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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윤영관 前 외교장관의 ‘對中 외교’ 조언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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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小國이어서 길들이는 것이냐’고 따져라
  • ● 美엔 ‘中 포위에 韓 끌어들이지 말라’ 요구해야
  • ● 미-중 양자택일? 해법은 ‘중첩외교’
  • ● ‘中 보복’ 불안 부추긴 언론, 정치인 낯뜨겁다
  • ● 러시아, 동남아, 인도 등 ‘종축’ 외교 공간 넓혀야
“한미동맹은 사활 걸린 문제”라고 中에 선 그어야

[지호영 기자]

중국은 글로벌 차원에서는 아닐지라도 지역 차원에서, 즉 자국이 위치한 동아시아에서 미국에 정면으로 도전하면서 지역 패권을 추구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냈다. 중국은 특히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미국이 쇠퇴기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한 듯하다. 금융위기 이후 베이징이 동아시아에서 벌인 공세 외교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재균형 정책을 불러왔다.

한반도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은 거대한 장기판에서 벌어지는 국제정치의 권력 게임이다. 그런 장기판에서 졸(卒) 노릇만 할 수는 없다. 8월 6일 윤영관 전 외교부 장관(서울대 명예교수)을 만나 중국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들었다.



“1차대전 前 유럽과 비슷”

▼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지정학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신호탄으로 읽힌다. 우리는 어떤 국제 질서 속에서 살게 될까.

“지정학 변수가 대단히 중요해졌다. 2008년을 주목해야 한다. 소련이 붕괴한 1991년만큼 의미 있는 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중국이 어떻게 해석했느냐가 특히 중요한데, 베이징은 ‘미국이 쇠퇴하기 시작했다’는 결정적 징후로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전면에 나설 때’라고 생각한 듯하다. 2009년 말부터 중국이 공세적 대외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한다.”

▼ 중국이 기존 체제의 참여자가 아닌 도전자의 길을 걷는다?

“동아시아에서만큼은 그렇게 보인다. 상승 대국(현재는 중국)은 역사적으로 하나같이 경제적으로 성취한 것에 걸맞게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확대하려 했다. 기존 대국(현재는 미국)이 상승 대국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면 기존 대국의 영향력이 약화하므로 권력 게임에서 기존 대국은 상승 대국을 견제하게 마련이다. 중국의 영향력 확장 욕구와 그것에 대한 미국의 견제가 맞닥뜨리는 게 현재 동아시아에서 벌어지는 지정학적 대결이다.”

윤 전 장관은 “영국(기존 대국), 독일(상승 대국)을 중심으로 한 권력 정치가 거세던 19세기 말, 20세기 초 유럽과 오늘날의 동아시아가 유사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2008년 금융위기 후 8년 만에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사태가 터졌다. ‘트럼프 현상’도 나타났다. 대처리즘과 레이거노믹스가 상징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글로벌 경제성장’이 한계에 도달해 세계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단계로 전환한 것이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이념 아래 세계경제가 성장하면서 FTA(자유무역협정) 등 통합 지향적 사고가 정치적 갈등을 완화했는데, 세계화와 신자유주의 이념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민족주의적, 반(反)세계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로 좁혀 보면 중국은 최소한 이 지역에서만큼은 대표 주자로 등장하려는 강한 열망을 가진 것으로 보이며, 미국은 그것에 대응해 기존의 동맹 시스템을 강화하려고 한다. 상승 대국과 기존 대국의 엇갈린 목표가 부딪치는 상황에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되면서 2008년 이후 강화된 지정학적 대결 추세가 증폭됐다.”



사드 배치의 손익

▼ 사드 배치가 통일을 포함한 한국의 외교 목표 달성에 어떠한 손익(損益)을 가져올 것으로 보나.

“단기 안보 차원에서는 이득이 있다. 북한이 미사일 기술을 굉장히 빠른 속도로 축적하고 있다. 핵실험도 4차례나 했다. 따라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방어 시스템을 중층으로 구축하는 것은 안보적으로 이득이다. 또한 한국 처지에서 한미동맹은 안보를 지켜주는 도구다. 동맹국인 미국이 주한 미군기지 보호라든지, 어떠한 필요성을 느껴 자기들 돈으로 사드를 도입하겠다니 거절하기 힘든 측면도 있다.  

중장기 외교 목표와 관련해서는 손익을 구분해 따져봐야 한다. 한국 외교의 중장기 목표는 북한 문제 해결과 통일 아닌가. 중장기 전략을 통해 북한 문제 해결과 통일을 꾸준히 추진한다고 가정할 때 사드 배치가 이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필요한 국제적 협력, 특히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부작용을 일으키는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그는 ‘북핵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만’이라는 단서를 붙여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을 설득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중국이 그간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관련해 한국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북한은 중국의 그러한 태도를 활용했다. 중국이 북한 문제 해결에 팔을 걷어붙이게 하는 쪽으로 사드 배치 문제를 활용하는 게 좋았다는 생각이지만, 정부가 사드 배치를 결정한 만큼 이제는 북한이 비핵화할 때까지만 배치한다는 식으로 조건을 붙이는 게 바람직하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도 2월 23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의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핵 위협이 없다면 한국에 사드를 배치할 이유가 없다’고 하지 않았나.”

▼ 중국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에 한국이 조응한 것으로 해석한 듯하다. 사드 배치가 미국에 주는 전략적 이익은 무엇인가.

“미국의 세계 전략은 냉전 때나 냉전 이후나 유라시아 대륙에서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냉전 시기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를 통해 소련이라는 대륙 세력의 지정학적 확장을 억제했다. 동아시아에서는 한미동맹, 미일동맹을 통해 공산주의 세력의 팽창을 막았다. 워싱턴은 냉전 이후에도 이 같은 전략을 유지해왔고, 현재도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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