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호

性학자 박혜성의 ‘행복한 性’

섹스가 싫은 아내, 알고 보니…

  • 입력2019-07-10 14: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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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의 진료실을 찾는 여성 대부분은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어서 오는 이들이다. “열심히 노력한다고 했는데 바라는 만큼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며 “자신은 남편에게 최선을 다했는데도 남편이 바람을 피우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울먹인다. 

    이들 대부분은 문제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해, 혹은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병원 문을 두드린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아니지만 여자 대 여자로 몇 마디 얘기를 나눠보면 대충 감이 온다. 이 환자가 왜 내 앞에서 울먹이고 있는지, 그리고 그녀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등등. 환자마다 사연이 다 다르지만, 그중 공통적인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남자를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방식대로 남편을 사랑할 뿐, 정작 남편이 원하는 사랑은 따로 있었던 것이다. 

    한 달 전, 20대 후반의 한 여성이 병원을 방문했다. 그녀는 5년간 남자친구를 만났지만 한 번도 성관계에 성공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렇다고 둘 사이에 특별히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그녀는 “곧 결혼할 예정이고, 결혼하면 이 문제도 저절로 해결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왜 매번 성관계에 성공하지 못했나요?”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아파서 제가 중간에 그만하라고 했어요. 그리고 결혼도 하지 않은 사이에 의무적으로 섹스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간단한 시술로 되찾은 가정의 행복

    그녀를 진찰했더니 질이 많이 건조했다. 그래서 질 레이저 시술을 권하고 성욕을 증진시키는 호르몬 주사를 놔줬다. 그리고 3주 뒤 다시 그녀를 만났다. 이 여성은 “주사를 맞고 성욕과 의욕이 생겼고 성교통도 느끼지 못했다. 5년 만에 처음으로 섹스를 끝까지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더욱 놀라운 건 그날 그녀의 남자친구가 울면서 그녀에게 고마움을 표했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그동안 남자친구는 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다고 하더라. 5년간 한 번도 불만을 얘기한 적이 없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남자에게 섹스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다”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지난해 우리 병원에서 일명 ‘이쁜이수술’로 불리는 ‘질축소술’을 받은 환자 얘기다. 최근 1년 만에 내원한 그녀는 “질축소술을 받은 뒤 남편을 되찾은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긴 뒤 외국 출장이 잦았던 남편은 국내에 돌아와서도 아내 보기를 돌같이 했다고 한다. 둘째를 낳고 이혼할 결심까지 했던 이 여성은 “이쁜이수술이라도 해보라”는 친정엄마의 권유로 별 기대 없이 우리 병원을 찾았는데, 이후 기대하지 못했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외박을 밥 먹듯이 하던 남편이 어느새 ‘집돌이’가 돼 퇴근 후 바로 집에 들어오고, 언제부턴가 아내의 이름을 부르며 다정한 남편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 여성은 “남편이 원래 성욕이 많지 않은 줄 알았는데, 나만의 착각이었다”며 “섹스로 부부관계가 회복됐다는 게 신기하다”고 말했다. 



    놀랍게도 다수의 가정폭력 사건이 ‘아내의 성관계 거절’에서 비롯된다는 보고가 있다. 얼마 전 나를 찾아온 중년 부부도 그랬다. 아내는 섹스를 좋아하지 않는 반면 남편은 그런 아내에게 불만이 쌓일 대로 쌓였다. 급기야 남편은 아내가 잠자리를 거부할 때마다 화를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하기 시작했다. 요즘 세상에 섹스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남편이 있을까 싶지만 이는 분명 실화다. 

    그래서 아내에게 남편과의 섹스를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아내는 “성교통 때문에 도저히 관계를 맺지 못하겠다. 차라리 남편이 바람이라도 피우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아내에게 물었다. “남편이 진짜 바람을 피워 이혼하자고 하면 어떨 것 같으냐”고. 그러자 아내의 얼굴이 굳는 게 보였다. 성교통은 간단한 시술로 개선 가능한데도 많은 여성이 이를 모르고 오랜 시간을 괴로움으로 보낸다. 나는 남편에게도 말했다. “폭력을 행사해 억지로 성관계를 맺는 게 얼마나 위험한 짓인지 아느냐. 억지로 하려 하지 말고 아내가 마음을 열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이다. 

    실제로 여성은 마음이 열려야 몸이 열린다. 남편의 따뜻한 말 한마디, 아내를 존중하는 몸짓 하나로 부부 관계는 행복의 길을 걸을 수 있다. 결국 아내에게는 호르몬 치료와 질 레이저 시술을 시도했고, 남편에게는 여자를 배려하며 섹스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줬다. 

    흔히 여자들은 남자가 성욕이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 섹스에 집착하는 남자를 짐승 취급하고 본성이 이성을 지배하는 ‘덜떨어진’ 인간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신은 남자에게 여자보다 10배나 많은 테스토스테론을 줬다. 즉 남자는 여자보다 적어도 10배 이상의 성욕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래야 ‘씨를 뿌리고 2세를 탄생시켜 인류의 DNA를 전파할 수 있는 것’ 아니겠나.

    여자보다 10배 강한 남자의 성욕

    남편에게 아무리 잘해도 부부 관계에 소홀하면 부부간 행복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잠자리를 거부하는 아내를 보며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아가 자존심에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경우가 많아질수록 남자는 폭력적으로 변하거나 외도를 하는 식으로 성욕을 해소하고자 한다. 섹스가 없어도 둘 사이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착각이다. 남편에게 사랑받고 싶다면 남편의 성욕도 이해해줘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여자는 섹스 없이 살 수 있어도 남자는 그렇지 않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이 그렇다.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만 있다면 현대 의학으로 못 할 게 없다. 성욕도 성교통도 모두 감쪽같이 없앨 수 있다. 생각을 바꾸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되면 행동을 바꾸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사랑은 섹스이고, 섹스는 곧 사랑’이라는 남성적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이런 깨달음만 있다면 절대로 남편을 성적으로 굶기지 않을 것이다. 이는 결국 여성에게도 행복한 일이다.

    박혜성
    ● 전남대 의대 졸업, 동 대학원 석·박사
    ● 경기도 동두천 해성산부인과 원장
    ● 대한성학회 이사
    ● (사)행복한 성 이사장
    ● 저서 : ‘우리가 잘 몰랐던 사랑의 기술’ ‘굿바이 섹스리스’
    ● 팟캐스트 ‘고수들의 성 아카데미’ ‘박혜성의 행복한 성’ ‘이색기저섹끼’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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