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특집 | 청춘, 원룸에 산다!

‘방 구하기 앱’으로 원룸 구하다간 낭패?

  • 양다솔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윤영지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입력2016-01-26 10:52:28

  • 글자크기 설정 닫기
    • “사진 속 방과 실제 방 딴판”
    • “방 커 보이게 하고 불결한 환경 감춰”
    • “임대료, 거리 정보 엉터리 많아”
    골목엔 쓰레기가 나뒹굴었고 군데군데 담배꽁초가 흩어져 있었다. 인적도 드물었다. 한낮인데도 어두침침했다. 부동산 중개인이 “이 집이에요”라며 한 건물의 원룸 앞에 멈췄다. 문을 여니 화장실에서 하수구 냄새가 진동했다. 창문이 있었지만 햇빛은 한 줄기도 들어오지 않았다. 중개인은 “이 지역이 곧 재개발된다”며 “1년 반 뒤 방을 비워줘야 한다”고 했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방을 구해주는 애플리케이션(앱) ‘직방’을 통해 서울 이화여대 근처로 원룸을 보러 간 이은별(23) 씨의 이야기다. 이씨는 “방도 깨끗하고 전세 계약도 가능하다고 해서 직접 가봤는데 사정이 많이 달라 실망했다”고 했다.  
    발품을 팔지 않고도 원룸 등을 편하게 알아볼 수 있는 부동산 앱이 원룸을 찾는 사람들에게 인기다. 시중의 부동산 앱은 250여 개에 달한다. 가장 이용률이 높다는 ‘직방’은 다운로드 건수가 1000만 건이 넘는다. 그러나 시장이 커지면서 부작용도 늘고 있다.



    “광각렌즈로 촬영”

    이용자의 가장 큰 불만은 부정확한 정보. 부동산 앱에 방을 등록하려면 임대료, 방 안 사진, 인근 전철역, 가전제품 및 가구의 유무 정보를 기재해야 한다. 이 정보들이 사실과 다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실제와 딴판인 사진이다.
    지난해 6월 이장호(24) 씨는 서울 신림동 서울대 인근에 원룸을 구하려고 부동산 앱을 이용했다. 이씨는 적당한 방을 찾은 후 직접 찾아가 봤다. 같은 방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랐다. 발을 뻗고 누울 수조차 없는 작은 침대가 한 면을 다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방이 작았다. 여러 부동산 앱은 광각렌즈로 찍은 방의 사진을 많이 올리는데, 이 때문에 어떤 사진에선 천장이 곡선으로 보일 정도라고 한다.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문 근처에서 방을 구한 이재우(22) 씨는 계약을 마친 뒤 방에 갔다. 사진과 다르게 벽지는 얼룩덜룩했고 가구는 훨씬 낡았다고 한다. 실망한 이씨가 “사진과 많이 다른 것 같다”고 하자 중개인은 “찍은 지 오래돼 달라 보이는 것”이라고 답했다.
    2015년 9월 황묵(24) 씨는 ‘직방’을 통해 신림역 근처로 방을 보러 갔다. 둘러보니 화장실과 주방 구석구석에 곰팡이가 심하게 슬어 있었다. 황씨는 다시 앱에 들어가 사진을 꼼꼼히 확인했다. 화장실 사진은 곰팡이가 슬지 않은 곳만 확대해놓았다. 다른 사진도 곰팡이 슨 부분을 주방용품으로 전부 가려놓았다. 부동산 앱에는 화장실이나 방의 벽면을 확대해 찍은 사진이 많다. 이런 사진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는 타일이나 벽지의 색깔뿐인지 모른다.
    일부 부동산 앱은 방을 찍은 사진이 아니라 웹사이트에 떠도는 해변 사진이나 꽃 사진으로 매물을 광고한다. 부동산 앱 ‘다방’을 이용한 문해빈(24) 씨는 “실제와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부정확한 거리 정보도 문제다. 앱에선 ‘역세권’ ‘○○역에서 5분 거리’ 등으로 나와 있지만, 실제론 훨씬 먼 경우가 많았다. 안암역에서 성신여대가 있는 돈암동까지는 걸어서 25분 이상 걸린다. 그러나 여러 부동산 앱은 돈암동 매물을 ‘안암역 도보 10분’으로 소개한다.  
    우리는 ‘직방’의 거리 정보가 얼마나 정확한지 검증했다. ‘지하철역으로 찾기’에서 이태원역을 입력하고 도보 10분 거리‘를 선택했다. 검색 결과로 뜬 매물 중 하나를 골라 직접 가봤다. 이태원역에서 해당 건물까지 걸어서 20분이 넘게 걸렸다.
    “어이구, 오타가 나서 방 가격을 잘못 올렸나보네….” ‘직방’을 통해 방을 보러간 이장호(24) 씨에게 집주인이 한 말이다. 이처럼 실제 월세나 보증금, 관리비가 앱에 제시된 금액과 다른 경우도 있다. 송지현(25) 씨는 지난해 하순 부동산 앱으로 서울 당산동 오피스텔을 알아봤다. 보증금 1000만 원, 월세 70만 원인 매물에 ‘☆2000/50 보증금 월세 협의 가능★’이라는 문구를 보고 중개인을 찾아갔다. 그러나 중개인은 “월세 조정 불가”라며 다른 얘기를 했다.
    몇몇 부동산 앱에는 ‘상세설명’ 공간이 있다. 여기에서 정보를 불충분하게 제공하는 문제도 심각하다. 주거의 질과 직결되는 소음, 누수 등을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직방’을 통해 마포구 대흥동 다가구주택을 구한 윤성혜(31) 씨는 이사 후 소음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바로 옆 카페에서 밤 11시까지 음악을 계속 틀어놓는데 귀가 웅웅 울릴 정도였다”는 것. 더욱이 여름철 장마가 시작되자 창문 틈, 천장 이음매 부분에서 비가 샜다. 집주인은 이전엔 그런 일이 없었다고 했다. 윤씨는 “방 안이 물바다가 돼 양동이를 들고 다니면서 비를 받아야 했다.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이사했다”고 씁쓸해 했다.



