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포커스

김무성 “潘과 영웅호걸에게 기회는 주겠다” 반기문 측근 “潘, 정치 한다면 여당에서 할 것”

김무성 對 반기문 대권경쟁 개막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 song@yeongnam.com

    입력2016-01-18 14: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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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무성 “‘기회’는 자유경선을 의미”
    • 반기문 동생 “형 대선 도전 설왕설래”
    2016년이 밝았다. 4월 총선이 지나면 차기 대선후보 경선이 멀지 않다. 사실 이번 총선 공천과 본선 결과도 대선구도와 맞물려 있다. 그러니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공천 룰’이네, ‘탈당’이네 하며 사력을 다해 싸우는 것이다.
    몇 번의 대선을 거치며 확인된 ‘진리’가 있다. 선거 2년 전쯤 오르내리는 유력 주자 중에서 대통령이 나온다는 점이다. 지금이 그 시점이다. 야권엔 자원이 넘친다.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원·투·스리 펀치’에다 안희정, 손학규까지 ‘5선발 체제’가 확실하게 갖춰졌다. ‘정예 특전사 요원’처럼 적진 한가운데에 들어가 있는 김부겸이 살아오면 그도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것이다.
    하지만 여권에선, 주식시장으로 치면 ‘대장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만 보인다.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김태호 최고위원이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 오르내리지만 아직은 ‘유망주’ 수준이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 안대희 전 대법관, 유승민 의원, 김문수 전 지사는 일단 ‘총선 예비고사’를 통과해야 ‘블루칩’이 될 수 있다. 황교안 총리는 계속 상장(上場) 테스트 받는 중이다.
    여권의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다. 총선 이후 과거의 신한국당 9룡 같은 야심가들이 김무성 대표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 있다. 특히 영화 ‘스타워즈’에서처럼 어떤 ‘거대한 포스’가 배후에서 준비되고 있는지 모른다. 이를 여권 사람들은 ‘반기문’이라고 한다.
    친박 이정현·윤상현 그리고 신박(新朴) 원유철 원내대표는 ‘김무성 대항마’의 운을 띄워놓았다. 이들이 리스트의 맨 꼭대기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올려두고 있음은 불문가지. 친박계는 ‘반기문 대망론’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홍문종 의원은 ‘반기문 대통령-친박계 총리’ 조합을 제시했다.



    친박과 반기문의 ‘쩌는 케미’

    고(故)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창립한 ‘충청포럼’ 회장에 윤상현 의원이 최근 취임한 일도 예사롭지 않다. ‘반기문 대망론’은 곧 ‘충청 대망론’인 까닭이다. 반기문 총장의 고향은 충북 음성이다. 한국에선 아직 충청 출신 대통령이 나오지 않았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반기문 여권 대선후보설에 대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 반 총장이 새누리당과 함께한다면 대환영”이라고 했다. 요즘 20대 표현대로, 친박계와 반기문 사이엔 ‘쩌는 케미’가 느껴진다.
    청와대와 친박계 사정에 능통한 한 여권 인사는 “친박계의 총선 이후 프로젝트에 반기문이 들어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친박계의 구상은 4·13 총선 결과에 따라 다소 유동적이긴 하다. 7월 김무성은 일반 의원으로 돌아간다. 새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는 차기 대권 레이스의 분수령이다. 총선에서 뉴 페이스가 돌풍을 일으키면 그를 띄울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최경환 의원 같은 무게감 있는 친박 인사가 당 대표가 되는 그림이 그려지는 것으로 안다. 그도 차기 주자로 거론되지만 대표가 되면 대권 꿈은 접어야 한다. 차기 당 대표는 ‘당심(黨心)과 표심 왜곡 없이’ 대선주자가 선출될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반기문 같은 외부 인사도 경선에서 불이익 받지 않게. 
    반기문은 오는 12월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마무리하겠지만 새누리당 입당을 상당 기간 늦출 가능성도 많다. 그의 처지에선 아무래도 ‘일찍 들어와봐야 김무성 쪽한테 공격받을 일밖에 더 있겠나’라고 여길 테니까. 그러나 반기문 대선 출마설은 지난해와 올해가 다르다. 사람들이 지난해엔 ‘소설’로 여겼지만 올해엔 ‘실체가 있는 일’로 느낀다. 반기문은 ‘김무성의 이론적 대항마’로서 정치적 효과를 본격적으로 내고 있다.”    
    현재 반 총장은 여러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1위를 기록 중이다. 그는 아직 대권 도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러 언행을 보면 대권 생각이 있고, 여당으로 기울고 있는 것으로 비친다.



