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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쥐 계모’의 심리 남인데 남이 아니라 학대한다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팥쥐 계모’의 심리 남인데 남이 아니라 학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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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혼하면 내 자식은 기본적으로 내가 책임져야 한다. 내 자식을 상대방에게 책임지라고 강요해선 안 된다. 계모, 계부는 친모, 친부와 같을 수 없다. 처음부터 아버지, 어머니로 불리고 대접받는 데 집착하지 말자. 차라리 남이라면 이렇게 학대하진 않는다. 남이라서 학대하는 게 아니라, 남인데 남이 아니어서 학대한다.
‘팥쥐 계모’의 심리 남인데 남이 아니라  학대한다

일러스트• 김영민

부모가 자녀를 학대하거나 심지어 목숨을 빼앗는 충격적인 사건이 줄을 잇는다. 최근 법원은 현대판 ‘팥쥐 계모’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 40대 여성은 재혼한 남편의 딸을 CCTV로 감시하면서 힘든 가사노동을 시키거나 때리는 등 학대했다. 딸의 몸에서 멍 자국을 발견한 교사의 신고로 사건이 드러났다.

지난해 12월에는 인천에서 학대받던 11세 소녀가 맨발로 가스 배관을 타고 집을 탈출해 슈퍼마켓에서 빵을 훔쳐 먹다가 주인의 신고로 구출됐고, 지난 2월에는 목사인 친부와 계모에게 구타당해 사망한 중학생 딸의 시신이 집에서 발견됐다. 부부는 1년 전에 죽은 딸의 시신을 이불에 싸서 방치했다.

3월에는 일곱 살짜리 아이가 대소변을 못 가린다고 계모에게 지속적인 학대를 받다 사망하는 사건이 충격을 줬다. 한겨울에 아이를 발가벗겨 물을 뿌린 뒤 차디찬 욕실에 가둬 죽음에 이르게 한 뒤 10일간 시신을 방치했다. 비슷한 시기, 5세 아이가 시끄럽게 해서 잠을 못 자겠다는 이유로 아이 엄마의 동거남이 아이를 밀쳤다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모가 자녀 실종신고를 하면 ‘설마 부모가 자식을 죽이기야 했겠냐’는 생각에 가족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당국이 장기 결석 및 미취학 아동에 대한 전수조사를 하면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충격적인 사건이 잇달아 드러났다.



신데렐라, 장화홍련, 콩쥐팥쥐

가난할수록 자식을 학대할 개연성이 높아지는 게 사실이다. 많은 가족이 좁은 공간에 모여 산다면 갈등이 생겼을 때 마땅히 피할 공간이 없다. 시어머니든 친정어머니든 아이를 함께 돌볼 이가 있으면 학대 가능성은 낮아진다.

하지만 아무리 착한 친정어머니도 의붓손자를 살갑게 돌보는 경우는 흔치 않다. 본처 자리를 꿰차고 들어온 며느리가 싫어서 아이를 봐주지 않는 시어머니도 있다. 앞서 예로 든 목사 부부의 중학생 딸 살해사건이나 계모의 7세 아이 살해사건은 ‘집안 경제’와는 거리가 있다. 이들의 주거환경은 그리 열악하지 않았다.

이처럼 재혼·동거 가정에서 의붓자식 살해사건이 자주 일어나는 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백설공주, 신데렐라, 장화홍련, 콩쥐팥쥐 같은 동화에서도 알 수 있듯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사건은 반복됐다. ‘조선왕조실록’엔 중전의 자식을 제치고 자신의 아들을 왕위에 앉히려고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후궁들이 등장한다. 로마시대 황제 자리를 둘러싼 다툼도 마찬가지다.   

의붓자식을 학대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당연할 수도 있다. 의붓자식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이다. 나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았다. 재혼할 때 남자가 원하는 상대는 여자이고, 여자가 원하는 상대는 남자다. 이들에게 전남편(아내)의 자녀는 이성을 얻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혹’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남자가 여자와 결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섹스 상대를 얻기 위해서’와 ‘살림을 맡기고 싶어서’다. 그런데 여자가 자식에게 신경을 쓰는 만큼 남자에게 돌아오는 관심은 줄어든다. 친자식인데도 아내가 자식만 싸고돌고 자신에게는 신경 써주지 않는다며 불만스러워하는 남편도 있다.

