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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나홀로 시대 살아가기

“혼자 살라” 강요하는 무정책, 무대책 세상

‘대한민국 4분의 1’ 1인 가구는 우울하다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혼자 살라” 강요하는 무정책, 무대책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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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년 기준 대한민국 1인 가구는 27.1%.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넘는다. 시장엔 1인 가구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1인 가구를 위한 정부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1인 가구는 현행 가족정책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비자발적 1인 가구들의 아픔은 더 크다.
“혼자 살라” 강요하는 무정책, 무대책 세상

서울 서대문구의 ‘1인 식당’. [동아일보]

서울 우이동 다세대주택에 홀로 사는 강은성(35·여) 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퇴근길 동네 편의점에 들러 저녁거리를 산다. 한때는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즐겨 먹었지만, 요즘엔 도시락을 애용한다. 가격(3500~4000원)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데다 혼자 사는 사람이 해먹기 힘든 생선구이나 나물무침 같은 반찬도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흑미, 단팥 등을 넣은 잡곡밥과 김치찌개로 구성된 도시락까지 출시돼 선택의 폭이 더 넓어졌다.

강씨는 “혼자 밥을 먹는 ‘혼밥족’이 늘면서 편의점 도시락 상품 구성과 맛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며 “동네 반찬가게에서 2~3가지 음식을 사다 먹는 것보다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잔반을 처리하지 않아도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강씨와 같은 1인 가구가 편의점에서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도시락이다. 간편식을 즐겨 찾는 1인 가구에 힘입어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의 도시락 매출 신장률은 2012년 34.2%에서 지난해엔 90.2%로 치솟았다. 지난해 국내 편의점 도시락 시장 규모는 약 3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커졌다.



김영철 vs 홍설·상철

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1인 가구는 506만 가구로 전체의 27.1%에 달한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을 넘어섰다. 2000년 200만 가구를 넘은 뒤 15년 만에 2.5배 이상 증가했다. 1980년과 1990년 1인 가구는 각각 38만 가구, 102만 가구였다.

1인 가구는 새로운 소비 주체로 떠올라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지난해 통계청이 분석한 1인 가구의 소득 대비 소비 성향은 80.3%로 나타났다. 2인 가구(70.2%), 4인 가구(76.0%), 5인 이상 가구(75.7%)의 소비 성향을 모두 웃도는 수치다. 과거 1인 가구 소비 행태는 소형 아파트와 1인용 식재료를 구매하는 수준에 머물렀지만, 최근에는 생활용품과 외식, 영화 등으로 소비 영역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소비 여력이 큰 1인 가구들은 비즈니스 트렌드도 바꾼다. 기업들이 소형 가전제품, 1인 식품, 1인승 전기자동차, 솔로 여행상품 등을 서둘러 선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신조어도 생겨났다. ‘솔로 이코노미’ ‘싱글슈머’ ‘혼밥족’ 등은 1인 가구를 겨냥한 새로운 마케팅 용어들이다. 1인 가구가 경제 생태계를 바꾸는 핵심 요인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으며 1인 가구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미디어들도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개그맨 김영철의 집은 뉴욕 시내에 있는 북카페를 연상케 한다. 조명을 설치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저녁이면 호젓하게 화이트 와인을 즐겨 마시는 그의 생활은 시청자로 하여금 ‘싱글 라이프는 우아하다’는 환상을 갖게 할 듯하다.

tvN 드라마 ‘치즈인터트랩’에선 이와는 조금 다른 1인 가구의 삶을 엿볼 수 있다. 주인공 홍설의 자취방은 6.6m²(약 2평) 남짓한 원룸이지만 남다른 아이디어로 공간 효율성을 높였다. 간이 책장으로 방과 부엌을 구분하고, 앉은뱅이 책상을 화장대 겸 식탁으로 사용한다. 가전제품이 쓸데없이 공간을 차지하는 일이 없도록, 평소 잘 보지 않는 TV는 옷을 거는 행거 안에 넣어뒀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또 다른 인물 ‘상철 선배’는 매트리스에 앉아 전공 책을 잔뜩 받쳐놓고 퉁퉁 불은 라면을 먹는다. 일어나면 머리가 닿을 곳에 빨랫줄이 있는데, 걸린 옷가지가 몇 벌 되지 않는다. 그의 생활이 얼마나 단출하고 궁핍한지 여실히 보여준다.

1인 가구의 삶을 조명하는 두 프로그램에서 김영철은 실재하는 인물이고, 홍설과 상철은 드라마 속 캐릭터다. 그런데 현실감이 더 큰 쪽은 홍설과 상철이다. 1인 가구 대부분이 홍설과 상철의 삶에 더 공감할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연령별, 가구 유형별 소득계층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기준 1인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은 45.1%다. 2인 이상 가구의 저소득층 비중이 10.9%인 점을 감안하면 4배에 달한다. 반면 1인 가구의 고소득층 비중은 13.0%에 불과했다. 1인 가구 중에는 ‘골드미스’처럼 풍족한 이들보다 빈곤층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절반이 저소득층

최근엔 비자발적 요인으로 1인 가구가 된 사례가 많다. 통계청에 따르면, 미혼 1인 가구는 2000~2010년 연평균 6.8% 증가했다. 높은 청년 실업률, 실질임금 하락, 물가 급등 등으로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이가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비자발적인 요인에 의해 1인 가구로 사는 청년 세대가 증가하고 있는 것.

고가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결국 1인 가구의 증가세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가 맞물리면서 빈곤층, 청년층과 노년층 가구가 증가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1인 가구가 처한 사회적, 경제적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한 뒤 그에 합당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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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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