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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cm ‘한남충’들아 폭력에 맞서는 게 폭력적이라고?”

‘여혐혐(女嫌嫌)’ 커뮤니티 메갈리아의 맹반격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6.9cm ‘한남충’들아 폭력에 맞서는 게 폭력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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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국 여성에겐 차별과 배제가 ‘디폴트’
  • ● ‘전쟁’의 언어로 대화하니 비로소 듣더라
  • ● 프리마 발레리나 강수진에게 “왜 요리 안 해요?” 묻는 사회
  • ● 경찰, 소라넷 수사…‘오프라인’ 변화시키는 온라인 여전사들
“6.9cm ‘한남충’들아 폭력에 맞서는 게 폭력적이라고?”

메갈리안들이 펴낸 오프라인 잡지 ‘사심’의 창간호 표지.

“어떤 미러링이 굉장히 폭력적인 것은 맞다. 그런데 이는 어디까지나 원본이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실자X’는 ‘허벌보X’가 있었기에 비로소 탄생한 용어다. 이런 맥락은 보지 않고 폭력적이란 점만 물고 늘어진다면, 여성은 폭력적인 언어를 들어도 그저 웃어넘기라는 얘기냐. 상냥한 태도로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해서는 여성혐오적 발언을 그만두지 않는다.”
폭력적 미러링(mirroirng)은 정당한 반격인가. 최근 미러링(상대의 언행을 거울처럼 따라 하며 되돌려주는 행위)을 통해 ‘여혐혐’, 즉 여성혐오를 혐오하는 활동을 왕성하게 벌이는 온라인 여성 커뮤니티 ‘메갈리아’에 가장 많이 제기되는 질문이다.
‘신동아’와 세 차례에 걸쳐 서면 인터뷰를 한 메갈리아 운영진은 이 질문에 대해 위와 같이 답했다. 최근 온라인에 자주 등장하는 ‘한남충’(벌레 같은 한국 남자), ‘숨쉴한’(한국 남자는 숨쉴 때마다 패야 한다)은 ‘김치녀’(허영심 많은 한국 여자), ‘삼일한’(한국 여자는 3일에 한 번씩 맞아야 한다)을 미러링해 나온 용어라는 것.
메갈리아의 플랫폼은 둘로 나뉜다. 홈페이지 메갈리안(www.megalian.com)과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www.facebook.com/mersgall4)다. 서면 인터뷰는 ‘메갈리아4’ 운영진 중 한 사람과 진행됐다.