하물며 의붓자식에 대한 감정은 말할 것도 없다. 여자가 생계가 어려워 자식을 양육할 경제적 목적으로 재혼했다고 해도 남자는 의붓자식에게 들어가는 돈이 아깝다. 여자는 남자에게 의붓자식에게 아빠 노릇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남자 처지에선 짜증스러운 상황이다. 아내가 ‘아빠 노릇’에 대해 잔소리를 하면 할수록 아이가 귀찮아진다.

여자가 남자와 결혼하는 큰 이유는 돈과 섹스에 있다. 그런데 전처가 낳은 의붓자식을 위해 돈을 쓰면 내가 쓸 돈이 줄어든다. 의붓자식이 남편과 자신 사이에서 자겠다며 징징대면 섹스도 여의치 않다. 남자에게 재력이 있다면 여자는 자기 아이를 위해 돈을 썼으면 한다. 남자가 여기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여자는 자신이 의붓자식을 돌봐주는 가정부나 유모처럼 느껴진다.

여자는 ‘나를 사랑한다면 내 자식도 당신 자식처럼 사랑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따진다. 남자는 ‘너부터 잘하라’며 짜증을 낸다. 여자에게 의붓자식은 점차 눈엣가시가 된다. 의붓자식이 사라지면 내 마음대로 돈과 시간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희생양이 필요한 부부

재혼은 재혼대로, 초혼은 초혼대로 힘들다. 재혼은 이미 이뤄놓은 결과물을 합치는 것이어서 더 어렵다. 첫 결혼이라면 결혼생활을 하면서 규칙이 마련된다. 그런데 재혼 커플 사이엔 ‘결혼생활은 이래야 한다’는 서로의 고정관념이 충돌한다.

결혼을 미루다가 나이 들어 초혼한 이들 중엔 아이는 한없이 착하고 예뻐야 한다는 환상을 지닌 경우가 많다. 그런 환상 때문에 굳이 아이 딸린 남자(여자)와 결혼하는 미혼남녀도 있다. 그런데 아이가 밤에 잠을 안 자거나, 대소변을 못 가리거나, 말을 안 듣고 반항하면 환상은 깨진다. 아이가 없어졌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남의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결혼 전에 각오했다면 그나마 낫다. 하지만 자식은 전처가 키울 테니까, 혹은 부모님이 키워줄 테니까 아이는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을 믿고 결혼했는데 막상 양육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면 억울하다. 이게 인간의 마음이다. 부부 간에 갈등이 있을 때 그 가정은 희생양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둘 사이에 직접적인 싸움을 피하고 싶다보니 누군가에게 화풀이를 하려든다. 재혼을 했는데 남편이 아내를 학대하는 경우에도 아내는 어디엔가 화풀이를 해야 한다. 자신이 힘들다보니 아이를 학대한다.

아내가 남편을 숨 막히게 하면 남편은 이 결혼을 끝내버리고 싶다. 그러다 보니 아이의 사소한 행동도 눈에 거슬린다. 부부 간 갈등을 회피하고자 아이에게 원망을 돌린다. 아이가 말만 잘 들으면 아무 일이 없을 거라고 합리화한다. 아이가 밝게 웃으면 괴롭히지 못한다. 그런데 자기가 소리를 질러서 아이를 울려놓고는 아이가 징징댄다고 학대한다. 아이가 말을 잘 들으면 야단치지 못한다. 그런데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약속을 강요하고는 말을 듣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아이가 깨끗하면 야단치지 못한다. 그런데 자신이 씻겨주지 않고는 아이가 지저분하다고 야단친다. 겁에 질린 아이가 심리적으로 위축돼 대소변을 못 가리면 그걸 핑계로 아이를 욕실에 가둔다. 아이가 열어달라고 소리치면 그런다고 또 때린다.  

아이가 산만하고 마음에 안 들면 학대는 더욱 심해진다. 보통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가 있는 어린이는 발에 ‘모터’를 단것처럼 하루 종일 움직이고 계속 사고를 친다. 충동적인 양상도 있어서 뭐라고 하면 맞서서 소리 지른다. 아이가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해 하는 행동인데, 부모는 아이가 반항한다고 여겨 학대를 합리화하면서 문제가 심각해진다. 발달이 느린 아이도 학대의 타깃이 된다. 남의 아이인데 발달이 느리다면 평생 그 아이의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게 끔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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