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새 연재〉 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그렇게 우리는 집을 짓기로 했다

1화_도심 ‘꼬마주택’ 선택까지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그렇게 우리는 집을 짓기로 했다

2/2

혜화동은 대학 다닐 때, 2002년 월드컵 때의 추억이 깃든 곳이고, 우리 부부가 신혼생활을 시작한 곳이기도 해 고향같이 푸근하다. 또한 문화적인 에너지가 가득해 심심할 틈이 없는 곳이다. 게다가 성균관대와 서울대병원이 있어 안정적으로 월세를 받을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반면 방배동 땅은 네모반듯해서 50평 이하 작은 땅,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에겐 멀리 전학 간다는 느낌 없이 적응하기 좋은 곳이다. 다행히 그때 방배동은 재개발이 해제된 곳도, 진행 중인 곳도 있어 어수선했고, 그 틈에 매물이 많아 잘만 찾으면 보물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 선에서 검토한 곳이 100군데가 넘고, 자체 검열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편과 함께 찾아가 살펴본 집만 해도 20곳이 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향(向)이 나쁘지 않고 넓이도 어느 정도 되면 주차장을 만들기 어렵다거나, 큰길에서 가까워 위치는 마음에 드는데 사무실과 우리 집을 동시에 해결하기에는 좁았다. 방배동에서 찾은 한 다세대주택은 크기도 적당하고 위치도 좋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신축이 어렵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우리가 사용할 지하와 맨 위층만 리모델링하고, 임대도 절반 정도는 월세 아닌 전세를 놓아 비용을 충당해야 할 것 같아서 이리저리 재는 맘이 앞섰다.

이렇게 집 보러 다니던 2014년 즈음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 때가 아니었기에 느긋한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인가 결심을 굳히고 부동산 중개소에 연락하면 이미 팔렸다는 집이 나오기 시작했다. 서촌에서 2군데, 방배동에서 2군데. 마음이 갑자기 급해졌다. 두근두근 인생의 서막이 오르기도 전에 벼락같이 암전된 기분이 들었다. 여유롭게 산책하듯 둘러볼 때가 아니다.

인터넷을 살펴보거나 아는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화해 확인하는 식으로 집을 찾던 방식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움직여야 할 때다. 돈이 풍족하면 맘에 드는 집을 선택하면 되지만, 돈이 여유롭지 않으니 적당한 집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이마저도 안 되겠다 싶으면 지역이라도 바꿔야 한다.



이제는 경매 물건도 보기 시작했고 마포까지 눈을 넓혔다.



연어는 아니지만 강남을 떠난다

아이를 둔 보통의 가정에서 주거환경을 바꾼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특히 아이들이 잘 적응해줄지, 학군은 괜찮은지 걱정이다. 우리는 아파트가 밀집해 있는 서울 서초구 잠원동에서 10년째 살고 있었다. 당장 집을 지으려면 단독주택을 지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는데, 잠원동 단독주택 지역은 너무 비싸고 덩치도 크다. 작은 집을 찾는다 해도 자칫 은행이 주인이 되는 집, 전세로 꽉 찬 집에 우리가 얹혀사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주차장, 사무실 문제가 함께 해결되면서 지속가능한 우리 집이 되려면? 아이들을 전학시킬 수밖에 없다!

이사 가기로 마음먹고 이 사실을 주변에 알렸을 때 사람들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생빚을 내서라도 강남으로 내려올 판에 연어도 아닌데 왜 역류하려는 거냐며 다시 생각해보라는 쪽이 대다수였고, 사교육의 덫에 걸려 힘들어하던 부류는 우리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줬다.

“좋은 학교 보내서 상위권 유지하는 거 힘든 거 알지? 그런 학교에 가도 상위 몇 퍼센트 안에 못 들면 선생님 관심 밖이고, 워낙 사교육에 치중하다보니 학교에서는 야간 자율학습도 안 시키고 책임도 안 져. 어차피 고등학교 때 족집게 과외비로 월 200만 원 이상 쓸 거 아니면 지금 잘 판단하는 게 아이들에게도 좋을 수 있어.”

