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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馬 키우는 정부 끌려다니는 韓銀

부실기업 구조조정案은 부실투성이

  • 윤석헌 | 前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syoon@ssu.ac.kr

大馬 키우는 정부 끌려다니는 韓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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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2조 공적자금 투입…‘일단 기름 가득 채우자’?
  • ● 서별관 회의는 밀실 관치금융 전형
  • ● 한은의 대출 결정, 한은법 저촉 우려
  • ● 찍소리 못하는 금감원…‘금융안정협의회’ 등 대안 절실
大馬 키우는 정부 끌려다니는 韓銀
6월 8일 정부가 발표한 ‘기업 구조조정 추진계획 및 국책은행 자본확충 등 보완방안’(이하 추진계획)에는 구조조정의 원칙과 방향이 안 보인다. 정부는 12조 원의 공적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마치 구조조정의 전부인 듯 서둘렀지만, 부실해진 산업은행(산은)과 수출입은행(수은)에 대한 출자 외에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 이 자금으로 무슨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인지 등은 제시하지 않았다. 그간 발생한 부실의 책임 소재에 대한 언급도 없고, 앞으로의 책임에 대한 언급 역시 없었다.

“앞으로의 여정이 얼마나 길지, 도중에 어떤 고비를 만날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일단 차에 기름을 든든하게 채우고 출발하는 수밖에 없다.”

추진계획 발표 직후 정부 고위 관계자가 어느 일간지에 했다는 말이다. 강 건너 불 보듯 하는 방관자적 뉘앙스가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표현을 연상케 한다. 여정도 없이 출발하면 이번엔 제대로 갈 수 있을까. 정부 주장대로 산업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을까. 국민은 답답하다. 정부는 ‘조기 출발’이 시장의 불필요한 혼란을 최소화할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나, 혼란의 실제 원인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허둥대는 정부에 있어 보인다.

정부가 허둥대는 이유가 혹시 한국 경제에 대한 비전 부재 때문은 아닐까. 비전이 없으니 구조조정의 갈피를 잡을 수 없고, 그렇다보니 국민 눈에 허둥대는 모습으로 비치는 것이다.

조선·해운업의 미래가 어떨지도 모르고, 이번 지원으로 국내 조선업계가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도 알기 어렵다. 전환기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 즉 ‘대마(大馬)’를 계속 지원하는 게 옳은지, 대마 지원을 위해 정책금융을 동원하는 게 바람직한지 등도 알지 못한다.

게다가 정부가 제시한 3가지 트랙(경기민감업종, 상시적 구조조정, 공급과잉업종)에서 잘 드러나듯, 기업 구조조정 문제는 조선·해운업만의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대부분의 산업에 걸쳐 일어나게 된다.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한국 기업의 평균 나이가 40세에 근접하면서 한국 경제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다시 말해 그간의 제조업 및 수출 위주의 불균형 성장전략에서 벗어나 수출과 내수가 조화를 이루는 균형성장 전략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도달한 것이다. 이러한 성장 전략은 급변하는 글로벌 금융환경 속에서 국가의 시스템 리스크(systemic risk) 완화에 기여해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룩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전환기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작금의 기업 구조조정을 이끄는 등대가 돼야 하는 건 당연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기업 구조조정은 한국 경제의 ‘성장통’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출발을 서두르기보다 여정표를 제대로 만든 뒤 출발하는 게 나아 보인다. 물론 구조조정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이 생길 것인데, 지금 그것들을 모두 걱정할 순 없다. 그러나 동서남북 중 어디로 향할 것인지, 목적지는 어디쯤인지 등기본 방향은 정하고 가야 하지 않을까.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지원, 2013년 STX조선해양 지원에서 이런 절차를 거쳤더라면 오늘 같은 실패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이제까지 수조 원을 날리고도 여전히 주먹구구식 지원을 반복하는 것을 국민은 납득하기 어렵다. 조선 업황이 불투명하고, 경기 주기가 과거보다 길어졌고, 중국 조선사들의 추격이 급박한 상황이라 한 치 앞을 예단하기 어렵다면 이제는 지원을 중단하는 옵션도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사실 정부가 조선업 등 특정 산업을 지원하다 실패한 것도 문제지만, 지원의 이유가 불분명한 것은 더 큰 문제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성공의 열매는 기업주와 경영자, 정치권과 정부, 국책은행 등이 향유하고 실패의 부담은 전 국민에게 전가되는 도덕적 해이 발생이 우려된다.



관치금융이 키운 대마불사

이번 대우조선해양 사건의 핵심은 ‘관치금융이 키운 대마불사(大馬不死)’로 이해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은 자회사인 것은 관치금융의 결과이며, 관치금융을 등에 업은 무분별한 지원이 방만 경영을 부추겨 이 회사를 대마로 만들었다. 그러니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은 정부와 정치권이고, 그 하수인은 산은 등 국책은행이다.

