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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고발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공포 마케팅’ 열 올리는 고액 취업준비학원

  • 박채영 | 고려대 미디어학부 3학년 김명교 | 고려대 미디어학부 2학년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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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혼자 못해요” “뭘 모르네” “뒤처질 거예요”
  • ● 148만 원 정규반, 160만 원 특강, 기숙학원…
“땡! 글러먹었어요 자소서 컨설팅 받으세요”
“여러분은 정신상태가 글러먹었어요. 그러니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죠. 근성이 없어요!”
A 강사의 무료 취업 특강. 취업준비생들은 강사의 독설을 묵묵히 듣고 있었다. 욕을 먹는 이유는 자기소개서를 30개 이상 쓰지 않아서다. 강사는 “미니멈 100개는 써야 한다”고 했다. 강의 중간 중간에 말이 딴 데로 샜다. 강사는 잠시 뜸을 들인 뒤 ‘고급 정보’를 알려줬다.
“3~4년 후면 굴지의 모 그룹이 망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에 또 IMF가 옵니다.”
그의 말은 ‘빨리 취업해야 한다’는,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이렇게 한껏 불안감을 조성한 뒤 강의 막바지에서 다음 날 개강하는 자신의 취업 대비 강좌를 홍보했다. 당일 등록하면 2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자리에 있던 취업준비생 서모(24) 씨는 A강사의 4주짜리 수업에 등록했다. 서씨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취업 전선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그는 “강사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혼자 힘으로 취업을 준비해선 안 될 것 같았다”며 답답해했다.
취업준비생(취준생)을 대상으로 한 ‘공포 마케팅’이 성행하고 있다. 요즘 강남역과 역삼역을 중심으로 서울시내 곳곳에서 취업 준비 사교육업체들이 문을 열고 있다. 대부분은 어학원이나 전문기술학원으로 유명한 곳에서 최근 5년 사이 취업 준비 강좌를 특화해 새로 설립한 곳이다. 극심한 취업난이 이들에겐 오히려 ‘블루오션’이 된 셈이다.
국내 최초의 취업전문학원이라는 강남 모 학원은 2010년 설립됐다. 강남의 다른 취업 학원은 컴퓨터아트학원에서 출발했다. 최근에는 유명 어학원들도 이 시장에 뛰어든다. 구직난이 해소될 기미가 없자 많은 취준생이 이런 학원을 찾는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 업체는 취준생의 불안감을 이용해 고액 강좌를 수강토록 한다.  



“영문학과? 제일 애매하죠”

취준생들이 자주 찾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메인 화면. ‘알짜기업 합격노트 무료특강’ ‘2016 상반기 대비 겨울방학 취업전략’ 같은 요란한 제목의 무료 취업특강 광고가 빼곡하다. 학원들은 ‘공짜’라는 미끼로 취준생을 유혹했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이런 특강은 대개 수강생을 모집하려는 취업학원들의 ‘낚시터’로 활용된다. 학원들은 “뒤처질 거예요” “질 수밖에 없죠” 같은 자극적인 말로 겁을 줘 취준생을 그물로 몰아넣는다. 알고도 넘어가는 전략이다.
현직 대기업 직원이라는 B강사의 무료 취업 특강. 그는 “저녁은 먹었냐”며 편안한 말투로 강의를 시작했다. “유료강의 홍보 목적이 아니니 도움 되는 팁을 많이 얻어가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어갔다. 그는 취준생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걸었다. 불안과 공포가 강의실을 엄습한 건 그때부터다.
그는 한 취준생에게 전공을 물었다. “영문학과”라고 답하자 “제일 애매하죠”라고 했다. 이어 “상경계열 복수전공이라도 하나요?”라고 물었다. 아니라고 하자 “그럼 더 안 되고…”라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른 취준생들에게도 전공, 직무 역량, 스펙 등을 돌아가며 물어봤다. 그는 답변이 나올 때마다 다 듣지도 않고 말을 잘랐다. “더 없어요?” “그게 다야?” “뻔해요”라고 압박했다. 취준생들의 표정은 어두워졌다.  
이어 그는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취업 준비를 하려는 취준생들을 다그쳤다.
“너, 히키코모리(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병적으로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사람)니? 혼자 집에서? 어떻게 취업을 혼자 준비하니! 니가 해봐라 그게 되나?”
그는 어느새 언성을 높이며 “나는 혼자 준비하고 있다는 말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이 도무지 납득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실력과 비전이 없는 너희들’에게는 학원 다니는 게 답이라고 못 박았다.
강사는 중간의 10분 쉬는 시간에도 하루 4시간 반을 자면서 취업 준비하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여줬다. 강의가 다시 시작되자 “너희 경쟁자는 취업에 목숨을 건 애들이야”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상반기에도 무조건 떨어질 수밖에 없어”라며 취준생들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2016년 하반기에도 여전히 취업 준비를 하고 있을 거란 이야기에 열심히 필기하던 취준생들은 더 기가 죽은 표정이었다. 몇몇은 한숨을 내쉬었다.

“본 수업이 아니라서 말은 못하지만, 지금 이거 말고 정말 중요한 게 많아요. 그것만 얘기해도 한 시간이 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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