사실 이것도 해볼래, 저것도 해보고 싶어, 여기 꼭 좀 보내줘 하며 공부에 욕심내는 아이들이었다면 정말 이사하자고 결정하기 힘들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아이들은 축구와 피구와 달리기를 좋아하고, 하루 종일 레고 놀이에 빠져 있다가 숙제해 가는 것만도 감사해야 하는 지극히 평범한 초딩 남자아이 둘이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는 아이가 못미더워 학원 갈 시간이 되면 전화로 체크하고, 아이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학원을 빼먹기 일쑤였다. 둘째 아이는 하루가 멀다 하고 울먹이면서 “엄마, 나 데리러 학교에 오면 안 돼?” 하고 전화를 했다. 날마다 전쟁. 우리 가족은 서로에 대한 믿음을 쌓고 편안해지는 연습이 공부보다 급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집이 내게 왔다

그날이 정확히 며칠이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2015년 3월의 어느 월요일이었다. 벌써 땅을 보러 다닌 지 6개월째. 몇 개의 집을 놓치고 급한 마음이 들던 차에 나는 무작정 집을 나섰다. 오늘은 혜화동이다! 인터넷에서 본 매물을 확인하고 다른 괜찮은 건 없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부동산 아저씨는 최근에 매물이 많이 빠지고 있다면서, 인터넷에 올린 물건을 보여주겠다며 길을 나섰다.

혜화로터리에서 아남아파트 길을 따라 올라가다가 좁은 골목길로 들어섰다. 차가 들어갈 수 없어 후미진 곳이라 할 수도 있는데, 갑자기 차 소리가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걸음이 느려지는 길이었다. 신혼 때 남편과 자주 산책하던 골목길이기도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차가 들어올 수 있을 정도로 골목이 넓어졌고 다시 더 좁은 골목 안으로 구불구불 들어갔다. 최소 50년은 됐음직한 한옥이었다. ‘이건 아닌데…. 주차장을 만들 수 없고 사무실로 쓰기에도 너무 안쪽이잖아.’

아저씨는 옆집처럼 지으면 원룸이 족히 10개는 나온다며 아주 괜찮은 물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마음에 안 들어하는 내 표정을 읽었는지 되짚어 나오면서 코너에 있는 집을 가리켰다. “이 집도 나와 있어요. 아까 집과 면적은 비슷하지만 1억 더 비싸요.”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조용한 골목길, 지금은 주차장이 없지만 신축하면 주차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 아담한 집. 햇빛이 집 전체를 감싸듯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우리의 목표는 원룸이 아니다. 사무실, 우리 집, 그리고 주차장을 해결할 수 있는 집이다. 바로 남편에게 주소를 찍어 보냈다. 남편에게서 곧 연락이 왔다. 도로로 2m 잘리기는 하지만 잘리는 면이 짧은 면이라 다행이고 북쪽 도로가 어쩌고 도로사선이 어쩌고 저쩌고….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면 후광이 비친다고 하던가. 나는 그 집에서 후광을 봤다. 서막이 열리기도 전에 암전되는 충격에서 완전히 벗어나 희망의 팡파르가 울려 퍼지는 순간이었다.

땅 보러 다닐 때 눈여겨보세요!만약 당신이 많지 않은 돈으로 도심에 집을 짓고자 한다면, 구도심에서 작은 땅을 찾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구도심 땅을 볼 때는 공원이나 작은 산, 괜찮은 운동시설, 재래시장 등의 위치를 확인하며 생활이 불편하진 않을지 체크해봅니다. 요즘은 인터넷 포털사이트 지도를 통해 기본적인 정보를 얻기 좋은 세상입니다. 우리 부부는 먼저 인터넷 지도 거리뷰 보기로 살고 싶은 동네의 모습을 확인하고, 틈날 때마다 그 동네에 가서 산책하기를 즐겼습니다.

그리고 땅을 볼 때 꼭 명심해야 할 건축법이 있습니다. 다음 사항들은 땅 보러 다닐 때 꼭 유념하세요!

