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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제재 융단폭격’ 후 북한

“태평만댐 송유관 잠가라” 중국 몰아붙여야

‘평양 투항’은 對中외교에 달렸다

  • 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hoon@donga.com

“태평만댐 송유관 잠가라” 중국 몰아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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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원유 공급되는 한 北 정권 존속
  • ● 북한 정유공장 정상 가동
  • ● 3대 전략물자 유입 막아야 붕괴
“태평만댐 송유관 잠가라”  중국 몰아붙여야

3월 19일 촬영한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 북쪽의 석유 저장소. 중국이 대북 석유 공급 중단을 결정한다면 이곳의 송유관 밸브부터 잠가야 한다. [동아일보]

퀀텀 점프(quantum jump).

박근혜 정부 통일 정책이  북한 체제를 교체(regime change)하겠다는 쪽으로 ‘돌변’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할 대북 정책은 정치(精緻)하지 못하다. 한국 처지에서 통일은 북한 정권을 없애는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북한에는 이렇다 할 기업이 없다. 대부분 정부 소유다. 북한 당국, 노동당과 군 등은 북한에서 가장 크고 강력한 조직이다. 통일은 이 조직을 없애는 것이다. 이 조직 안에서 생존해온 이들은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에 저항할 수 있다.

임진왜란 때 의주까지 도주한 선조가 명나라를, 6·25전쟁 때 낙동강 방어선으로 몰린 이승만이 미국을, 인천상륙작전 이후 평안북도 강계로 쫓겨간 김일성이 중국을 끌어들인 것을 떠올려보자. 통일이 임박하면 북한 권력집단은 중국을 끌어들여 존속을 모색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극복하거나, 아예 일어나지 않을 방안을 마련해놓고 ‘통일 대박’과 ‘정권 교체’를 외쳐야 한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외교를 보면 그런 것 같지가 않다. 정권 교체를 거론한 것에 만족하며 자화자찬에 빠진 듯한 느낌이다. 이 같은 태도가 대북 정책에 허점을 낳을 수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의한 대북 제재(2270호 결의안)가 과거의 결의안보다 강력한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 정부의 노력 덕분에 이런 강력한 결의안이 나왔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점에 입각해 살펴보면 ‘과연 그런가’ 하는 의문이 든다.

사람과 조직은 에너지가 없으면 살 수가 없다. 그중에서도 원유는 산업사회를 지탱해주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북한은 필요한 원유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러시아나 친북 성향의 산유국에서 이따금 공급받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에서 공급받는다.

압록강 하구 단둥(丹東)에서 상류 방향으로 50㎞쯤 올라가면 중국이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라고 주장하는 호산장성(虎山長城)이 있다. 만리장성이 베이징 동북방의 산해관(山海關)에서 끝난다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인데, ‘땅 욕심’ 많은 중국은 이렇듯 억지를 부린다. 그런데 호산장성 옆 압록강에 ‘또 하나’ 기분 나쁜 것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아는 한국인이 많지 않다.

압록강에는 북한과 중국이 합작으로 건설했거나 운영하는 댐이 4개 있다. 하류부터 살펴보면 태평만(太平灣, 타이핑완)-수풍-위원-운봉댐이다. 태평만댐은 1987년 호산장성 옆의 중국 콴뎬현(寬甸縣)과 북한의 삭주군 방산리까지 1158m를 막아 완공했다. 18만㎾의 발전 설비량을 갖춘 것으로 알려진 이 댐은 전기만 생산하지 않는다. 압록강을 막은 이 댐에 북한으로 이어진 송유관이 개설돼 있다. 중국은 매년 50만t 넘는 원유를 북한에 보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이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던 2004년 4월 22일 평북 용천역에서 대폭발사고가 발생했다. 신의주에서 평양으로 가는 경의선(북한에서는 ‘평의선’이라고 한다)은 출발하자마자 둘로 갈린다. 하나는 용천으로, 다른 하나는 피현으로 간 다음 염주에서 합쳐져 평양까지 한 선으로 이어진다. 일제가 만든 경의선은 용천만 지났는데, 북한이 피현으로 돌아가는 철도를 추가했다. 철도를 추가 건설한 것은 피현에 중국에서 온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공장을 건설했기 때문이다.

피현으로 가는 철도는 산업선이라 여객의 수가 적다. 대신 석유를 받아가려는 화차들이 모여든다. 북한은 ‘1호 동지’에 대한 경호를 매우 중시하기에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김정일이 탑승한 열차를 여객이 적은 피현역 쪽으로 달리게 했다. 그래서 피현역에 있던 다수의 화차를 용천역으로 이동시켰는데, 그때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차가 기름을 실은 화차와 충돌해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정보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엔 2270호 결의안이 가동되는 지금도 피현 정유공장이 돌아간다고 한다. 정유공장의 가동 여부는 정찰위성으로 파악한다. 가동 중인 정유공장에서는 열이 나오기 때문에 주변보다 온도가 높은데 정찰위성이 이 열을 감지하는 것이다. 열 감지는 겨울에 더 잘할 수 있다. 북한은 5월 말까지도 제법 쌀쌀한데, 피현 정유공장에서 적잖은 열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코크스도 계속 제공 가능

다칭(大慶) 유전 등에서 나오는 원유를 중국이 ‘떳떳이’ 북한에 공급하는 것은 2270호 결의안에 원유를 공급하지 말라는 조항이 없어서다. 과거의 안보리 결의안에도 북한에 대한 원유 제공을 금지한다는 조항은 없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안보리에서 거부권을 가진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으로 가는 원유 차단만큼은 극력 반대해왔다. 2270호를 결의할 때 미국은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조항도 결의안에 넣으려 했으나, 중국은 그러한 초안을 만드는 것 자체를 반대했다.

결국 항공유 공급을 차단한다는 내용만 초안에 넣기로 했는데, 러시아가 ‘24시간 숙려’를 요구하는 식으로 거부권을 행사해 이것마저 빠졌다. 북한으로 들어가는 원유를 차단하는 내용이 중국의 조용하지만 완강한 반대로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아 다른 나라들도 북한에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

원유가 공급되는 한 북한 정권은 존속한다. 북한은 전쟁이 일어나면 전쟁으로 대응하고, 전쟁이 일어나지 않으면 핵과 미사일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면서 천안함 폭침-연평도 포격 같은 도발을 일으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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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편집위원 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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