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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스마트 신입사원’ 향한 선배들의 ‘뒷담화’

  • 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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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매너리즘에 빠진 조직을 일깨우는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의사표현도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 하는데, 이걸 잘 모른다. 가끔 신입직원이 회식 자리에서 중간관리자를 거치지 않고 팀장이나 실장에게 불만사항을 쏟아낸다. 중간관리자들이 얼마나 난처하겠나. 겁이 없는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H식품회사 인사담당자 I씨)

“신입사원의 강한 주장이 가끔은 업무에 방해가 될 때도 있다. 일부 신입사원은 팀장이 내린 결정에도 불만을 표출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팀장이 회사의 매뉴얼대로 결정하고 부하직원들은 이를 따라야 할 때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팀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있겠나. 그럴 때는 말 잘 듣고 순종적인 후배가 그립다.”(B엔지니어링 D씨)



높은 자부심, 낮은 자발성

“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선배 직장인은 신입사원의 단점으로 ‘수동적인 태도’와 ‘개인주의 성향’을 꼽았다. [동아일보]

똑똑하고 자기 주장이 강한 신입사원을 후배로 둔 선배들의 만족도는 어떨까. 지난 1월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기업에 재직 중인 남녀 직장인 23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선배 직장인이 평가한 신입사원의 평균점수는 65.2점이었다. 학점으로 치면 D 정도로, 낙제점을 간신히 면한 수준이다. 2010년 조사에선 평균 73.0점이 나왔는데, 6년 만에 8점 가까이 떨어졌다.

선배들은 자기 주장을 당당히 하는 신입사원이 정작 자발성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인크루트 설문 결과를 보면 선배들은 신입사원의 가장 큰 단점으로 ‘시키지 않으면 하지 않는 모습’(46.9%)을 꼽았다. S해운회사에 근무하는 6년차 직원 T씨는 이렇게 말했다.



“선배들은 다음 날 오전까지 처리해도 되는 업무도 그날 야근을 해서 끝내는 게 일반적이다. 일을 빨리 마치고 새로운 업무를 더 맡기 위해서다. 요즘 신입사원에겐 이런 마인드가 없다. 3일 동안 10개 업무를 처리하라고 하면 3일 동안 딱 10개 업무만 하려든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U씨는 “신입사원은 자기 업무 이외의 일에 무관심하다”고 꼬집었다. 사무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엔 신입사원 책상 옆에 생수통, 복사기, 팩스 등 사무용품이 비치된 경우가 많다. 물통이 바닥을 보이면 물을 갈고, 복사용지가 떨어지면 채워야 할 텐데 도통 관심이 없다. 보다 못해 선배가 나서서 물통을 갈고 복사지를 채워도 신입사원은 가만히 앉아 있어 ‘주인의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때가 많다고 한다.

신입사원의 소명의식이나 직업정신이 예전만 못하다는 의견도 있다. H식품회사 인사담당자 I씨는 “직업인으로서 갖는 자부심보다 자신의 역량에 대한 자부심이 더 큰 것 같다. 대부분의 신입사원이 어려서부터 ‘똑똑하다’ ‘잘한다’라는 칭찬을 듣고 자란 탓에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입사원이 어려운 상황에 부딪히면 생각보다 빨리 무너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3월 중등교사로 발령받은 V 교사는 지각을 빈번하게 하는 학생을 지도하다가 격분한 나머지 학생을 체벌했다. 파릇파릇한 교사는 순식간에 ‘꼰대’로 전락했다.

24년간 교직생활을 한 W 교사는 “새내기 교사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랐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기성세대는 그야말로 산전, 수전, 공중전을 겪으며 외풍에 견디는 힘을 길렀다. 하지만 젊은 교사들은 처음엔 자신감에 넘치지만, 그런 훈련을 받지 못해선지 인생의 작은 회오리바람에도 버티지 못하고 발령 6개월만 지나면 좌절하곤 한다”는 것이다.



충성심과 유대감 사이

“외모·실력·눈치 뛰어난데 내 일 아니면 나 몰라라”

전문가들은 선배 직장인들이 신입사원에게 ‘개인주의자’ 낙인을 찍으면
직장 내 세대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동아일보]

취업 포털 사람인의 자료에 따르면 입사 1년 내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자 비율은 평균 44%로 집계됐다. 조기 퇴사 이유로 신입사원은 ‘적성에 맞지 않는 직무’(42.1%)를 첫손에 꼽았지만 인사담당자들은 ‘인내심 부족’(49.1%)을 1위로 꼽았다.

눈여겨볼 통계는 또 있다. 지난 1월 잡코리아의 설문 결과 선배 직장인들은 신입사원에게 불만족스러운 점으로 ‘지나친 개인주의 성향’(19.7%)을 꼽았다. 변지성 잡코리아 홍보팀장은 “선배 직장인은 다른 사람과 함께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신입사원들은 자신에게 집중한다. 선배들은 신입사원의 이런 정서가 개인주의 성향에서 비롯된다고 보는 듯하다”고 분석했다.

한 출판사의 10년차 기획자 X씨는 “신입사원에게 유대감을 갖기 어렵다”며 이렇게 토로했다.  

“우리 세대는 옆 사람의 업무가 끝나지 않으면 기다렸다가 같이 퇴근한다. 이왕 늦었으니 ‘밥이나 같이 먹자’며 술잔을 기울인다. 상사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동료가 곤란한 상황이면 눈치껏 행동하고 돕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서 공동체 의식이 생겨나고 연대감이 강해진다. 요즘 신입사원은 자기 일이 끝나면 칼같이 퇴근하고, 업무에서도 내 일, 네 일을 두부 자르듯 가른다. 회사와 동료에 대해 충성심까지는 아니어도 연대감 정도는 가져야 하지 않을까.”

전자기업에서 근무하는 Y 차장은 “신입사원들이 선배 사원에게 고민을 쉽게 털어놓는 모습에서 개인주의 성향을 느낀다”고 말했다.

“기성세대는 자존심 때문에 자신의 고민이나 문제를 쉽게 오픈하지 못한다. 문제와 자신의 역량을 동일시하기 때문이다. 반면 신입사원들은 선배에게 별의별 이야기를 다 털어놓는다. 문제를 자신과 철저하게 분리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설령 일이 잘못되더라도 괴로워하거나 위축되지 않는다. 자신의 역량이 부족해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윗사람들은 그런 태도가 괘씸해 ‘사고 쳐놓고 반성도 안 한다’고 비난한다.”



“이것이 공동체다”

전문가들은 “이런 상황을 방치하면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직장 내 세대갈등이 심화할 수 있어서다. 갈등 심화는 성과 하락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선배와 신입사원의 화합을 도모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최명동 한국경영혁신중소기업협회 전무의 말에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해법이 있다.

“선배 직장인들은 신입사원의 이런 성향과 사고방식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들에게 무엇이 공동체이고, 어떻게 해야 배려하는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 신입사원 역시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조직 내 화합을 도모할 수 있다.” 





신동아 2016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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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객원기자 | kkh479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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