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6월호

He & She

황재형

제1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 글·손택균 | 동아일보 문화부 기자 sohn@donga.com, 사진·동아일보

    입력2016-06-01 17: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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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석(美石)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예술혼을 기리는 박수근미술상이 동아일보와 강원 양구군 등의 주최, 양구 박수근미술관의 주관으로 제정됐다. 첫 수상자에 황재형(64) 작가를 만장일치로 선정한 심사위원단은 그를 “관찰자의 그림이 아닌, 삶과 일치하는 예술작업을 견지해온 흔치 않은 인물”이라 평했다. 황 작가는 출세작 ‘황지330’(1981, 국립현대미술관 소장)이 안긴 자책감을 떨치려 33년째 강원 태백시에 틀어박혀 살았다.

    “스물아홉 때 나는 노동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 탄광촌을 돌아다니다 태백 황지탄광에서 만난 광부의 식사 초대를 받았다. 부인이 곗돈 들고 도망가 혼자 살던 이라 손수 밥상을 차려 왔는데, 라면과 김치 찌꺼기가 밥상 여기저기 붙어 썩고 있었다. 구역질을 참으며 먹는 둥 마는 둥 앉았다 돌아오는 길에 회의감이 밀려왔다. 글로 읽어 얻은 관념과 실체의 괴리가 부끄러웠다.”

    이듬해 다시 찾았을 때 그 광부는 갱도 매몰사고로 사망한 뒤였다. 번호표 ‘황지330’이 붙은 그의 작업복을 화폭에 옮겨 명성을 얻은 황 작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고작 세상 구경꾼 주제에 무슨 예술을….’

    그려낸 작품의 무게를 책임질 방도를 고민한 끝에 탄광촌으로 터전을 옮겼다. 고향 전남 보성 바닷가 모래사장에서 종일 그림만 그리던 어린 시절처럼, 외곬으로 묵묵히 붓만 움직이며 세월을 쌓았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가 말한 양졸(養拙, 질박함을 기르다)의 가치를 몸으로 좇은 자취가 그의 작품과 작업 공간 곳곳에 화석처럼 남았다.

    “그림에 ‘땀의 증거’를 담고 싶었다. 어떤 일을 하든 삶의 모든 조화는 땀에서 비롯한다. 작게는 미술계, 크게는 현대사회가 그 믿음에 어긋나 있다고 판단해 떠나왔다. 어떤 작가는 그림에 자신의 생각을 담는다. 나는 내 생각을 담은 그림을 그린 적이 없다. 내 그림은 내 땀이 자득(自得, 스스로 얻기)한 흔적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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