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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선후보 지지율이 무슨 의미가…”

문재인 前 더불어민주당 대표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지금 대선후보 지지율이 무슨 의미가…”

  • ● 호남 민심, 대선 레이스에서도 발목
  • ● 김종인 “文 호남 방문 별 도움 안 됐다”
  • ● 선거유세 지원차 100곳 방문
“지금 대선후보 지지율이 무슨 의미가…”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선전했지만 문재인 전 대표의 입지는 좁아졌다. 문 전 대표는 4월 8일 호남에서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더민주당은 민심을 되돌리지 못해 호남에서 3석을 지키는 데 그쳤다.

하지만 문 전 대표는 총선 지원 유세에서 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를 측면 지원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더욱이 여전히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꼽히고 있어 당장 퇴진론이 불거질 것 같진 않다. 김종인 대표는 총선 다음 날인 4월 14일 오전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전 대표께서도 고군분투 수고하셨다. 수도권에서 우리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데 큰 도움을 주셨다”며 높이 평가했다. 그 무렵 문 전 대표는 서울 홍은동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차기 1위’

문 전 대표에게 4·13 총선은 대선 레이스 전초전이었다. ‘동아일보’와 채널에이가 3월 29, 30일 실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16.8%를 얻어 1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2.1%포인트 차이로 따라붙었다. 서울에서는 문 전 대표가 1위를 차지했다. 본격 유세가 시작된 4월 1일 서울 은평갑 박주민 후보 유세를 지원하던 문 전 대표에게 이 소식을 전하자 그는 밝은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지금은 뭐, 대선후보 지지율이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다만, 이제, 그런 게 이번 총선에서 우리 후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죠.”

자신에 대한 지지를 총선 승리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는 3월 28일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지역구 권문상 후보 지원에서부터 4월 12일 서울 도봉을 오기형 후보 지원까지 모두 100군데 일정을 마무리했다. 그의 총선 지원 유세는 단지 후보들을 돕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잠재적 대선후보로서 총선 이후를 내다보며 자신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수 있는 기간이었다.

문 전 대표가 가는 곳마다 인파가 넘쳐났다. 지역민들은 후보자보다 문 전 대표에게 더 열광했다. 마치 출정식을 이미 마치고, 대선 유세에 나선 느낌이었다. 서울 은평구 역촌동 골목길에서, 경기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에서 주민들은 그에게 사인을 받으려 줄을 서고 꽃을 건넸다. 그를 보고 감격해 울먹이는 이도 있었다. 문 전 대표를 가리키며 누구냐고 묻는 초등학생 딸에게 “미래 대통령”이라고 답하는 엄마도 눈에 띄었다.

후보 지원 유세에서 문 전 대표는 총선 뒤까지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경기 용인정 표창원 후보 지원 유세에서 그는 “(표 후보를) 당선시켜 주면 제가 표창원과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 정치 바꿔내겠다. 그 힘으로 정권교체 이루겠다. 그렇게 해서 위기에 빠진 경제와 민생 살리고 파탄 상태인 민주주의, 남북관계 되살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호남은 얘기가 달랐다. 4월 1일 서울 은평갑 박주민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치고 역촌동 곱창집에서 점심식사를 하던 그에게 호남 방문 계획에 대해 물었다.

“(어디든) 다 가리지 않고, (저의 지원 유세를) 요청하고 제가 도움 되면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다 갈 겁니다.”

호남 방문 의지는 확고해 보였지만, 언제 어떤 식으로 갈지는 불투명했다. 김종인 대표는 은근히 말렸다. 4월 2일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광주 방문을) 요청할 사람이 있겠냐”고 했고, 3일 제주에서는 “검토하는 것은 자유지만 모르겠다. 요청할 사람이 있겠는지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그러고 도니까 호남(민심)이 더 나빠진다.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착각”이라며 쐐기를 박기도 했다.



前·現 대표 불협화음

하지만 문 전 대표는 “함께 지지층을 끌어내야 이길 수 있다”며 호남 방문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김종인 대표가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피력한 것을 두고 ‘호남의 반(反)문재인 정서를 무마하기 위한 의도적 문재인 때리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 승리’라는 같은 목표를 가진 전·현 대표가 선거 기간에 불협화음을 내는 것이 의외였기 때문이다.

