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호

“청년 일자리가 대한민국 신성장동력”

안철수 의원의 공정성장 칼럼

  • 안철수 | 국회의원 cahn00@gmail.com

    입력2016-01-13 17:5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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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기 불황 목전에…청년 세대에 직격탄
    • 대기업·창업으로 일자리 해결 어렵다
    • 中企→대기업, 대기업→글로벌 기업 돼야 일자리 생겨
    • 시장 감시, 세제혜택 병행해 산업생태계 손봐야
    장기 불황의 전조를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들린다. 수출은 2015년 1월부터 11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다. 특히 2015년 10월에는 전년 대비 15.8% 감소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 탓에 내수도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한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가계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 부담에 노후 불안까지 겹치면서 소비 여력이 고갈됐다.
    당장 눈앞의 현실로 다가온 ‘인구절벽의 충격’도 장기 불황의 그늘을 더욱 짙게 드리우고 있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2030년 이후에는 총인구가 감소해 2060년까지 지속적으로 인구구조가 악화되는 미래가 예정돼 있다.
    수출 감소와 내수 부진, 인구구조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초래될 장기 불황 고통은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보다 더 큰 고통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속되는 저성장으로 줄어든 일자리는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 세대에게 직격탄이다. 실적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으로선 가장 손쉽게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는 거다.



    일자리 나누기? 파이 키우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5년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층(15∼29세) 실업률은 7.4%에 불과했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장을 구하는 취업준비자와 입사시험 준비생 등을 고려한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체감 청년실업률은 22.5%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2015년 9월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조사).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 4명 중 1명이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 군복무자, 구직 단념자 등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까지 포함하면, 주위에 얼마나 많은 청년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지 짐작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청년 일자리 문제 해법으로 ‘일자리 나누기’를 제시하고 있지만, 기존 일자리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청년들이 진정 바라는 것은 양질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지, 부모 세대의 일자리를 뺏거나 나누는 방식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과거 10년 동안 벤처기업을 창업·경영하며 일자리를 만들어본 경험이 있다. 그 경험을 살려 ‘공정성장론’을 험로에 놓인 한국 경제에 제시했다. 청년들이 바라는 양질의 일자리는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만들어진다. 한국의 고용구조에서 총 고용의 85%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성장 없이 청년일자리 해결은 불가능하다. 대기업 또는 창업을 통해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진단부터 틀렸다.
    중소기업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공정한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대기업은 노력하지 않고도 손쉽게 1등 자리를 유지하고, 중소기업은 아무리 노력해도 대기업이 되기 어려운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실력 있는 중소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정책적 지원에 나서야 한다.
    정부는 기존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진 국가 연구개발 사업을 중소기업과 신성장동력 분야로 재편해야 한다. 실질적인 시장 감시자 역할을 통해 공정한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강(强)기업 육성특구’ 같은 산업 기반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대기업은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하고 계열사끼리 내부거래로 도와주는 구조에서 벗어야 한다. 정부가 시장 감시와 세제혜택을 병행하면서 글로벌 전문기업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벤처기업에는 창업비용을 대주는 것이 아니라,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게 지원하고 실패에 대해 재도전 기회를 부여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强기업 육성특구 전략

    좁은 국내시장을 놓고 대기업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불공정한 산업 생태계를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중소기업 성장은 불가능하다. 청년 일자리 창출도 요원한 이야기다. 1987년 300명 규모이던 국내 섬유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해  5만7000여 명 규모로 성장한 예에서 볼 수 있듯, 중견기업의 성장은 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완화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과 국민소득 기여에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비단 우리뿐 아니라 주요 국가 모두 고민하는 가장 어려운 문제 중 하나다. 그만큼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이지만, 거꾸로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경쟁자를 앞서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정치와 정부의 기능, 국가 시스템을 바로잡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성장이 중요하며,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불공정한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은 물론 시장 감시자 기능을 충실히 해야 한다. 2등 업체가 실력으로 경쟁해서 1등이 될 수 있는 산업구조, 1등은 치열한 투자와 기술개발을 통해 실력으로 1등을 유지하는 시장 환경이 만들어질 때 우리 청년 세대가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활짝 열릴 것이다.




    장기 불황의 위기가 목전에 다가왔다. 기존의 파이를 나누는 것만으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없다. 우리는 아직 더 성장할 수 있다. 성장해야만 한다. 청년 일자리 문제는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리트머스시험지다. 장기 불황 극복을 위해서도, 또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을 위해서도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에 모두 발 벗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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