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호

20대 리포트

내년 116개 공원 소멸, 벌써 출입 차단…서울시 뭐 하나

현장 속으로

  • 허지원 고려대 사회학과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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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력2019-10-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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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택가 근린공원 곳곳 폐쇄 위기

    • 시민들 “공원 없어지면 불편할 것”

    출입구가 차단된 서울 서초구 말죽거리 근린공원.

    출입구가 차단된 서울 서초구 말죽거리 근린공원.

    2020년 7월 1일 서울 시내에 있는 공원 용지 116곳이 ‘소멸’한다.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것이다. 전국으로 따지면 서울시 면적(605㎢)의 절반이 넘는 338.1㎢의 공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여기엔 도심 주택가 근린공원 용지도 포함된다.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도시공원 일몰제’ 때문이다. 공원이 지정되고 20년이 넘도록 지방자치단체 등이 땅을 매입해 공원으로 조성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지정이 해제되는 것을 말한다.

    서초구 말죽거리 근린공원 가보니…

    서울엔 각 구마다 장기 미집행 공원이 하나 이상씩 있다. 북한산, 인왕산, 북악산이 있는 종로구가 17곳으로 가장 많다. 야경이 아름다워 데이트 장소로 유명한 낙산공원도 미집행 면적이 19만5000㎡에 달한다. 

    공원 용지의 지주 몇몇은 이미 공원의 출입구를 막아 시민 이용을 통제하고 있다. 일몰제 대상인 서초구의 말죽거리 근린공원도 그런 경우다. 얼마 전까지 시민들에게 쉼터 구실을 톡톡히 하던 곳이었다. 이곳을 직접 찾아가봤다. 나무가 많은 곳에 들어서자 체감온도가 2~3℃ 내렸다. 그러나 공원 입구를 끝내 찾을 수 없었다. 눈앞에 숲이 보이지만 담장과 울타리로 둘러싸여 있고 들어가는 곳이 없었다. 울타리가 없는 부분에는 “수십 년간 묶어놓은 재산권 돌려주오!” 같은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걸려 있었다. 

    인근 시민이 일러주는 다른 입구로 가보았다. 이곳도 입구가 현수막으로 막혀 있었다. “이 구역은 개인사유지로 무단 침입 및 본 문구 파손 시 고소될 수 있음을 알립니다. [CCTV 촬영 중]”이라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길을 안내한 시민은 “여기가 원래 내가 다니던 입구였는데…”라며 말을 흐렸다. 



    큰 나무 하나가 부러져 통행로를 막고 있었다. 통행로엔 잔가지와 나뭇잎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한쪽엔 돌돌 말린 철조망이 보였다. 안전을 위해 철조망을 철거한다고 써놓은 서초구청의 안내판이 붙어 있었다. 

    이 공원을 산책 중인 박모(35) 씨를 만났다. 운동하러 일주일에 두세 번 찾는데 아파트와 연결되는 작은 출입구로 올라와 현수막 문구를 못 봤다고 했다. 그는 “사유지인 줄 몰랐다. 공원이 없어진다면 불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땅값 10배 이상 뛸 것”

    정부는 광역시도의 공원 조성용 지방채에 대해 이자 지원율을 50%에서 최고 70%까지 높이기로 했다. 서울시는 1조6000억 원을 투입해 공원 용지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해제 시점이 너무 가까이 왔다. 서울환경운동연합 최영 활동가는 서울시 계획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말죽거리 근린공원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던 김모(60) 씨는 “공원을 개발해 아파트를 짓는 것에 반대한다. 이곳은 시민공원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을 나온 심모(57) 씨도 “일몰제에 반대한다. 그냥 놔뒀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말죽거리 근린공원은 1977년 7월 공원으로 지정됐다. 소멸 예정인 서울 시내 116개 공원 용지 중엔 이렇게 시민 쉼터로 이용되는 곳이 많다. 

    최영 활동가는 “도시공원이 해제됐을 때 공원 용지의 땅값이 10배 이상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도시공원을 넓혀가야 하는데 거꾸로 극단적으로 없애고 있다. 다시는 공원을 조성하지 못할 상황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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