    “웅웅거리고 비 새고…”

    이미 나간 방의 정보를 계속 올리거나 ‘미끼 매물’로 유인하기도 한다. 직장인 김건량 씨(25)는 앱을 통해 중개인과 약속을 잡았다. 막상 가보니 봐둔 방은 이미 팔리고 없었고 중개인은 다른 방이 있다며 김씨를 반지하 방으로 데려갔다.
    송지현 씨는 앱에 올라와 있는 수백 개 매물을 확인한 뒤 직접 찾아가 볼 매물은 엑셀로 정리했다. 중개인으로부터 그 방을 보여주겠다는 확인까지 받았다. 그러나 결과는 미끼 매물이었다. 송씨는 “편리한 줄 알고 앱을 이용했다가 시간만 낭비했다”고 했다. 한 공인중개사는 “우리로선 손님에게 다른 방이라도 보여줘야 한다. 어쨌거나 우리도 매수자를 잡아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부동산 앱은 빠르게 변화하는 매물 정보를 실시간으로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어 보였다. 이 때문에 이미 나간 방을 보고 헛걸음을 하는 사람이 줄지 않고 있는 듯했다.
    ‘직방’의 ‘헛걸음 보상제’나 ‘다방’의 ‘허위매물 ZERO’ 제도가 나온 후 어떤 변화가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었다. 얼마나 많은 신고 문의를 받느냐는 질문에 ‘직방’의 한 상담원은 “그런 것은 정확하게 말해주기 어렵고 관계자를 연결해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전화가 연결된 관계자는 “그런 자료는 관리팀에 따로 요청해야 하고 공유가 가능한지도 확실치 않다. 그런데 어떤 맥락에서 그 자료가 필요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긴 설명을 듣고 난 끝에 이 관계자는 “자료를 받아 메일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이후 감감무소식이었다. 통계자료를 정리해 메일로 보내준다던 ‘다방’ 측도 나중에 오류 메시지만 보내왔다.
    ‘헛걸음 보상제’를 통해 보상받으려면 통화 내용, 중개인 명함, 실제 방 사진 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중개인은 명함 주는 것을 꺼리며 사진 촬영도 막는다. 황묵 씨는 “방을 찍으려 했는데 중개인이 말려 관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김현진 씨는 부동산중개인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 ‘직방’ 측에 신고했다. 이후 대표로부터 온 사과 편지엔 “제보해주신 부동산은 경고를 받아 더 이상 직방을 이용하지 못하도록 조치되었습니다”라고 돼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당 부동산 중개업소의 게시물 왼쪽 하단에 “이 회원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 등록으로 다른 이용자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빨간색으로 표시되는 데 그쳤다. 경고 메시지는 확대해야 글씨가 명확하게 보일 정도로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한다.  





    “허위 매물 바로잡겠다”

    부동산 앱 서비스가 우후죽순으로 나오지만 실제 매물 수가 적은 경우도 있다. 한 앱엔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강남구 3개 매물, 서대문구 2개 매물이 등록돼 있었다. 같은 매물을 중복해 올려놓기도 했다. 또 다른 앱에서 이태원역 도보 10분 거리로 검색한 결과 30개 매물이 나왔는데 이 중 중복을 제외하니 매물이 16개로 줄었다.
    ‘직방’ 커뮤니케이션팀 관계자는 “현재는 등록된 매물을 일일이 검수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한국감정원과 제휴해 공공 데이터를 받기로 했다. 허위 매물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고려대 미디어학부 '탐사기획보도' 수강생들이 박재영 교수의 지도로 작성했습니다.

    양다솔 |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3학년 ekthf0403@gmail.com
    윤영지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ynbusut@hanmail.net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