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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태 리포트

포화상태 열람실 파리 날리는 자료실

고시촌으로 변한 대학 도서관

  • 박지윤 |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pjy8610@naver.com

포화상태 열람실 파리 날리는 자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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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자료 수요’ 압도하는 ‘공간 수요’
  • ● 한 층 털어 ‘고시 붙을 학생들’ 조련
  • ● 도서 대출은 계속 감소
  • ● “대학의 순수학문 추구 정체성 잃어”
포화상태 열람실 파리 날리는 자료실

[동아일보]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밟으면서 취업을 준비 중인 김지수(26) 씨는 하루 일과를 중앙도서관 열람실 자리를 맡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를 위해 김씨는 늘 아침 일찍 집을 나선다. 그는 “시험기간엔 자리를 얻는 게 하늘의 별 따기이고 평소에도 쉽지 않다”며 “서두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요즘 대학 중앙도서관의 자료실은 한산하다. 자리 잡기 경쟁은 열람실에서만 일어난다. 성균관대 중앙도서관은 자료실로 통하는 입구와 열람실로 통하는 입구가 구분돼 있었다. 자료실은 도서와 정기간행물 등의 ‘자료’가 대형 서가에 보관된 곳이다. 열람실은 이용자가 공부나 독서 같은 개인적인 ‘열람 활동’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공간으로 칸막이 책상이나 스탠드를 갖춰놓았다.

자료실 입구는 인적이 드물었지만 열람실 입구는 수많은 학생으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좌석 배정기 앞에 늘어서 있었다. 한 학생에게 왜 줄을 서 있느냐고 물으니 “좌석이 마감돼 새 좌석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다. 열람실 내부는 이미 학생들로 포화상태였다.

이와 딴판으로 자료실 내부는 한적하고 조용했다. 책이 꽂힌 서가 쪽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읽은 책을 올려두는 수레 위엔 두어 권의 책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학생은 “일상적인 풍경”이라며 “학생들 사이에서 ‘도서관에 간다’는 말은 ‘열람실에 공부하러 간다’는 뜻이지 ‘책을 빌리거나 읽으러 간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독서는 노동?

대학 중앙도서관은 본래 책이나 논문 같은 학술자료를 탐독해 학문을 익히는 용도로 지어졌다. 그러나 요즘엔 ‘거대한 독서실’을 방불케 한다. 대기업 입사시험이나 공무원 고시 준비를 위한 공간으로 변질된 것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대학 재학생 1인당 도서대출 건수는 7.4권으로, 4년 전인 2011년의 10.3권에 비해 크게 줄었다. 반면, 열람실 좌석 수는 늘고 있다. 2013년 대학 도서관 열람실 좌석 1석당 재학생 수는 5.8명이었지만 2015년엔 5.6명으로 줄었다. 이처럼 대학 도서관의 정체성은 ‘책 읽는 공간’에서 ‘자습하는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요즘 대학생들은 대체로 전공서적이든 교양서적이든 책을 진득하게 탐독하지 않는 편이다. 한국외국어대 2학년 도모(24) 씨는 대학 입학 이래 중앙도서관에서 빌려본 책이 10권 남짓하다. 도씨는 주로 태블릿PC를 통해 ‘e-Book’을 본다고 한다. 그는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반납하는 것도 번거롭다. 늘 갖고 다니는 태블릿PC로 원하는 책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e-Book을 이용하면서 독서량이 크게 줄어든 게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컴퓨터 화면으로 책을 읽다 보면 아무래도 집중력이 떨어진다. 중간 중간 웹 서핑을 하거나 SNS를 이용하게 된다. 전공서적도 끝까지 정독하기보다는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요약본 위주로 보게 된다.”

다른 몇몇 학생도 “수업에 필요한 책을 숙독하지 않는다. 원문을 읽기보단 요약본을 본다. 학점을 잘 받았다고 해서 전공지식을 심도 있게 탐구한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고려대 4학년 김모(여·23) 씨는 이렇게 말한다.

“취업 준비로 너무 바빠 한가롭게 독서할 시간이 없다. 소설이나 자기개발서를 가끔 접하지만, 문득 이런 책들이 당장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끝까지 안 읽게 된다. 결국 취업에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게 된다. 여가시간에도 책은 잘 읽지 않는다. 대개 휴대전화나 웹툰이나 SNS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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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 고려대 사회학과 4학년 pjy86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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