여성 일베? ‘여혐’ 축소 말라

▼ 본인 소개를 한다면.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20대 여성.”
▼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페이지는 어떻게 다른가.
“페이스북 페이지는 페이스북코리아의 연이은 페이지 삭제로 ‘4’까지 오게 됐다. 메갈리아4는 미러링을 포기하고 한국 사회의 여성혐오 실태를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반면 홈페이지는 운영진이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다양하게 미러링을 구사하는 다수의 유저가 이끈다.”
▼ 둘의 운영진이 다르다?
“다르고, 연관돼 있지도 않다. 메갈리아4 운영진은 전부 20대로, 남성과 여성이 섞여 있다. 학생도, 직장인도 있다. 홈페이지 운영진에게 연락할 일이 있으면 e메일을 보낸다.”
▼ 홈페이지 로고의 의미는.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에 대한 조롱이다. 한국 남성의 평균 크기는 6.9cm다. 맥(Mac) 총알립스틱 크기다. 조롱하는 의미를 담기 위해 ‘넌 요만큼도 안 돼’라는 느낌으로 손가락을 표현했다. 여성의 외모는 늘 평가 대상이 돼왔다. 그 기준은 남성이 정했다. 가슴 크기는 일상이요, 성기 모양까지 평가 대상이 됐다. 하지만 남성은 여성의 언어로 평가된 적이 없다. 여성은 감히 남성의 성기에 대해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제 말하려 한다. 로고의 또 다른 의미는 ‘동등’이다. 손가락을 잘 보면 ‘=’ 모양으로 곧게 뻗어 있다. 여혐혐 활동을 통해 메갈리안(메갈리아에 참여하는 여성)이 추구하는 게 성평등이라는 이념을 나타낸다.”
▼ 페미니스트가 메갈리아를 이끄나.
“아니다. 메갈리아4 운영진 중 여성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은 한 명뿐이다. 메갈리아가 거둔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 무엇인지 알기 전에 ‘꼴페미’란 단어에부터 익숙하게 된 한국 사회에 페미니즘이 별것 아님을 알려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차별에, 여성혐오에 반대하고 남성과 여성이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믿는다면, 당신은 페미니스트다. 메갈리아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 메갈리아를 통해 비로소 페미니스트가 됐다고 보는 게 맞다.”
▼ 미러링의 폭력성 때문에 메갈리아를 ‘여성 일베’라고도 일컫는다.
“일간베스트 사이트가 여성혐오로 유명해졌나? 아니다. 물론 일베의 만행에는 여성혐오도 포함돼 있지만, 그보다는 세월호 단식 천막 앞 ‘폭식 시위’, 광주와 전라도 모욕 등 반사회적 행동과 발언으로 유명해졌다. 메갈리아를 단순하게 일베와 비교순위로 놓는 것은 이 사회에 넓게 퍼진 여성혐오를 지나치게 축소하는 행위다.”
▼ 왜 이 시점에 ‘여혐’이 사회현상으로 대두됐을까.
“전통적인 여성차별이 언제나 존재했음에도 지금껏 사회현상이 된 적이 없다는 것은, 여성차별은 주류 사회에서 거론할 문제조차 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에게 차별과 배제는 ‘디폴트’였던 것이다. 따라서 여혐이 사회현상으로 대두됐다는 건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야 한다. 여성차별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소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니까. 곧 개봉하는 영화 ‘서프러제트’에 나오는 대사처럼 ‘남성들의 언어인 전쟁으로 대화를 시작했더니 이제야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에 ‘남혐’은 없다

“6.9cm ‘한남충’들아 폭력에 맞서는 게 폭력적이라고?”

메갈리아의 페이스북 페이지 ‘메갈리아4’는 미러링을 포기하고 여혐 실태를 드러내는 데 주력한다.

메갈리아가 ‘여혐’으로 여기는 언행은 무엇일까. ‘드라마 ‘송곳’의 시청률이 낮은 이유는 여자들이 노동 문제에는 관심없고 막장 드라마만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명백한 여성비하 발언은 물론이요, ‘자고로 여자는 젊고 예뻐야 한다’ ‘여성은 나의 뮤즈’ 등 여성을 아름다운 대상으로 한정시키는 시선도 여성혐오에 해당한다고 본다.
▼ 그렇게 본다면 ‘여혐’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하는 건 아닌가.
“혐오란 본래 ‘미워하고 증오하다’는 의미지만, 여성혐오는 한 단어로 취급해야 한다. 일명 헤이트 스피치(hate speech), 그릇된 신념이나 편견을 기반으로 증오를 선동하는 발언이다. 따라서 여성혐오는 여성을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 여성을 향한 차별적 혹은 폭력행위 등을 포함하는 광의의 단어다. 여성혐오는 여성과 결혼한 남성도 할 수 있고, 심지어 여성 자신조차 할 수 있다 ‘여자의 적은 여자’ ‘여자는 남자 돈 쓰는 거 좋아하잖아’ 등 우리 사회에서 매우 흔하게 들을 수 있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전부 여성혐오적이다.”
▼ 여혐이 문제라면 남혐, 즉 남성혐오도 문제 아닐까.
“주류 계층, 즉 가부장제에서 우위를 점하는 남성에 대한 혐오는 존재할 수 없다. 남성은 그릇된 편견의 피해자가 돼본 적이 없고, 그 특성 자체로 차별받아본 적도 없다. 광대가 양반을 놀려대는 것은 희화이자 풍자이지 혐오가 아니다. 메갈리아에서 볼 수 있는 남성혐오는 절대 우리 사회에서 지배적인 분위기가 될 수 없다. 사회문화적 ‘남성혐오’는 성평등 순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한 노르웨이나 스웨덴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메갈리아가 등장하게 된 근본 원인은 외면하면서, 강자의 폭력보다 약자의 대항 폭력을 비난하는 것은 전형적인 기득권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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