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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진전 이뤄낸 외교 결단” “주역 배제된, 소통 없는 惡手”

한일 위안부 협상 합의 후폭풍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큰 진전 이뤄낸 외교 결단” “주역 배제된, 소통 없는 惡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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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2월 28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협상이 전격 타결됐다. 양국 정부 간 합의가 이뤄졌지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과 국민 정서를 거스른 협상이라는 여론의 후폭풍도 사그라들지 않는다. 이번 협상 타결의 역사적 의미와 성과, 합의 결과를 둘러싼 논란을 짚어보고 그 해법과 향후 과제를 모색해본다.
“큰 진전 이뤄낸 외교 결단” “주역 배제된, 소통 없는 惡手”

김성남 기자

일시 : 1월 8일 오후 3시
장소 : 동아일보 충정로사옥 회의실
패널 :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 소장,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
사회·정리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사회 ‘신동아’ 대담 초청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24년간 한일 양국 간 ‘난제 중 난제’이던 일본군 위안부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것의 역사적 의미를 어떻게 보십니까.
조희용 지난해는 광복 70년이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었습니다. 최근 2, 3년간 한일관계는 국교정상화 이후 가장 나쁘다는 지적을 받아왔죠. 특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양국 간에 매우 중요한 현안으로 부각됐습니다. 따라서 1991년부터 공론화한 위안부 문제가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부 간 협상 타결로 일단락된 건 분명 큰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봅니다.



사할린 동포와 원폭 피해자

위안부 문제가 과거 일제 식민지시대의 여러 현안 중에서 갖는 상징성, 위안부 피해자 46명이 살아 계신 동안 문제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 한반도를 둘러싼 불안정한 국제 정세에서 한일관계의 개선 필요성, 양국의 국내외 사정 및 사회 변화 등 주어진 현실적 여건과 제약을 충분히 감안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이뤄낸 시의적절한 외교적 결단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리라 봅니다.
물론 현재 많은 분이 지적하듯 위안부 문제가 지닌 본질적 문제, 즉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와 존엄, 대한민국 국민의 명예와 존엄에 끼친 상처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어떤 타협안이나 해결 방안도 충분하지 않을 겁니다. 뭐라도 더 받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하지만 주어진 현실적 여건과 제약을 최대한 감안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듭니다.
양기호 24년을 끌어온 위안부 문제는 정부가 아니라 피해자 할머니들과 시민단체가 무려 1212회에 걸친 ‘수요집회’를 거듭하면서 쟁점화해 지금껏 끌고 온 겁니다. 그런 만큼 한일 양국 간 중요한 숙제였죠. 이번 협상 타결로 이 문제가 일단락된 점에 대해선 우리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에 포함되지 못한 3가지 문제, 즉 위안부 문제와 사할린 동포 및 원폭 피해자 문제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할린 동포 문제의 경우 일본 시민단체 등이 노력해서 이미 여러 분이 귀국했고, 미진하긴 하지만 한일 양국 간에 일정한 합의 지점을 찾아냈습니다. 원폭 피해자에 대해서도 지난해 9월 일본 최고재판소가 한국인 원폭 피해자 1세대들에게 일본인과 동등하게 치료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함으로써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고 봅니다.
이에 비해 가장 중요한 쟁점인 위안부 문제는 합의가 지나치게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봅니다. 박 대통령이 이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고 봐요. 현 정부 초기부터 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목표를 추구하며 ‘허들’을 설치하다 보니 여러 복잡한 외교 어젠다 중 하나의 전제가 돼버렸습니다. 위안부 문제 해법에서 일보 진전이 없으면 한일정상회담도 없다고 할 정도로. 노무현 정부 때 한일정상회담이 열린 게 대통령 취임 4개월 만입니다. 이명박 정부 땐 2개월여 만에 열렸어요. 박근혜 정부 들어선 무려 33개월 만에 열렸습니다. 박 대통령이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라는 분기점에서 반드시 위안부 문제에 대한 타협안을 도출하라고 한 뒤 최종 결단을 내린 게 아닐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한일관계에 대한 외교적 철학과 비전, 경륜이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번 협상 타결은 한마디로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피해자 할머니들과 관련 시민단체뿐 아니라 동북아 전체와 대한민국 외교사에서 이 문제를 30년, 50년 뒤의 세대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에 대해 우리 나름대로 자숙하는 자세로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끝이 아닌 스타팅 포인트”

사회 두 분의 시각차가 작지 않은데, 우리 정부가 이번 협상과정에서 어떤 부분에 특히 주안점을 뒀다고 봐야 할까요. 아울러 우리가 얻은 성과라면?
조희용 위안부 문제가 1991년 공론화한 이래 박근혜 정부만큼 이 문제를 정말 심각한 현안으로 거론해서 일본 측과 진지하게 해법을 찾아보려고 한 정부가 있었나요. 현 정부가 대일(對日)은 물론 거의 모든 외교 전선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우선순위를 둔 건 틀림없는 사실이죠. 그렇기에 국제사회에 이 문제를 환기하고, 특히 미국을 움직여 결국 오바마 미 대통령이 2014년 4월 한미정상회담(서울) 후 연 공동기자회견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 ‘끔찍하고 매우 지독한 인권침해 문제’라고 말한 것 아닙니까. 미국 대통령의 입으로 국제사회에 위안부 문제 정의를 내려준 거죠. 덕분에 위안부 문제에 대한 주요국들의 인식이 굉장히 높아졌어요.
이 문제를 협상 타결로까지 끌고 간 지난 3년간의 외교활동은 나름대로 의미 있게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번 협상이 한일 과거사 문제에서도 가장 심각한 현안으로 여겨져온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 정상과 외교장관들이 하나의 큰 틀을 만든 스타팅 포인트(starting point)라고 봅니다. 따라서 이젠 양국 정부가 협상의 합의사항을 함께 성실히 이행하고, 피해자 할머니 및 시민단체와 어떻게 합심해서 문제를 풀어갈 것인지 하는 측면을 봐야 할 것 같습니다. 현 단계에선 이 문제와 관련한 어떤 합의라도 당연히 비판받을 것이라 봅니다. 다만 그것에 관한 우리 시각을 이제 어떤 식으로 정리해나갈지가 중요합니다.
또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아베 총리의 사죄와 반성, 일본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되는 일본 정부 예산 10억 엔(약 97억 원) 출연은 하나의 패키지로서 위안부 문제를 극복하는 틀을 마련한 것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위안부 문제는 이번 합의로만 끝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본 측의 부적절한 언행, 위안부 문제는 이제 완전히 해결됐다고 보는 그들의 시각을 경계해야 합니다. 아직 끝난 게 아닙니다. 어찌 보면 시작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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