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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자에 혹했다 ‘이자폭탄’ 맞는다

여성 전용 대출의 덫

  • 강지남 기자 | ayra@donga.com, 유설희 인턴기자 | 고려대 철학과 졸업

무이자에 혹했다 ‘이자폭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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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대부업체 주부 고객 급증세
  • ● ‘여성만 특별히 무이자’ 이벤트 후 법정 최고 금리
  • ● “급전 필요할 땐 서민금융상품부터 알아보라”
무이자에 혹했다  ‘이자폭탄’ 맞는다

여성을 우대한다는 대부업체 광고가 홍수를 이룬다. 그러나 여성전용 대출상품은 여성 직원이 상담해준다는 점 외에는 일반 대부업체 상품과  별반 다를 바 없다.

서울역 인근에서 주부 이모(40) 씨를 만났다.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최근 개인파산 신청을 한 그는 “2년 전 여성 전용 대출업체에서 남편 몰래 돈을 빌렸다. 금방 갚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1만 원짜리 티셔츠 한 장 못 사 입은 지 오래고, 화장품도 샘플을 얻어 써요. 그런 거는 괜찮아요. 애들 학원비 내주지 못하는 게 제일 한스러워요.”

좀 더 넓은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다는 욕심이 화근이었을까. 이씨는 중학교 3학년 딸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을 키우기엔 방 두 칸짜리 59.5㎡(18평) 아파트가 너무 비좁다고 생각했다. 방 세 칸짜리 아파트를 사기 위해 주택담보 대출, 저축은행 대출을 다 끌어모았다. 그러고도 모자란 3000만 원을, 남편 몰래 여성 전용 대부업체 4곳을 돌아다니며 마련했다. 이율은 연 36~38%로 높았지만, 담보를 요구하지 않아 다행이라 여겼다. 대부업체들은 텔레마케터로 일하며 월 200만 원가량 버는 이씨의 소득증빙만 요구했을 뿐이다.

대부업체에 내야 하는 이자는 모두 합쳐 월 100만 원 남짓. 이씨는 44㎡(13평) 규모의 호프집을 차렸다. 열심히 장사해서 차차 빚을 갚아나가자고 다짐했다. 하지만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가게 임차료도 겨우 내는 상황이 이어졌다.



‘여성 대출’로 집값 보탰다가…

이자 납부가 늦어지자 빚 독촉 전화가 걸려오기 시작했다. 여성 전용 업체니까, 여자 직원이 다른 곳들보다는 ‘친절하게’ 채권 추심을 하리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돈을 빌릴 때는 여자 상담원이 응대하더니, 빚 독촉 전화는 고압적인 말투의 남자로부터 걸려왔다. 그는 큰 빚을 진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수시로 협박 아닌 협박을 했다.

“덜컥 겁이 났어요. 돌려막기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일수에도 손을 댔네요.”

100만 원으로 시작한 일수 빚은 얼마 안 가 1000만 원으로 늘어났다. 한 달 이자로만 대부업체에 100만 원, 일수에 200만 원을 내야 했다. 뒤늦게 남편에게 사정을 털어놨지만,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며 월 200만 원을 버는 남편도 뾰족한 수를 낼 수 없었다. 결국 이씨가 파산 신청을 하고, 남편은 신용회복 신청을 하는 지경이 됐다. 부부는 2억 원짜리 아파트를 팔고 호프집 보증금 2000만 원을 돌려받아 빚 청산을 했다. 지금도 일수 빚으로 860만 원이 남아 있다. 그의 가족은 현재 서울 도봉구 상가주택에 세 들어 산다.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45만 원짜리다.

이씨의 사례는 폭발적으로 성장한 여성 전용 대출시장의 어두운 면을 보여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부업체 이용자 중 여성 비율이 2012년 41.5%에서 2015년 50.1%로 크게 뛰었다. 특히 주부 이용자의 급증세가 눈에 띈다. 전체 직업군 중 주부의 비율이 2013년 하반기 6.3%에서 2014년 하반기 8%로 상승했다.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여성이 크게 늘어난 것은 상대적으로 여성이 은행 등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은행에서는 직업, 소득, 신용등급 등을 꼼꼼하게 따져 대출 여부를 결정하기에 자기 소득이 없는 전업주부가 은행에서 돈 빌리기는 쉽지 않다. 2015년 시중은행에서 신규 대출을 받은 고객 중 여성 비율은 34%에 그친다.

반면 여성 전용 대부업체의 대출 승인 절차는 일반 대부업체에 비해서도 매우 간단하다. 신용카드 연체 이력만 없으면 최대 300만 원가량의 소액에 한해 별도의 서류 제출 없이 바로 대출이 성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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