    “설(說)입니다, 설”

    지난해 12월 22일 언론사 뉴욕특파원들의 송년회 자리에 불쑥 나타난 그는 “물은 약해 보여도 강하다”고 말했다. 대권 도전 여부엔 침묵했지만 정치권에서 “반기문은 너무 무르다”는 말이 나도는 데 대한 반박으로 들린다. 그는 1월 7일 구순(九旬)을 맞은 김종필 전 총리에게 축하 서신을 보냈다. 충청권의 맹주였던 김종필(JP) 전 총리에게 처음 보낸 서신에서 “계속 아낌없는 지도편달을 부탁드린다. 훗날 찾아뵙고 인사 올리겠다”고 썼다.
    더욱 주목되는 대목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찰떡 호흡이다.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박 대통령과 반 총장은 7차례 자리를 같이했다. 반 총장은 새마을운동 창시(박정희)와 새마을운동 세계화(박근혜)를 동시에 칭송했다. 둘은 세계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중국 전승절 행사에 나란히 참석했다.
    박 대통령은 최근 일본과의 위안부 협상 타결 여파로 곤경에 처했다. 새해 첫날 반기문 총장은 박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비전을 갖고 올바로 용단을 내린 것을 역사가 높게 평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국내에서 위안부 합의 반대여론이 빗발치던 상황에서 반 총장의  ‘위안부 합의 지지’ 발언은 박 대통령에겐 천군만마나 다름없었다. 유엔은 위안부 문제 같은 인권 문제를 다루는 가장 권위 있는 국제기구이고 반 총장은 이 기구의 수장이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도 화답했다. 1월 13일 기자회견에서 “반기문 총장은 ‘성실하게 사무총장직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또 반 총장의 대선주자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것에 대해 “저는 모르겠고, 국민께 여론조사를 해서 ‘왜 찬성하느냐’고 물어보는 게 제일 정확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야권에선 내심 ‘반기문 영입’을 포기한 듯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호로 영입한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반 총장의 위안부 협상 지지를 비판했다. 더민주당 관계자는 “반기문의 위안부 발언을 보면서 ‘아, 반기문이 박 대통령 쪽으로 완전히 갔구나’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말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한일 위안부 합의를 즉각 지지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위안부 문제의 해결과 한·미·일 공조의 복원을 원한다. 반기문은 미국의 이런 처지도 헤아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반 총장이 정치를 한다면 여당에서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반 총장의 외교라인 핵심 측근으로부터 들었다. 러브콜도 여권에서 자주, 구체적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신동아’는 최근 스테파니 두저릭 유엔 사무총장 대변인을 통해 대선 출마 의향 등을 묻는 질의서를 반기문 총장에게 보냈다. 반 총장 측은 “인터뷰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일주일여 만에 반 총장 측은 “인터뷰에 응하기 어렵다”고 알려왔다.
    다음은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상 전 경남기업 고문과의 대화 내용이다. 그는 반 총장의 차기 대선 출마설을 부인하지 않았다. 대신 그의 나이(72세)를 염려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회견에서 반 총장의 활동을 호평했는데요.
    “얼핏 봤어요. 신문에….”
    ▼ 대선 도전 이야기가 다시 나오는데요.
    “제 생각은 뭐라고 말할 수 없어요. 저도 알 수가 없어요.”
    ▼ 가능성이 있습니까.
    “설(說)입니다. 설, 설, 설, 설왕설래하는 거죠. 나이가 젊은 분도 아니고, 제가 물어볼 수도 없는 거고, 이건 뭐 제 생각입니다. 제 감으로는 그렇다는 말이죠.”
    ▼ 형님과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나요.
    “아무리 형제지만 그런 이야기는 일절 하지 않으니까…부부끼리면 모를까.”
    ▼ 그래도 국내 분위기는 전해주실 수 있잖아요.
    “그건 본인이 다 알고 있겠죠. 인터넷도 있고 다 있는데 뭐.”
    ▼ 최근 반 총장이 JP에게 구순 축하 편지를 보냈더군요.
    “구순이니 보낸 거죠. 회갑, 칠순, 미수, 이런 기념일에 보낼 수 있는 거죠.”
    ▼ 10년 동안 안 보내다 보낸 거라서….
    “그럼 여든일곱 살에도 보내고 여든여덟 살에도 보내고 그렇게 합니까. 회갑잔치, 칠순잔치, 팔순잔치, 미수, 구순, 이렇게 가는 거 아닙니까.”
    ▼ 얼마 전 ‘친반(親潘)연대’라는 정당이 선관위에 등록됐는데요.
    “거기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어요. 만든 사람들도 모르고…그런 것 좀 삼갔으면 좋겠어요.”
    김무성 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반기문 총장은 아주 훌륭한 후보다. 새누리당으로 와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총선이 끝나면 내가 직접 영입에 나설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는 무슨 생각에서 자신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반 총장을 영입할 수도 있다고 했을까. 김 대표와 1월 14일 저녁 통화를 했다.