1종 일반주거지역, 2종 일반주거지역
모든 땅에는 지역, 지구라는 것이 있는데, 이에 따라 같은 동네라도 건폐율(대지 면적에 대한 건축 면적의 비율),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지상 건축물의 연면적 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청이나 인터넷에서 ‘토지이용계획확인원’을 발급받으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독주택이 들어설 수 있는 주거지역을 예로 들자면 전용주거지역 1종과 2종, 일반주거지역 1, 2, 3종으로 나뉩니다. 건폐율과 용적률은 지상에 지어지는 건축물의 규모를 결정짓는 가장 기본적인 기준이므로 꼭 확인해야겠지요! 30평 땅으로 면적이 같더라도 2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200%이므로 지상에 60평까지 지을 수 있지만, 1종 일반주거지역은 용적률이 150%이므로 45평까지만 지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건축 가능한 규모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조권
우리 부부가 작년에 땅을 살 때만 해도 ‘도로사선’이라는 규제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규제가 없어졌습니다. 따라서 ‘일조권’만 유의하면 어느 정도 건축 가능한 규모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조권이란 인접 건물에 일정량의 햇빛이 들도록 보장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북쪽에 있는 뒷집에 햇빛이 들게 하려면 우리 집을 남쪽으로 붙여 지어야 하기에, 좁은 땅에서 건축할 때 일조권은 매우 민감한 사항입니다. 일조권은 앞·뒷집 대지 각 부분의 높이와 방향에 따라 복잡한 계산이 필요합니다. 땅이 좁으면 일조권 때문에 4층으로 건물을 올리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런데 4층 건물 짓기에 유리한 경우도 있습니다. 우선 북쪽으로 도로, 공원, 하천이 있는 경우입니다. 일조권이 도로나 하천의 건너편에서 시작하므로 4, 5층까지 일조권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다음으로 북쪽 대지가 높은 경우입니다. 이 경우 두 대지의 가중평균으로 일조권을 적용받기 때문에 건물 높이를 올리는 데 유리해집니다. 또한 남북 방향으로 길쭉한 대지가 유리합니다. 일조권을 적용받더라도 남쪽으로 건물을 붙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은 북동쪽에 도로가 있고, 북서쪽 대지가 높고, 남북으로 조금 더 긴 땅이라 일조권 적용에 유리했습니다.

막다른 도로
일조권과 함께 건축면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는 막다른 도로가 있습니다. 차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면 후진해서 나와야 하는데, 막다른 골목에서 이는 매우 힘든 일입니다. 따라서 건축법은 35m 이상 되는 막다른 도로의 최소 폭을 6m로 규정합니다.

이는 내 땅이 35m 이상 되는 막다른 도로에 접해 있다면, 지적도상 도로 중심선에서 좌우로 3m씩 후퇴한 곳이 신축하는 땅의 대지 경계선이 된다는 말입니다. 만약 길이가 35m 이상이고 폭이 2m인 막다른 도로에 대지가 8.1m 접해 있다면 우리 집이 2m, 맞은편 집이 2m의 땅을 도로 용도로 내놔야 합니다. 즉, 2m×8.1m=16.2㎡만큼 대지 면적이 줄어든다고 보면 됩니다. 16.2㎡는 4.9평으로 웬만한 크기의 안방 하나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슬프게도 우리 집 이야기입니다(ㅠㅠ).

이상은 우리 집 사례를 중심으로 검토한 것입니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사안을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일조권, 건축선 후퇴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려면 주변 대지를 측량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비용이 들더라도 전문가에게 상담 받아보기를 권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집을 짓기로 했다

명륜동 우리 집은 막다른 도로에 접해 있어 건축면적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재 혁


그렇게 우리는  집을 짓기로 했다
‘놀이터 같은 집’을 모토로 삼는 건축가. 재미있는 공간이 삶을 풍요롭게 한다고 믿는다.
서울시 공공건축가이자 한국목조건축협회에서 시행하는 5-star 품질인증위원으로 활동한다. 2004년 신인건축가상, 2008년 올림픽공원 내 올림픽프라자 리모델링으로 서울시건축상을 받았다.


홍 현 경


그렇게 우리는  집을 짓기로 했다
‘가드너’로 불리고 싶은 전직 출판편집자.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20년 동안 해오다 2014년 가을 퇴직했다. 요즘 정원 일의 즐거움에 푹 빠져 ‘시민정원사’로 활동하고 있다.







신동아 2016년 6월호

2/2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목록 닫기

그렇게 우리는 집을 짓기로 했다

댓글 창 닫기

2019/06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