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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벗어도 탈 너무 입어도 병

노출의 사회심리학

  • 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너무 벗어도 탈 너무 입어도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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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성은 노출이 심하고 매혹적인 여성에게 끌린다. 그렇다고 여자가 아무 남자나 받아들이면 유전자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여자는 좋은 유전자를 지닌 남자를 만나기 위해 노출을 피하고 혼전관계를 삼갔다. 산업화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면서 그런 프레임은 깨졌다.
너무 벗어도 탈 너무 입어도 병
노출의 계절이다. 길거리엔 민소매, 탱크톱, 란제리룩, 핫팬츠 차림의 여성이 넘쳐난다. 2000년대 초부터 ‘몸짱’ 붐이 일면서 가슴과 다리 노출은 더 과감해졌다. 여성들도 복근 식스팩을 자랑하고 ‘등근육 미인’이라는 말도 생겼다.

피트니스센터에는 해수욕장에서 멋진 몸매를 보이고 싶은 남성들로 붐빈다. 영화나 드라마에선 남자 배우들이 샤워하거나 수영하는 장면이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한다. 과거엔 여배우의 노출 수위가 높으면 시청률이 올라갔지만 지금은 남자 배우의 노출에 달렸다고 한다.  



‘헤픈 여자’와 혼전순결

노출이 과감해지고 일반화한 데는 성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바뀐 것도 영향을 줬다. 일부 이슬람 국가에서는 지금도 여성의 신체 노출을 금지한다. 여성 신체 노출을 막는 사회는 신랑 측이 신부 측에 돈을 지불하는 관습이 있던 경우가 많다. 여성의 정조가 중요했고, 남녀의 만남을 어떻게든 차단하려 했다. 여성들은 얼굴과 몸매를 가리고 다녀야 했고, 여성의 가사노동 가치는 평가절하됐다.

여성이 일할 곳이 없고 가사노동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나라에선 여성이 나이가 들면 어떻게든 결혼시켜 집에서 내보내려고 한다. 여성을 부양하는 게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혼(早婚) 관습이 생겨났다. 여성을 사고파는 ‘상품’으로 여긴 탓에 남자들의 관심을 차단하려고 옷으로 몸을 가렸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 우리도 가부장적 사회였다. 여성의 신체 노출을 최대한 억제하려 했고, 여성 대다수는 이러한 사회적 압력에 굴복해야 했다. 노출하면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비난받았고 때로는 처벌을 받기도 했다.

여성들도 좋은 남편을 만나려면 노출을 자제하는 게 나았다. 심한 노출로 많은 남성을 유혹하는 여성이 있다고 하자. 성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더 자주 임신해 더 많은 자녀를 낳을 것이라는 본능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헤픈 여자’라는 소문이 퍼지면 조건 좋은 남자와 맺어지기 어렵다. 남성은 노출이 심하고 매혹적인 여성에게 끌리게 마련이지만, 여성이 아무 남자나 받아들이면 유전자의 질을 보장할 수 없다. 여성은 좋은 유전자를 가진 좋은 조건의 남성과 관계를 갖기 위해 가능하면 노출을 피하고 혼전관계를 삼갔다.

또한 가문과 조건이 좋은 여성은 노출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그래서 이슬람 사회나 영국 빅토리아 시대, 과거 한국 사회 등에선 여성의 노출이 금기시됐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면서 그러한 프레임은 깨졌다. 우리나라도 한때 혼전순결이 당연시되던 때가 있었지만, 지금은 나이가 들어도 이성교제 경험이 없으면 놀림을 받는다. 노출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



옷보다 브랜드

옷의 필요성이 줄어든 것도 노출의 원인 중 하나다. 과거엔 옷이 부와 신분의 상징이었다. 산업혁명 이전 시대를 다룬 영화에는 옷과 관련된 다양한 직업이 등장한다. 동물 가죽을 파는 사냥꾼, 비단 장수, 목화 따는 흑인 노예 등을 보면 그 시대에 옷의 가치가 얼마나 높았는지 알 수 있다. 가난하면 벗고 다닐 수밖에 없었고, 부와 신분을 과시하려면 옷을 입어야 했다.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임금, 귀족, 정경부인은 옷을 입고 또 입었다. 무더운 아프리카 식민지에서도 백인 남자들은 상하의 정장에 조끼와 셔츠를 입었다. 여자는 긴 소매 정장과 롱 드레스를 입었다.

지금은 세상이 변해 브랜드가 부를 상징한다. 옷을 얼마나 많이 걸치느냐가 아니라 어떤 상표의 옷을 입었느냐가 중요하다. 자동차, 보석, 핸드백 등 옷을 대신해 신분을 상징할 수 있는 물건도 많이 생겼다.

지구 온난화로 점점 더워지는 날씨도 노출을 부른다. 여름이 계속 길어지다 보니 얇은 옷을 입는 기간도 길어진다. 반바지 근무를 허용하는 회사가 늘고, 더 시원한 옷차림을 선호하고 노출이 일상화한다.

몸 자체를 과시하는 효과도 있다. 성형수술은 얼굴만 바꾸는 게 아니다. 가슴을 부풀리는 건 물론 엉덩이에도 보형물을 넣어 ‘애플힙’을 만드는 세상이다. 지방흡입술로 뱃살을 빼고,  국소 지방흡입술로 팔뚝 살을 없앤다. 다리를 날씬하게 보이려고 다리 근육을 뜯어내기도 한다. 이렇게 갈고닦은 몸매를 과시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당연하다. 굳이 비싼 돈 들여 의학의 도움을 받지 않더라도 자신의 몸을 잘 만들어 뽐내는 건 가난하고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들에게도 가능한 일이다.   



수치 혹은 과시

옛날에는 벌거벗음을 수치스러워했다. 벌거벗겨진다는 건 내 자신이 적나라하게 노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신을 의식하지 못할 때는 벌거벗는 것이 별로 부끄럽지 않다. 남녀 구분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아기는 벗고 다닌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터 아이는 벗고 다니는 걸 부끄럽게 여긴다. 벗으면 안 된다고 학습된 것이다. 아동학대 방법 중에서 아이에게 가장 상처가 되는 게 발가벗겨 내쫓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는 방송, 미디어, 광고 등을 통해서 벌거벗음에 대한 본능적인 부끄러움을 무장해제 한다. 남성에겐 늘 여성의 몸을 보려는 욕망이 있다. 포르노를 보는 심리를 생각해보라. 사진이나 영상 속 여성과 관계를 가질 수가 없는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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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기 | 청담하버드심리센터 연구소장,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저자 artppper@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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