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단독확인Ⅱ

경찰 압수된 K옥션 이우환 그림 “여백, 점 간격, 밑칠 수상쩍어”

  • 강지남 기자|layra@donga.com

    입력2016-01-19 12:3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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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옥션 ‘점으로부터’ 안목 감정한 전문가들 주장
    • 경찰, 위작 판매 의혹 K갤러리에 그림 공급한 Q씨 주목
    • 압수된 K갤러리 그림들도 위작 의심
    지난해 12월 15일 K옥션에서 4억 원대에 낙찰된 이우환 화백의 작품에 붙은 감정서는 누가 만든 것일까. 위조 감정서가 붙은 그림은 진짜일까 가짜일까.
    1월 8일 ‘동아일보’의 단독 보도로 K옥션 경매에 나온 이우환 그림에 위조 감정서가 붙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K옥션은 “내부 인력, 그리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정 절차에 따라 진품이라고 판단해 경매에 올렸다”고 해명했다. K옥션의 ‘모체’는 갤러리현대다. K옥션의 대주주는 도현순 K옥션 전무로, 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의 장남이다. 박 회장은 1970년대에 일찍이 ‘작가 이우환’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그를 후원해왔다. 미술계에선 박 회장만한 ‘이우환 전문가’가 없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K옥션 홍보팀은 “K옥션의 내외부 감정 절차에 박 회장은 참여하지 않는다”며 “박 회장도 다른 일반인처럼 경매 전 프리뷰 전시 때 해당 그림을 본 것이 전부”라고 선을 그었다.  



    인사동 화랑주 겸 화가

    K옥션은 문제가 된 그림의 진위 판단은 자신들의 손을 떠났다는 입장이다. K옥션 홍보팀은 “현재도 해당 그림이 진짜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진위에 대한 경찰의 결론을 기다리고 있고, 더 이상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끔 경찰의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K옥션으로부터 압수한 그림 ‘점으로부터 1978.780217’의 진위 검증에 나섰다. 우선 미술계 전문가들에게 안목 감정을 의뢰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전문가들이 의심스럽게 여기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여백과 위아래 점의 간격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미술품 감정 전문가는 “1970년대 후반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는 캔버스 가장자리에 여백이 없도록 촘촘하게 점을 찍는다. 위아래 점 사이의 간격도 매우 좁다”며 “경찰이 가져온 K옥션 그림은 여백도 있고, 위아래 간격도 넓다”고 말했다.
    둘째, 캔버스 천을 나무틀에 고정한 방식의 문제다. 미술계에선 일반적으로 ‘타카’라고 부르는, 일반 사무용보다 ‘ㄷ’ 모양 심이 큰 스테이플러를 사용해 천을 나무틀에 고정한 캔버스를 사용한다. 그런데 K옥션 그림은 일반 사무용 스테이플러를 사용했다고 한다.
    K옥션 프리뷰에서 이 그림을 본 감정 전문가는 “미술품 복원은 원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는데, 이 그림은 누군가가 전체적으로 덧칠을 해 복원이 불가능하게 만들어 놨다”며 “이런 컨디션의 그림은 예술품으로서 가치가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10월 이우환 위작을 판매한 혐의로 인사동 K갤러리를 압수수색했다(K갤러리에서 압수한 그림 6점은 진위 검증에 들어가 있다). 경찰은 K갤러리에 위작을 공급한 사람들이 2개 ‘라인’으로 나뉜다고 본다. 하나는 그림을 일산에서 그려 남양주에서 ‘노후화’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모 씨 일당(신동아 2015년 12월호 ‘이우환 화백 위작 의혹 문서’ 참조)이고, 다른 하나는 Q씨다. 경찰은 지난 연말 Q씨의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그와 K갤러리 대표 김모 씨를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한편 일본에 있는 현씨에겐 체포영장이 발부됐고, 국내에 있는 다른 일당들은 출국 금지됐다.
    Q씨는 최근까지 인사동 화랑주였다. 그는 과거 S모 화랑을 운영했고, 작년까지 G갤러리를 경영했다. 8~9년간 G갤러리가 입점해 있던 건물의 주인은 “지난해 5월 Q씨가 ‘돈 많이 벌어 빌딩을 지어서 더는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며 나갔다”고 밝혔다. Q씨는 화가이기도 하다. 2013년 12월 한 일간지에 그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늦은 나이에 미술에 입문했지만, 미술계에서 주목하는 작가로 떠올랐다’고 설명한다.





    “물감 성분 분포도 다르다”

    K옥션에서 나온 위조 감정서에 감정 의뢰자로 이름이 도용된 장모 씨는 Q씨에 대해 “인사동에서 가짜를 취급하기로 유명한 사람”이라며 “그가 매매한 그림이 가짜로 들통나면, 문제의 그림이 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에서 나온 것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1월19일 ‘신동아’에 연락해온 Q씨는 “과거에 내가 위작과 관련해 실수한 적이 있어서 자꾸 오해를 받는 것 같다”며 “이우환 위작과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우환 위작 사건의 여러 관계자 증언을 취합해보면, 경찰이 K갤러리에서 압수한 그림 6점은 가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미술계 전문가들과 협력해 모 시립박물관이 소장한 이우환 그림 2점을 절대기준작으로 삼고, 압수한 그림들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위를 따지고 있는데, 캔버스 천과 나무틀에 박힌 스테이플러 심, 그림에 사용된 안료 등에서 문제점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 관계자는 “캔버스 천 뒷면을 확대해 보니 세월이 흘러 자연 산화한 것이 아니라 갈색 칠이 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했다. 또한 절대기준작에서는 캔버스천을 나무틀에 고정시키기 위해 타카로 박아 넣은 심 위에 물감이 칠해져 있지 않았지만, K갤러리 그림에는 스테이플러 심 위에까지 밑칠이 돼 있다고 한다. 물감(안료)의 원소 분포도 역시 절대기준작 두 점과 K갤러리 그림이 서로 달랐다.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절대기준작 2점에서는 납(Pb)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왔는데, K갤러리 그림에서는 납이 검출되지 않는 식”이라고 전했다.
    신동아는 취재 과정에서 경찰이 압수한 K갤러리 그림 중 1점(‘선으로부터’)을 찍은 사진을 입수했다(위 사진). 이 사진은 그림에 자외선을 비춘 뒤 촬영한 것이다. 이 그림에 대해 한 미술계 관계자는 “자외선을 쬐었더니 (그냥 보는 것과 달리) 이우환 그림 특유의 그러데이션(gradation)이 사라져버렸다. 또 물감을 두껍게 덕지덕지 발라 놨다. 진품보다 물감을 너무 많이 쓴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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