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집중기획 | 중국은 적인가, 친구인가

“중국 전략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

사드 격랑이 드러낸 중국의 한국觀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중국 전략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

1/2
  • ● 한-중을 냉전시기 소련-핀란드 관계로?
  • ● ‘천하세계론’에 따른 ‘대국-소국 관계’ 시각
  • ● “중원에선 왕도, 오랑캐에겐 패도”
  • ● 제1도련선 바깥으로 미국 몰아낼 의도
“중국 전략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
대국(大國)을 자처하는 중국이 한국을 드세게 겁박하고 있다. 도를 넘어도 한참 넘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 8월 3일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관련 사설은 선전포고를 연상케 한다.  

“한국의 지도자는 신중하게 문제를 처리해 나라를 최악의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사드 배치는 한국에 아무런 이익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국을 미국과 중국·러시아 간 군사적 대치에 끌어들일 가능성이 다분하다. 만약 충돌이 발발한다면 한국은 가장 먼저 공격 목표가 될 것이다.”

‘사대(事大)’ ‘조공(朝貢)’ 같은 불쾌한 낱말들이 회자됐다. 중국은 도대체 한국을 어떻게 보기에 이렇듯 안하무인 격으로 날뛰는 걸까.  



“天下에는 바깥이 없다”

‘만방래조(萬邦來朝, 각지의 국가가 조공하러 왔다).’ 2014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 정상회의 때 시진핑 국가주석이 개최한 환영연회를 설명하며 런민일보가 사용한 표현이다. 조공 체계(tribute system)는 중국이 조공을 받고 이웃나라의 권력을 보장해주던 때 형성된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다.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 서구학계에서도 조공 체계 연구가 활발하다. 이들 연구의 상당수는 중국 정부나 민간이 지원한 것이다. “조공 질서가 주변국에 나쁘지 않았다”는 결론인 예가 많다. 조공 체계가 무역 형태였으며 중국이 하사한 물품이 이웃 나라가 조공한 물품 규모보다 컸다는 것이다.

중국이 아시아의 발전을 돕겠다면서 막대한 자금을 출자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세운 것도 경제적 영향력 강화와 무관치 않다.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때 중국 측 협상단에 조공무역을 전공한 역사학자가 포함되기도 했다.

중국의 대외정책은 안심시킨다는 안린(安隣), 풍요롭게 해준다는 부린(富隣), 화목하게 지낸다는 목린(睦隣)의 ‘삼린 정책’을 바탕으로 전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같은 대외정책은 ‘천하세계론’에 기대어 있다. 천하세계론은 세계(世界)는 있으되 천하(天下)가 없어 대결과 충돌이 일어난다고 본다. 제국주의, 민족주의와 달리 천하에는 바깥이 없어 타자도 동반자, 참여자라는 것이다. 중국은 이렇듯 ‘미국의 패권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구성된 천하는 가혹하지 않으며 평화로울 것’이라는 인식 아래 신(新)중화 질서의 이념적 토대를 쌓고 있다.  

옌쉐퉁(閻學通) 칭화대 국제관계연구원장은 ‘중국의 네오콘’으로 일컬어진다. 그는 ‘왕도’와 ‘패도’를 구분한다. 왕도는 이웃을 강압하지 않으나 패도는 주변을 억압한다. 미국이 서구에는 왕도, 비(非)서구에는 패도를 추구하므로 미국에 맞서려면 중국도 패도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논리다. 중화 질서에서 천자(天子)는 중원에선 왕도, 오랑캐에겐 패도를 추구했다.



지역 패권 추구

2008년 미국발(發) 금융위기 이후부터 중국이 ‘대국-소국 관계’로 이웃나라를 내려다보는 일이 잦아졌다. 평화굴기가 아닌 패권의 발톱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엔 하급 간부까지 대놓고 대국, 소국 운운한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7월 12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자 베이징은 대국의 자존심이 상한 것으로 여겼다. 황해의 배타적경제수역(EEZ) 경계를 해안선의 중간선으로 하자는 한국의 주장에 인구 비율대로 정하자는 ‘듣도 보도 못한’ 방식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는 데도 ‘대국주의’가 깔려 있다.

한국에 대한 중국의 전략목표는 ‘핀란드화(Finlandization)’라는 견해의 설득력이 높아지고 있다. 핀란드화는 1960년대 서독에서 생겨난 말로, 냉전 시기 소련과 핀란드의 관계를 빗댄 것이다. 특정 국가가 자주독립을 유지하면서도 대외정책에선 이웃한 대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뜻이다. 옛 소련은 핀란드의 내정에도 일부 개입했다.

한란(悍然). 중국어 사전에 ‘서슴없이, 제멋대로, 거리낌 없이, 난폭하게, 강경하게, 무지막지하게’라고 풀이된 단어다. 중국 외교부는 2006년 10월 북한의 1차 핵실험 직후 발표한 성명의 첫머리에 이 표현을 썼다. 한국 언론은 북한을 질타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도했으나, 다른 나라를 향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이처럼 무례한 표현을 쓰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으며 베이징의 대외정책에 반발한 적이 거의 없다.

핀란드는 ‘핀란드화’를 통해 주권을 지켜내면서 소련과는 확연히 다른 정치체제에서 살았으나 소련에 동조했다. 자국의 지도자가 소련 공산당의 정치국원 격이던 동유럽 일부 국가는 핀란드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서방세계에는 악몽 같은 일이 동유럽 국가에는 꿈같은 일이었다.

에드윈 풀러 헤리티지재단 설립자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핀란드화와 관련해, 근본적인 질문은 한국인이 무엇을 원하느냐다. 개인의 이익, 한국의 국익, 한국인의 미래와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에 위치하거나 중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것이 좋다고 믿는가. 아니면 한국인이 미국과 60년 넘게 공유한 비전이 옳다고 여기는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이라는 것은 한국과 중국이 오래전의 조공 관계로 되돌아간다는 뜻이다. 14억 인구의 중국에 한국은 작은 지방일 뿐이다.”


1/2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중국 전략목표는 한국의 핀란드화”

댓글 창 닫기

2018/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