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특집 | 청춘, 원룸에 산다!

‘가벼운 출발’이 낫다! 신혼부부도 ‘원룸살이’

  • 박종민 |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4학년 whdals7109@gmail.com

    입력2016-01-26 10:4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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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에서 신혼부부가 아파트 전세로 신혼집을 얻으려면 상당한 대출을 떠안고도 1억~2억 원의 현찰이 필요하다. 20대 후반~30대 중반 결혼 적령기 남녀가 24평 아파트를 전세로 마련하기란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 노후자금이 자녀 전세보증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요즘엔 신혼집으로 ‘아파텔’이 뜬다지만 이것도 금전적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런데 요즘 청년층이 대학 시절부터 원룸에서 사는 데 익숙하다 보니, 방 한 칸짜리 오피스텔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하는 커플도 늘고 있다. 오는  5월 결혼하는 변슬기(26) 씨는 고심 끝에 ‘집’을 구하지 않기로 했다.   
    “원룸에 신혼 보금자리를 잡기로 했다. 무리해서 아파트 전세를 얻는 것보다 합리적이고, 원룸에서도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님은 ‘그래도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지 않겠나, 도움을 주겠다’고 하시는데, 나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좋은 집의 조건이 방의 개수나 넓이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프리랜서 강사 이고운(29) 씨는 두 해 전 결혼과 함께 3억 원짜리 전셋집을 얻어 자신이 살던 주택가 원룸을 떠났다. 하지만 이씨는 곧 전셋집을 무르고 이전에 살던 방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였다. 중견 기업에 다니는 남편과 자신의 월 수입이 500만 원이 넘어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어렵게 구한 ‘집’ 대신 ‘방’에 살기로 한 것.



    ‘하우스푸어’로 사느니…

    “맞벌이를 하느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다 보니 이 편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 엘리베이터가 없어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가스비나 전기요금을 직접 계산해 내야 한다는 점이 좀 불편하지만 부부가 사는 데 달리 어려운 건 없다. 집 규모가 작아지니 관리비나 생활비가 확실히 줄더라. 청소 등 집안 일도 덜 힘들다.”
    자녀가 없는 이모(31) 씨 부부는 2014년 이씨가 충북 청주의 회사 지사로 발령 나고 이씨의 아내가 경기 평촌에 직장을 구하면서 이산가족이 됐다. 이씨는 원래 살던 서울시내 아파트에서 나와 청주 지사의 관사로 들어갔고 아내는 평촌에 18평 원룸을 구했다. 그러다 이씨가 지난해 12월 서울 본사로 갑자기 복귀하게 되면서 부부는 아파트 전세를 얻을 때까지 평촌 원룸에 함께 기거하기로 했다. 그런데 보름 정도 살면서 마음이 바뀌고 있다고 한다. 이씨는 “18평 원룸이면 둘이서 충분히 살겠더라. 굳이 아파트에서 살아야 하나 싶다. 내 짐은 관사에 두고 원룸에서 계속 살아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중제(29) 씨는 대학을 나와 서울 강남에 있는 회사에 취업한 후에도 학교 주변인 안암동의 원룸에서 지낸다. 직장까지 왕복 2시간이 걸리고 방도 넓지 않지만 만족스럽게 지낸다. 집 사려고 적금 드는 것보단 사정에 맞춰 사는 게 더 낫다고 여긴다. 그는 “결혼할 때도 무리해 좋은 집을 구하고 싶지 않다. 마음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이면 된다”고 했다.
    대출을 얻어 아파트를 구입한 뒤 시세 하락과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하우스푸어. 원룸에서 시작하겠다는 신혼부부들은 “최소한 하우스푸어로 살고 싶진 않다”고 말한다. 이들은 원룸 생활이 집, 가전제품, 가구 같은 혼수마련에 드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어 경제적 자립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본다.  
    건축회사 (주)도원 이동경 대표는 “가벼운 출발을 원하는 신혼부부들이 중·소형 아파트보다 오피스텔을 선호한다. 오피스텔이 오래된 아파트에 비해 보안, 주차, 생활편의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오피스텔은 전구를 갈아주는 일에서부터 청소, 세탁, 택배, 아침식사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직장 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신혼 여성에게 적합한 주거환경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강생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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