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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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 방역, 개성한옥마을 보존 “작은 통일에서 큰 통일로”

남북교류협력의 어제와 오늘

  • 최용환 | 경기연구원 연구위원 yonghwan@gri.re.kr

    입력2016-07-08 11:3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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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9월 6일 새벽, 평상시 2.3m를 유지하던 임진강 수위가 4.7m까지 치솟았다. 그 탓에 야영객 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임진강 상류지역에 북한이 건설한 황강댐의 무단 방류에 있었다. 일주일 전 북한 토산군 지역에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사고 당일은 비가 내린 것도 아니어서 사전 통보 없는 방류에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이 사고를 계기로 임진강 하류 지역 홍수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건설 중이던 군남홍수조절댐을 조기 완공하고, 임진강 수위 변화에 대응하는 경보체계를 재정비했다.

    최근 임진강 유역은 극심한 용수 부족과 하류로부터 역류되는 염분 섞인 물로 인한 피해에 시달리고 있다. 예년에 비해 적은 강수량도 원인이지만, 2008년부터 담수를 시작한 북한 황강댐에도 문제가 있다고 본다. 2007년 12월 완공된 황강댐은 총 저수용량 4억㎥, 유효저수용량 3억5000만㎥ 규모의 복합댐이다. 북한은 황강댐에 담수 가운데 일부를 예성강으로 돌려 유로변경식 발전용으로 사용한다.

    강수량 부족과 황강댐 담수 등이 겹치면서 이제 갈수기 물 부족과 이에 따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정부 당국은 군남홍수조절댐 담수 시기를 조정하는 등 대응에 나서지만, 근본적으로는 남북 협의를 통한 실태조사와 유량배분 등 합의가 필수적이다.

    이외에도 한반도 접경지역에서는 남북 공동 대처가 필요한 사안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1980년대를 지나며 한국 사회에서 사라진 질병 말라리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다시 환자가 급증했다. 말라리아는 열대성 질환이다. 따라서 해외여행이나 온난화의 결과라면 대도시나 남부지역에서 환자가 증가해야 하지만 국내 말라리아 위험지역은 인천, 경기 등 서북부 접경지역이다.





    초(超)국경 질병 증가

    이는 명백하게 북한지역의 보건의료체계 붕괴로 인한 피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실제 말라리아 환자의 대부분은 접경지역에서 근무하는 군 장병들이다. 말라리아 위험지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의 주민들은 잠재적 보균자로 취급되기 때문에 헌혈도 받지 않는다.

    이외에도 건조한 계절 비무장지대에서 해마다 산불이 일어나지만, 군사적으로 첨예한 지역적 특성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다. 그뿐 아니라 삼림 병충해를 비롯해 구제역, 조류독감 등 각종 초(超)국경 질병이 증가하면서 남북 간 협력은 불가피하다. 지방정부가 북한과 협력한다면 의아할 수도 있지만, 이처럼 알게 모르게 북한과의 협력이 필요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경기도는 이러한 접경지역 문제를 포함해 통일 기반 조성을 위한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해왔다. 경기도는 인도적 지원 사업, 양묘장 사업, 농업협력 및 농촌현대화사업, 양돈장과 신재생에너지를 연계한 사업 등 다양한 남북교류협력 사업을 추진한 경험이 있다. 2010년 천안함 피폭,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도, 개성한옥마을 보존 사업을 비롯해 전염성 질환인 결핵 퇴치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북한 유소년축구단을 초청해 경기도 연천에서 친선 축구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경기도는 남북 접경지역에서 진행됐거나 논의되는 굵직굵직한 남북경제협력 사업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개성공단, 남북 도로철도 연결, 금강산과 개성관광 등이 모두 접경지역에서 이루어졌다. 분단 이후 낙후된 지역경제와 부족한 인프라 문제에 시달리던 접경지역 주민에게 남북경협사업은 새로운 발전의 계기로 인식됐다. 현재 개성공단 사업만이 명맥을 유지하지만, 통일경제특구, DMZ세계생태평화공원 등에 대한 논의가 지속된다. 



    인도지원 사업자

    물론 남북관계의 열쇠는 중앙정부가 쥐고 있지만 정치군사적 이슈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중앙정부의 대북정책은 부침을 반복해왔다. 경기도와 같은 지자체는 중앙정부에 비해 정치군사적 변수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반면, 민간에 비해서는 사업 기획이나 재정 면에서 우위를 지닌다. 실제로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6개 광역단체 모두가 남북교류 관련 조례를 갖고 있으며, 이 가운데 10여 개 자치단체는 자체 기금을 조성한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남북 인도지원 사업자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 결과 지자체들은 별도 기구를 설립하거나 민간단체에 사업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남북교류를 추진해왔다.

    지자체 남북교류는 대부분 해당 지자체의 지역적 특성과 이해관계를 기반으로 한다. 지자체 남북교류의 효시는 1999년부터 11년간 지속된 제주도의 감귤 지원 사업이다. 이 사업이 이처럼 오래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감귤 지원 사업에 과잉 생산된 제주 감귤의 가격 조절 기능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감귤 생산 농가의 지지가 이 사업이 오래 지속된 중요한 배경이 된 것이다.

    경기도의 말라리아 공동방역 사업 역시 이 같은 배경에서 출발했다. 공동방역은 말라리아가 심각한 경기-인천이 공동으로 추진한 바 있는데, 올해도 경기도는 지자체 남북교류 사상 최초로 경기-인천-강원, 접경지역 3개 시도 공동으로 말라리아 방역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남북교류는 단기적으로 실현 가능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해야 한다. 지자체의 남북협력 사업은 지역의 실질적 이해에 기반을 둔 것이므로 이데올로기적 대립이나 정치적 변수와 무관하게 추진할 수 있다. 물론 전문성이 떨어지고, 단체장의 정치적 욕심에 의해 무리하게 추진되는 사업도 있었다. 하지만 남북 지역 간주민 간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이익이 되는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지자체가 참여하는 제도적 장치

    특히 경기도와 같이 접경지역의 지자체는 남북관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개성공단과 경기북부지역을 연계하는 구상에 대해서는 경기도는 물론이고 김포, 파주, 연천, 고양 등 기초 지자체까지 개별적인 계획을 수립 중이다.

    그럼에도 접경지역 이슈는 중앙정부나 다른 지역 주민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거 임진강 유역에서의 재해재난 방지를 위한 남북협상이 10여 회나 진행됐지만, 지자체가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없었다. 임진강 물을 식수원과 각종 용수로 사용하는 경기북부지역 지자체와 주민이 자신들의 실질적 이해가 걸린 논의에서 제3자인 셈이다.

    작은 통일에서 시작해 큰 통일로 나아가자는 정부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지금보다 더 강조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가 정부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보다 많은 단체가 다양하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남북 간 접촉면을 확대할 수 있다면, 경색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남북관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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