    “당연히 여기 와서 해야지”

    ▼ 반 총장을 직접 영입한다는 건 ‘대선후보’로 영입한다는 의미인가요.
    “그렇죠. 반 총장이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있으면. 정치란 정체성을 갖고 하는 건데 반 총장은 우리 새누리당과 정체성이 맞는 분이죠. 당연히 여기 와서 해야지. 어디 가서 합니까.”
    ▼ 대선주자로 영입하면 (김 대표와)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될 텐데요.
    “내가 그동안 주장하는 게 뭐였습니까. 천하의 영웅호걸들이 모두 빅 텐트에 모여서 그 가운데 1등을 하는 사람이 공천을 받자는 거죠. 총선이건 대선이건 마찬가지입니다.”
    ▼ 반 총장이 정치권에 들어올 거라고 예상합니까.
    “그건 모르겠어요. 본인의 선택이고 판단이죠. 정치를 하려면 우리 당에 와서 하라는 말이지. 그러면 얼마든지 기회는 주겠다, 기회를 준다는 건 자유경선을 말하는 거죠.”
    이어 김 대표는 “반 총장과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시장은 성격이 좀 다르다”고 했다. 안·오는 순전히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차원이란 설명이다. 김 대표는 두 사람에게 험지 출마를 권유했는데, 안 전 대법관은 출마할 험지를 정해주지 않는다며 반발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안 전 대법관에겐 내가 ‘우리 당으로 와줘서 고맙다. 그런데 기왕 하려면 편한 데서 하지 말고 당에 공을 세워주면 더 고맙겠다. 다른 사람이 나가면 어렵지만 안 전 대법관이 출마하면 당선될 수 있는 지역이 많다’고 했다. 안 전 대법관은 ‘그렇게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데 연말에 공천 룰이나, 여러 가지 국회 문제, 선거구 협상 때문에 너무 바빴다. 공천 룰을 다 결정한 뒤에 전화해 양해를 구했다.”



    “내 구상대로 전부 다 돼”

    김 대표로선 총선 승리가 급선무다. 총선에서 완패하면 대권 꿈도 금이 간다. 그는 공천을 통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 할 수도 있다. 그러자면 전략공천이 효율적인 수단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전략공천은 절대 없다”고 강조했다. 또 “인위적으로 사람을 끌어 모으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권오을 전 의원이 맡았다가 사퇴한 인재영입위원장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자신이 정한 원칙을 깰 수 없다는 의지이자 총선에서 승리하면 자신의 주변에 다시 사람들이 모여들 것이란 자신감의 발로로 비친다.
    ▼ 야권에선 인물 영입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리는 인재 영입 차원이 아니죠. 상향식 공천을 지향하는데, 야당처럼 기본적으로 인재 영입을 할 필요가 없는 입장이에요. 앞으로도 이런 기조를 유지할 겁니다.”
    ▼ 친박계에선 새누리당만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요.
    “개인 차원에서 한둘이 하는 말을 언론에서 너무 과하게 쓰는 거죠.”
    ▼ 공천을 통해서 자기 사람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나요.
    “당 대표인 내가 상향식 공천을 위해 그렇게 싸워서 만들어왔는데, 다른 짓을 하면 안 되죠.”
    ▼ 공천 룰은 대표 생각대로 된 것 같습니까.
    “내 구상대로 전부 다 됐어요.”
    ▼ 하여튼 전략공천은 없다?
    “오늘(14일)로 완전히 게임이 끝났잖아요. 당헌당규 개정까지 다 통과됐으니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방법 없어요.”
    ▼ 대구지역에 청와대 참모들이 투입되고, 교통정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건 제가 말하고 싶지 않아요.”
    김 대표는 4월 총선을 잘 치르고 그 여세를 몰아 ‘김무성 대망론’을 굳히려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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