이러한 가설은 홍기택 전 산은그룹 회장에 의해 일부가 사실로 확인된다. 6월 8일자 ‘경향신문’은 2015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산은의 4조2000억 원 지원과 관련해 홍 전 회장이 “작년 10월 청와대 서별관 회의에서 당시 최경환 경제부총리,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결정한 것이며,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었다. 산은은 들러리였다”라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홍 전 회장은 “지원 규모와 분담 방안 등은 협의 조정을 통해 이뤄졌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오히려 부실한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정부의 결정이었음을 재차 확인한 셈이 됐다.

국책은행이라 해도 이사회나 주주총회가 아니라, ‘서별관 회의’라는 비공식 회의체에서 투명하지 않은 방법으로 은행의 대출에 개입한 것은 관치금융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홍 전 회장은 “관료와 금융기관 간에는 지금도 ‘시키는 대로 하라’는 군대식 서열 문화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런 부분이 투명해지지 않으면 한국 금융의 미래는 없다”고도 말했다.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대우조선해양 회계를 들여다보던 산은 출신 감사를 해임했다”는 발언도 주목할 만하다.

들여다볼 대목은 더 있다. “…2013년 STX조선해양과 팬오션 문제가 불거졌는데 서별관 회의에서 산업은행이 무조건 떠안으라고 했다. 채권이 많아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시장 붕괴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논리였다….” 관치금융에 의한 대마 키우기를 여실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러나 2013년 산은이 떠안은 STX조선해양의 부실은 해소되지 않고 계속 불어났고, 이에 이 회사는 지난 5월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대마가 ‘죽으면’ 시장 붕괴로 경제위기가 올 수 있다는 주장이 추가적인 지원을 유도했고, 그 지원으로 대마를 더 키우다가 결과적으로 국민경제 부담을 더 키워놓은 것이다.  



컨트롤타워의 ‘손쉬운 선택’

大馬 키우는 정부 끌려다니는 韓銀

정부는 12조 원의 재원을 마련하고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해운사들을 살리기로 했다. [뉴시스]

낙하산 인사 또한 관치금융의 빼놓을 수 없는 구성요소다. 이번 사건에서도 낙하산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 산은의 강만수·홍기택 전 회장, 수은의 이덕훈 행장을 거쳐 대우조선해양의 사장들과 사외이사 그룹에 이르기까지 정치권과의 연관성을 부정하기 어려운 인사들로 채워졌다. 홍 전 회장은 “산업은행 계열사에 대한 청와대와 금융당국의 인사 개입이 도를 넘었다”며 “산업은행 자회사 CEO, 감사, 사외이사 등 임원 자리를 청와대와 금융당국이 각각 3분의 1씩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김기식 전 의원(더불어민주당·19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임명된 대우조선해양 사외이사 18명 중 10명이 ‘정(政)피아’로 드러났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7명 중 5명이 정치권 출신이었다. 민병두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2004년부터 60명의 정·관계 인사가 대우조선해양에서 고문·자문·상담역으로 근무하며 평균 8800만 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들은 금융 전문성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어려운 인사들인데, 회사 경영에는 얼마나 깊은 관심을 기울였을까. 이런 상황이 크게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대우조선해양의 향후 경영은 과연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을까.

최근 구조조정 추진에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이 강조되는데, 의사결정의 구심체가 불분명하다 보니 구조조정 업무가 체계 없이 우왕좌왕하며 골든타임을 허송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이슈는 정부의 역할과 연관되므로 정부의 역할부터 따져봐야 한다. 정부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국책은행 주주로서의 역할이다. 구체적으로 산은의 정책금융업무를 최종적으로 감시·감독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역할이다. 이 밖에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8.5%를 소유한 금융위원회는 기금재산에 대한 선관주의(善管注意,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 의무도 있다. 그런데 이런 관점에서는 별도의 컨트롤타워 지정은 필요 없어 보인다. ‘소유주’ 정부가 컨트롤하고, 산은과 수은 등 국책은행이 집행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만 컨트롤타워가 실제로 잘하고 있는지는 또 다른 문제로 남는다.

정부의 두 번째 역할은 국가 위기상황에서 발생한다. 만약 지금이 외환위기 또는 그와 유사한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면 정부가 이를 선포하고 위기관리의 컨트롤타워를 지정하는 것은 당연하다. 1997년 외환위기 발생 직후 김대중 대통령이 이헌재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을 기업구조 개혁의 총책임자로 임명한 것처럼 대통령이 특정인이나 부처를 지정해 위기관리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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