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갤러리 산책

류웨이, ‘파노라마’ 展

폐관하는 ‘플라토’의 마지막 전시

  • 글 · 강지남 기자 | layra@donga.com, 사진 · 플라토 미술관 제공

    입력2016-05-23 14:3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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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8월 14일까지
    장소     플라토 미술관(서울 중구 세종대로 55 삼성생명빌딩)
    관람료  무료
    문의     1577-7595, www.plateau.or.kr

    삼성미술관 플라토(Plateau)는 재미있는 곳이다. 우선 도심 한복판에 있어 찾아가기가 쉽다. 미술관에 가면 언제든 요즘 가치로 100억 원이 넘는다는 오귀스트 로댕의 ‘지옥문’과 ‘칼레의 시민’을 볼 수 있다(이 미술관은 이 두 작품을 상설 전시할 목적에 1999년 ‘로댕갤러리’란 이름으로 개관했다). 가장 재밌는 점은 로댕의 거대하고 웅장한 조각 작품 앞에서 때로는 자극적이고 때로는 알쏭달쏭한 컨템포러리(comtemporary) 예술 작품이 기획 전시된다는 사실이다. 미술관은 지난 17년간 국내외 현대 작가들의 기획전을 50여 차례 열었다.
    이러한 플라토가 문을 닫는다. 삼성그룹이 경영효율화 차원에서 삼성생명빌딩을 매각하면서 이 빌딩에 입주한 미술관을 폐관하기로 했다. 로댕의 두 작품이 어디로 옮겨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한다. 새 보금자리가 어디든 지금처럼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곳은 아닐 것 같다.



    플라토는 중국의 차세대 대표작가 류웨이(Lui Wei)의 전시를 마지막으로 8월에 문을 닫는다. 1972년 베이징에서 태어난 류웨이는 톈안먼 사태 이후 성장한 2000년대 세대의 대표 작가 중 하나로 꼽힌다. 이번 전시는 그의 20여 년 작품활동을 총괄해볼 수 있는 회고전으로 기획됐다. 1999년 중국 예술계에 일대 파란을 몰고온 ‘포스트-감각적 감성 : 기형 신체와 망상’ 전에 출품한 ‘참을 수 없는’(1999), 그의 이름을 세계에 알린 ‘풍경처럼’(2004), 그리고 최근의 회화 및 설치 작품들이 나왔다.





    대형 설치 작품으로는 ‘하찮은 실수’(2009~2012)와 ‘룩! 북’(2014)이 눈길을 끈다. 이들은 어떤 풍경을 뜻할까(전시 제목 ‘파노라마’는 완전한 풍경, 즉 전경(全景)을 의미한다). 류웨이는 베이징의 숱한 재개발 현장에서 건축 폐기물을 수집해 ‘하찮은 실수’를 만들었다고 한다. 언뜻 보면 추상적인 성당 같은 구조물인데, 가까이 들여다보면 문짝, 창틀, 철골 등이 얽혀 있다. 폐허가 된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룩! 북’의 재료는 책. 작가는 도록에 실린 인터뷰에서 “지식의 가치에 대한 질문이면서도 가벼운 태도로 이해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관 맨 안쪽 어두운 방에 들어서면 우뚝우뚝 솟은 산들을 먹으로 그린 것 같은 ‘풍경처럼’이 나온다. 그런데 산이 아니라 사람의 엉덩이다. 2004년 상하이 비엔날레 때 애초 기획한 작품이 주최 측에 의해 거절되자 류웨이는 이 작품을 대안으로 내놨다. 주최 측은 중국 산수화 같다며 환영했다지만, 그는 ‘엉덩이’로 검열에 반항하고자 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은 신진 작가 류웨이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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