루보틀은 세계 최대 식음료 회사인 네슬레가 지난 2017년 무려 4억2500만 달러(약 4900억 원)에 인수할 정도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당시 블루보틀 매장은 50여 개에 불과했는데 말이다. 

네슬레는 도대체 왜 그랬을까. 그 이유는 커피업계가 주목하는 시장의 흐름과 맞닿아 있다. 커피업계에서는 이런 얘기가 있다. 네슬레의 네스카페로 대표되던 인스턴트커피가 ‘제1의 물결’이었다면 스타벅스로 대표되는 프랜차이즈 커피가 ‘제2의 물결’이고, 블루보틀이 추구하는 이른바 '스페셜티 커피'가 ‘제3의 물결’이라는 얘기다. 

스페셜티 커피란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에서 인증받은 최고급 생두로 만든 커피를 말한다. 커피업계 관계자는 “이는 단순히 좋은 원두로 만든 커피에서 한발 더 나아간 개념이다. 빠르게 만들면서 균일한 맛을 내는 커피가 아닌 천천히 원두 본연의 맛을 느끼는 커피 문화로 이해하면 된다”면서 “이 트렌드의 대표주자 중 하나가 바로 블루보틀”이라고 설명했다. 

커피업계 1세대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한 건 이런 이유에서였을 거다. 커피 시장의 미래로 블루보틀을 지목한 셈이다. 블루보틀을 스타벅스의 가장 강력한 경쟁 상대로 꼽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규모로만 따져 보면 블루보틀은 전 세계 2만8000여 개 매장을 보유한 스타벅스와 애초에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블루보틀이 제3의 물결을 이끈다고 가정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콘센트 얘기로 돌아가보자. 커피 매장 내 콘센트는 스타벅스가 제2의 물결을 이끌면서 만든 문화의 상징적 존재다. 스타벅스는 표준화한 맛의 커피를 누구나 편안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주력해왔고, 실제로 이를 통해 하나의 문화를 만들었다고 평가받는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회장은 매장이 ‘제3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하곤 했다. 제3의 공간이란 집도 회사도 아닌, 혼자서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업무 파트너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도 있는 공간을 뜻한다. 때로 혼자 책을 읽거나 친구와 잡담하면서 쉬고, 이따금씩 노트북으로 공부를 하거나 업무 관련 미팅을 할 수 있는 공간 말이다. 이제는 커피숍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바로 그 이미지다. 

반면 제3의 물결을 대표한다고 평가받는 블루보틀은 ‘스페셜 티’ 문화 조성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고급 원두의 맛을 천천히 느끼는 게 목적이니 콘센트나 와이파이는 필요 없다.


블루보틀은 쉑쉑버거처럼 될까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송은석 동아일보 기자]

이런 측면에서 보면 스타벅스가 앞으로 콘센트를 줄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스타벅스는 오랜 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수많은 ‘카공족’과 ‘코피스족’을 수용하면서도 돈을 아주 잘 벌고 있다. 지난해 스타벅스코리아의 매출은 1조5224억 원으로 전년보다 20.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4.9% 늘어난 1429억 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역시 돋보였다. 잘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기존 방침을 바꿀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정말 매장 71개에 불과한 블루보틀이 스타벅스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우선 ‘제3의 물결’이라는 관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설명이 있다. 미국 커피 시장에선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15~20%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이럼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 스페셜티 브랜드로 ‘테라로사’를 비롯해 커피리브레나 앤트러사이트 등이 블루보틀 진출 이전에 이미 시장을 키워오고 있었다. 

스타벅스가 꾸준히 스페셜티 매장을 만들어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타벅스는 지난 5월 29일 ‘리저브 바’ 매장 50호점을 오픈했다. 리저브 바는 스페셜티 커피를 내려주는 전용 바를 갖춘 매장이다. 이디야 커피랩, 탐앤탐스 블랙 등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 업체들도 스페셜티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국내 스페셜티 시장이 커지더라도 블루보틀이 이를 온전히 독점하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점을 시사한다. 

블루보틀 성수점 개장 초반 나타난 소비자들의 열풍이 스페셜티 문화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일본이나 미국에 가야만 볼 수 있던 블루보틀이 국내에 상륙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슈가 되다 보니 사람들이 대거 몰렸다고 보는 이가 많다. 

이에 열풍은 시간이 지나면 어느 정도는 사그라질 거라는 전망도 있다. 마치 지난 2016년 쉑쉑버거가 국내 진출 당시 일으킨 엄청난 열풍이 잦아든 것처럼 말이다. 또 ‘블루보틀 매장에는 왜 콘센트와 와이파이가 없느냐’고 항의하는 소비자들이 있었다는 점을 보면 아직은 스페셜티 문화보다는 기존 커피 프랜차이즈 문화에 익숙한 이가 더 많은 것도 사실이다. 

당장은 블루보틀이 가진 세련되고 독특한 이미지를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한 듯하다. 블루보틀 매장에 들른 이들이 올린 수많은 SNS 인증샷이 이를 잘 말해준다.


아름다운 결말?

블루보틀이나 스타벅스 측은 모두 서로를 경쟁 상대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두 업체가 타깃으로 삼는 고객층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서다. 실제 블루보틀은 성수점 개장으로 국내 진출을 알리면서 ‘상생’을 이야기했다. “전 세계 어느 도시보다 경쟁이 치열한 서울에 1호점을 오픈한 블루보틀은 국내 커피 업계와 소통을 통해 상생의 문화를 이끌어나갈 것”이라는 게 블루보틀커피코리아의 공식 입장이다. 

이는 여전히 성장세인 국내 커피전문점 시장의 현황과 무관치 않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는 지난해 한국 커피전문점 시장 규모가 48억 달러(약 5조2440억 원)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라고 밝혔다. 특히 한국 커피전문점 시장이 오는 2023년까지 56억 달러(약 6조167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결국 스타벅스나 블루보틀이 서로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지난 20년간 스타벅스가 만든 ‘문화’와 앞으로 블루보틀이 만들 ‘문화’의 상생이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다. 두 업체가 함께 시장을 키워나가는 ‘아름다운 결말’도 가능하다는 의미다. 

권윤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커피계의 애플로 불리는 블루보틀이 최근 성수동에 한국 1호점을 오픈함에 따라 또다시 커피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다”며 “이런 커피에 대한 수요 증가는 한국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신동아 2019년 7월호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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