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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기자의 호모 에로티쿠스

“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10대의 섹스 자유’ 외치는 10대 이연이

  • 최호열 주간동아 기자 | honeypapa@donga.com

“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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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박해윤 기자

질병관리본부가 2013년 조사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남학생 7.4%, 여학생 3.1%가 성 경험이 있으며, 첫경험 나이는 평균 12.8세였다. 기성세대에겐 다소 충격적이다. 10대가 섹스를 말하면 기성세대는 큰일이 난 것처럼 한숨을 내쉰다. “말세로다…”는 탄식까지는 아니어도 “건강한 육체와 건전한 인성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하려면…” 등등 10대가 섹스를 하면 안 되는 수십 가지 이유를 대며 훈계를 늘어놓기 십상이다.
이연이(가명, 19) 씨는 이런 기성세대를 보면 실소가 나온다며 “내가 내 몸으로 하고 싶은 걸 하는 건데 왜 안 된다는 거죠?”라고 되물었다. ‘섹스에 당당한 10대를 인터뷰하고 싶다’는 기자의 요청에 그는 흔쾌히 응했다. 서울 홍익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그는 164cm의 호리호리한 체구에 성숙한 외모를 지녔다. 볼살이 빠지지 않은 앳된 얼굴과 상큼한 미소가 그가 아직 미성년자임을 일깨웠다. “모델이나 걸그룹 아이돌이라고 해도 믿겠다”고 치켜세우자 “그런 쪽엔 관심이 없다”면서도 밝게 웃었다.
그가 기자 앞에 놓여 있던 질문지를 슬쩍 보더니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직설적인 문구들 때문인 듯했다. 왜 그렇지 않겠나. 이제 열아홉. 기자 역시 지금까지 ‘호모 에로티쿠스’들을 만났을 때와는 달리 인터뷰 내내 질문을 던지는 게 곤혹스러웠다. 그나 기자나 아직은 낯이 덜 두꺼운 모양이다.



“그냥 끈적끈적했다”

▼ 열아홉 살이면 고3?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거쳐 지난 11월 친구들과 수능을 치렀다.”
▼ 왜 자퇴했나.
“별다른 이유는 없다. 그냥 학교에 다니는 게 의미가 없었다.”
▼ 학창 시절엔 어땠나.
“조용하고 평범한 아이. 어릴 땐 키도 작고 말랐다. 중3에서 고1이 되면서 키도 확 크고 몸무게도 많이 늘었다. 그때 육체적으로 많이 성숙했다. 중학교 때 친구들을 만나면 아무도 날 몰라볼 정도다.”
▼ 친구는 많나.
“많지 않다. 어울리긴 하는데 깊게 사귀는 편은 아니다. 밖에서는 활발하고 수다도 많이 떨지만, 혼자 생각하는 걸 더 즐긴다. 생존형 외향성이라고 할까.”
▼ 취미는.
“별것 없다.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는 편이다. 자기계발서, 특히 ‘아프니까 청춘이다’ 같은 책은 되게 싫어한다. 그런 책들이 말하는 게 맞는 이야기인지 의문이다. ‘네가 지금 고생하는 건 너의 마인드가 잘못돼서다’라고 말하는데, 과연 그런 건지….”
▼ 사춘기 여학생들은 하이틴 로맨스 소설을 보면서 성에 눈을 뜬다던데.
“그런 취향은 아니다. 관심이 없었다. 성에 호기심을 가진 게 중3 때였으니 늦게 눈을 뜬 편이다.”
▼ 계기가 있었나.
“다들 그럴 것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 우연히 발견하고, 호기심에 더 찾아보고…. ‘임신은 어떻게 되는가’ 뭐 그런 건 아니다(웃음). 임신과 섹스는 같지만 별개라는 것 정도는 알았다. 임신은 성스러운 거지만 섹스가 성스러운 건 아니듯이.”  
▼ 그럼 인터넷으로 봤다는 건?
“그냥 야동(웃음). 평범한 포르노였다. 딱히 어떤 판타지가 있어서 본 건 아니고, 영화 보듯 ‘어 뭐지?’ 하며 봤다. 그냥 끈적끈적거렸다. ‘아, 이런 거구나, 내 취향은 아니네’ 싶었다. 크게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Guilty pleasure

▼ 첫 섹스는.
“중3 때 만난 남자친구가 많이 졸랐다. 다들 그렇게 첫경험을 하지 않나 싶다. 내가 원하기보다 상대가 강하게 원하니까, 거절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하게 된다. 지금은 ‘처녀성을 준다’는 말을 무척 싫어하는데, 그때는 어려서 그렇게 생각했다.”
▼ 그때 어떤 기분이었나.
“당연히 복잡했다. 강요에 의한 거니까. 상대가 강하게 원해서 하는 것과 서로 함께 원해서 하는 것은 다르다. 내겐 안 좋은 기억이었다. 나쁜 경험을 발판 삼아 다음부터는 섹스 여부를 내가 결정하자고 결심했다.”
▼ 그다음부터는 항상 본인이 선택했나.
“거의 그랬던 것 같다.”
▼ 첫경험이 안 좋으면 섹스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게 된다던데.
“그렇지는 않다. 성폭행 경험자들이 성관계 때 행복해하면 ‘쟤는 그런 일을 당하고도 섹스를 할 수 있나, 과연 즐겁고 행복한 기분이 들까?’ 하는 말을 듣게 된다고 하더라. 나는 비슷하면서 다른 상황을 겪은 것인데, 나쁜 기억을 계기로 생각이 변한 것이다. ‘섹스를 하지 않겠다’ 그런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 안 좋았던 경험에도 불구하고 계속 섹스를 하고 싶었던 건….
“성적 욕구가 들었다기보다 이 사람이랑 뭔가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 거다. 같이 있고 싶고…. 그게 손을 잡는 걸 수도 있고, 키스를 하는 걸 수도 있고, 더 나갈 수도 있고. 그냥 내가 하고 싶으면 하는 거고, 하기 싫으면 안 하는 거다.”
▼ 미성년자인데, 섹스를 하기엔 아직 어리다는 생각은 안 들었나.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길티플레저(Guilty pleasure)라고, 하면 안 되는 것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 같은 게 있었다. 학교에선 평범한 아이가 아무도 상상하지 못하는 걸 하고 다녔으니까. 죄책감은 없었다. 내가 선택한 것에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나이가 어린데 상대 남자들은 나이가 있으니까 상대방의 뭔가를 깬다, 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어린 것’에 대한 이중 잣대

