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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부실정리 기관에서 선제적 위기대응 기관으로”

설립 20년 맞은 예금보험공사 곽범국 사장

  • 윤영호 | 동아일보 출판국 기획위원 yyoungho@donga.com

“부실정리 기관에서 선제적 위기대응 기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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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한은, 금감원, 예보의 유기적 협력 중요”
  • ● 공적자금 회수율 66.2%…미국 수준 넘어
  • ● “국내에선 힘 없어도 국제적 위상은 높다”
“부실정리 기관에서 선제적 위기대응 기관으로”

[홍중식 기자]

부실 금융회사 정리기관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뉴스의 중심이 되는 상황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를 비롯해 2002년 신협 구조조정,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저축은행 구조조정 등 금융 시스템에 위기가 발생할 때나 전면에 등장하는 기관이라서다. 예보는 그때마다 부실 금융회사에 자금을 지원해 신속히 정리함으로써 예금자를 보호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을 지켜왔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예보는 다른 이유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6월 1일로 설립 20주년을 맞이한 것. 예보는 그간 금융 안정의 한 축으로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온 덕분에 국내외에서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예보는 ‘성년’을 맞아 이에 만족하지 않고 선제적 위기 대응 능력을 갖춘 최고의 금융 안정 및 예금자 보호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기업 이미지 통합(CI)도 교체했다.

6월 10일 곽범국 예보 사장을 만나 예보의 그간 성과와 미래 비전에 대해 들었다. 곽 사장은 한양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해 기획재정부에 들어간 뒤 금융정책실에서 오래 근무했다. 2010년엔 농림수산식품부에 파견돼 2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이후 국유재산심의관, 국고국장,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 등을 역임하다 지난해 5월 예보 사장에 취임했다.



“예금보험료는 비용 아니다”

▼ 부실을 사전에 막는 선제적 대응 능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 사전적 리스크 관리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하는데, 그게 성공하려면 금융감독원(금감원)과 감독 정보를 충분히 공유해야 할 텐데.

“기본적으로 금융권 핵심 정보에 대해선 실시간으로 공유한다. 법에 금감원과의 공동조사와 단독조사권이 명시돼 있어 1년에 업권별로 한두 곳씩 공동검사도 같이 한다. 연말엔 다음 해 공동검사 계획을 짜고 분기별로 협의도 해서 잘 진행하고 있다. 한국은행(한은)도 최근 금감원과 함께 농협은행 공동검사에 나갔다는데 예보도 그 자료를 받기로 했다.

3개 기관이 협조를 잘하니 우려할 필요는 없다. 물론 검사를 받는 금융회사에 금감원이나 예보 같은 감독기관이 우르르 몰려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예보 스스로 역량을 축적해 예보만이 할 수 있는 특장을 잘 살리면 금감원이 먼저 나서서 예보와 공동검사를 요청할 것이다. 그런 부분에 대한 신뢰관계를 계속 쌓아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사전적 리스크 관리 활동과 관련해 금융회사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을 개발했다고 들었다.

“최근 그것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면서 한은과 금감원 관계자들을 초청했다. 두 기관의 고유한 시각도 반영하려는 취지였다. 상당히 긍정적인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아직 모형 개발 초기라 테스트 결과를 해석할 때는 반드시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도록 강조했다. 기계적 모델에서 나오는 값만으로는 올바른 해석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vs 농협은행

▼ 금융회사의 재무건전성에 따라 예금보험료를 달리 적용하는 차등 보험요율제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보험요율 차이가 징벌적 수준이 돼야 하지 않나.

“2018년이 되면 요율 차이가 ±10으로 오른다. 최고 20%포인트 차이가 나므로 결코 적은 금액은 아닐 것이다. 이 제도는 예보의 가장 큰 정책수단이기에 금융업권별로 잘 협의해 정착시켜갈 예정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금융회사에서 아직도 보험료를 비용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가령 어떤 금융기관이 예금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어느 예금자가 그 금융기관을 이용하겠나. 관성적으로 비용으로 인식하는 사고방식은 고쳐야 한다.”

▼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피해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사전적 리스크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같은 곳에 올인(다걸기)하는 우리 금융기관의 대출 관행, 즉 쏠림 경영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도 중요할 텐데.

“차등 보험요율 부과 외에 지난해부터 추가로 차등평가 결과 종합 분석 자료도 해당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전달하고 있다. 가령 퇴직연금에 대한 별도 리스크 관리가 안 돼 있다든지, 저축은행이 대출 한도를 회피하려 여러 곳과 공동으로 대출하는 등의 문제가 드러났다면 이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시할 예정이다. 금융회사 스스로 고쳐가도록 하려는 취지에서다. 또한 동급 금융회사 간 평균 비교평가 자료도 제공할 것이다. 물론 금융회사들이 서로 벤치마킹하겠지만 제3의 평가기관이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 우리 금융회사들은 평소엔 리스크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가 경기침체기에 접어들어서야 뒤늦게 리스크 관리를 한다고 부산을 떠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 보니 은행 돈을 빌린 기업들이 ‘비 올 때 우산 뺏어간다’는 비난도 많이 한다.

“사실 리스크 관리란 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외환위기 직후에야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부각됐다. 그 이전에 은행은 그야말로 ‘대마불사(大馬不死)’였다. 절대 망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계속 외형 성장 위주의 경영을 해왔다. 지금도 이런 관행이 남아 있다. 금융회사 CEO가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다 보면 평소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CEO라면 위기 때 빛을 발하도록 평소에 리스크 관리를 잘해야 한다.

최근 우리은행 사례가 좋은 본보기다. 물론 우리은행도 과거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못해 큰 위기를 맞은 때도 있었지만 이순우 전 행장과 이광구 현 행장은 경기침체에 접어들기 전에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고 여신 관리에 신경 쓰는 등 내실 있는 경영을 해왔다. 그 결과 최근 조선업과 해운업 부실 문제가 터졌는데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반면 농협은행은 그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 이후 외형을 키우면서 이 업종 저 업종 가리지 않고 대출해줬고, 그 결과 부실채권이 증가했다.”

▼ 우리은행 얘기가 나왔으니 민영화 문제를 짚지 않을 수 없다. 지금껏 우리은행 민영화에 실패한 것이 궁극적으론 정부에 민영화 의지가 없기 때문 아니냐는 시장의 의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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