호남에선 그의 방문을 거부하는 이들도 있었다. 4월 4일 더민주당 광주시당 선거대책위 소속 지방의회 의원 30여 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지역 국회의원 후보 8명 중 문 전 대표의 지원을 요청한 후보는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호남 방문 불가론을 폈다. 광주 북갑에 출마한 더민주당 정준호 후보는 “문 전 대표는 대선 출마 포기를 선언하라”고 압박했다.

호남 민심은 이미 국민의당으로 쏠린 뒤였다. 4월 7일 리얼미터 호남 여론조사에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50.8%로 치솟았다. 더민주당 지지율은 21.2%였다.

국민의당 김한길 의원이 “광주가 환영하지 않는 야권의 대권후보는 있어본 일이 없다”고 공격하자 문 전 대표는 “호남의 지지를 받아야 대선주자 자격이 있다는 말에는 공감한다. 우리의 정권교체는 호남만으로도 안 되고 (…) 호남으로부터도 지지받고 바깥의 민주화 세력 국민으로부터 폭넓게 지지받을 수 있을 때 비로소 대권에도 도전할 자격이 생기고, 정권교체를 할 능력이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4월 4일 이철희 더민주당 선거대책위 상황실장은 “문 전 대표의 선택을 존중한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분인데 필요한 곳 가겠다는 것에 이래라 저래라 한 적 없다”며 지지를 선언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8일 전격적으로 호남을 방문해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았다. 문 전 대표 측은 노무현 정부 당시 호남 출신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출신지 비율을 조사한 보도 자료를 내고 ‘호남 홀대론’에 적극 반박했다.

총선 이틀 전인 11일 막판 판세에선 ‘기-승-전-수도권’이라며 각당 대표들이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는 사이 문 전 대표는 다시 호남을 방문했다. 11일 광주 광산구 광산을 이용섭 후보 지원 현장에서 문 전 대표는 “호남 홀대론과 친노패권주의는 저 때문에 나온 말이다. 제가 정치 안 했다면, 제가 앞서가는 대선주자 아니라면, 제가 당 대표 아니라면, 제가 호남분과 경쟁하지 않았다면 (…) 그래서 (호남 홀대론) 그런 말(을 들으면) 노무현 대통령께 너무 죄송하다”며 호남 홀대는 없었다고 거듭 설명했다.



아킬레스건 확인

“지금 대선후보 지지율이 무슨 의미가…”

문재인 전 대표(왼쪽)가 4월 12일 전남 순천 지원 유세에 앞서 노관규 후보와 함께 유권자들에게 절하고 있다.

이렇게 공을 들였지만 호남에서 참패했다. 광주는 전멸, 전남에서 1석, 전북에서 2석을 얻는 데 그쳤다. 김종인 대표는 4월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 전 대표가 (정계 은퇴라는) 배수진을 친 것 같은데 그다음에 나타난 상황은 아무런 결과를 가져다주지 못했다”며 “호남 민심을 달래는 데는 별 효과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정치평론가 박상병 씨는 “호남 민심은 문재인 전 대표로는 정권교체할 수 없다는 인식을 분명히 보여줬다”며 “문 전 대표가 ‘(호남이) 지지를 거둔다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고 대선에도 도전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호남의 분노를 살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하는 이들도 있다. 정청래 의원은 14일 트위터에 “(문 전 대표가) 호남에 가서 보인 진정성이 야권 지지자들을 결집시켜 수도권 승리를 견인해냈다”며 “선거 막판 지지자들의 결집 계기를 만들고 젊은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장으로 불러낸 것은 문재인의 공로”라고 평가했다. 표창원 당선자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호남의 지지라는 것이 의석 수로 나타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총선과 대선은 다르다. 호남 전체에서의 지지율은 상당히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결국 문 전 대표는 이번 총선을 계기로 자신의 아킬레스건을 더욱 분명히 드러냈다. 대권가도로 가기 위해 그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 가운데 하나가 호남 민심이라는 사실이다. 더욱이 이번 총선을 계기로 떠오른 샛별들과의 경쟁, 여권 후보들과의 경쟁을 생각해보면 그의 대권가도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신동아 2016년 5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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