▼ 그동안 몇 명이나 만났나.
“3년 동안 20명쯤 만난 것 같다. 처음엔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관계를 시작하지만 몇 번 만나면 ‘이 사람을 계속 만나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실망하게 된다. 만남을 계속할 필요를 못 느꼈다. 아직까지 마음에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 상대들의 연령대는.
“내 취향이 올드한 편이라 어린 남자들은 별로 안 끌린다. 대학생을 몇 명 만나긴 했지만 대부분 30대 초중반 사회인이었다. 그들과 취향이 맞다.”
▼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
“또래 남자애들은 생각이 어리고, 관심사나 생각하는 게 나와는 달랐다. 오히려 30대가 말이 잘 통해 좋았다. 공감하는 것도 더 많고. 그래서 나이는 그렇게 신경을 안 썼다. 한번은 서른 살 남자친구에게 물었다. 내가 어리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그 친구가 ‘나는 종종 네가 열아홉이란 걸 잊어버려’라고 하더라. ‘내 얼굴이 그렇게 삭아 보인다는 거야?’ 하니까 ‘그게 아니고 말이나 행동하는 걸 보면 20대 중반은 돼 보인다’고 했다. 대화할 때 한 번도 내가 어리다는 느낌을 안 받았다고 했다.”
▼ 그래도 30대 남자가 어린 10대와 섹스를 한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안다. 그런데 솔직히 내가 10대처럼 보이나. 어린 여자에게 성욕을 느끼면 롤리타 콤플렉스인데, 난 성숙해 보이지 않나? 설령 내가 10대여서 매력을 느낀다 해도 아무 상관없다. 나도 상대가 30대라 매력을 느끼는 거니까. 둘 다 문제 될 게 있나 싶다.”
▼ 그들로부터 유혹을 받거나 섹스 제의를 받을 때 어떤 기분이 드나.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생각하고 좋다고 하는 건지, 그냥 내가 어리니까 좋다고 하는 건지에 따라 다르다. 나를 인격체로 여겨 좋다고 하는 건 문제가 안 되지만 내가 어리고 만만해서 ‘하고 싶다’는 건 불쾌하다. 동등한 인격체로서의 만남은 상관없다. 10대도 그런 만남을 가질 권리가 있다.”
▼ 성인이 10대를 만나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좋다”고 말한다 해도 사실은 어리다는 이유가 큰 것 아닐까.
“나도 내 경쟁력을 잘 안다. 10대이고, 성숙하고…. 상대에게 상상력을 준다는 걸 알지만, 그게 문제가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서로 좋아서 합의해서 하면 상관없지 않나. 내가 30대를 좋아하는 게 취향이듯 30대가 10대를 좋아하는 것도 취향이다. 그 자체가 범죄는 아니다.”



나의 몸, 나의 선택

“13세면 성적 자기결정권  내 몸으로 내가 하겠다는데···”

기자와 인터뷰하는 이연이(가명, 왼쪽) 씨. 이씨의 보호를 위해 얼굴을 흐리게 처리했다. 박해윤 기자

▼ 섹스를 본인이 결정한다는 건 섹스를 할 때도 주도적이라는 뜻인가.
“섹스란 게 그날 상황에 따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선택했다고 무조건 적극적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네가 알아서 해라’ 하고 누워 있을 때도 있는 거고. 상대에 따라, 몸 상태에 따라 매일매일 다른 것 아닌가.”
▼ 섹스를 좋아하니까 하는 걸 텐데, 어떤 부분이 좋나.
“그러게, 왜 할까. 여자가 섹스를 하는 이유가 200가지가 넘는다고 하던데, 하나를 꼽기가 그렇다. ‘어떤 게 좋다’고 구체적으로 말하는 건 사람마다 다르지 않나.”
▼ 섹스토이도 사용하나.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하는 데 이유가 없듯이 안 쓰는 데 특별한 이유도 없다. 써본 적도 없다. 몇 번 구경은 했는데 그냥 예쁘다, 괜찮다 하는 정도지 당기지는 않았다.”
▼ 섹스토이를 안 쓰면 자위도 안 하나.
“주위 친구들을 보면 반반이던데, 나는 안 한다. 성욕이 강한 편은 아니다. 좋아는 하지만 안 하면 못살 정도로 환장하지는 않는다(웃음). 상황이 맞으면 하는 거고, 혼자 있다 하고 싶은 생각이 들면 아는 남자에게 전화하면 된다. 자위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 섹스의 쾌감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없는 건 아닌가.
“그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아닌데, 그걸 안다고 모두 색정녀가 되고, 안 하면 못살 것처럼 미칠 정도가 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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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열 주간동아 기자 | honeypa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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