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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보다 ‘실행’ 상자 밖 생각하기

삼성맨 출신 ‘퇴사 컨설턴트’의 대량 퇴직 시대 생존법

  • 손성곤 | 직장생활연구소장, ‘나는 무적의 회사원이다’ 저자 companyman1@naver.com

‘관리’보다 ‘실행’ 상자 밖 생각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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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사도 힘들지만, 직장에서 버텨내기도 쉽지 않은 세상.
  • 바야흐로 대량 퇴직 시대다. 삼성그룹 공채로 제일모직에 입사했다 회사를 옮긴 뒤 ‘이직 후 외상증후군’에 시달린 손성곤 씨. 13년차 직장인이자 국내 1호 ‘퇴사 컨설턴트’인 그가 말하는 ‘대량 퇴직 시대 직장인의 자세’.
살아갈 날은 긴데, 직장 생활은 짧아져만 간다. 굳이 신문을 펼치거나 인터넷을 검색하지 않아도 회사 떠나는 사람들 얘기를 주위에서 쉽게 접한다. 회사만 바라보며 인생을 바치는 시대는 곧 종말을 고할 것이다. 이런 변화를 개인의 힘으로 막을 순 없다. 그렇다면 10년, 아니 5년 후의 일상일 수도 있는 직장 생활의 변화를 예측해보자.



정규직≒비정규직

‘관리’보다 ‘실행’  상자 밖 생각하기
먼저, 해고가 쉬워진다. ‘제리 맥과이어’라는 영화가 있다. 톰 크루즈가 수화기에 대고 “Show me the Money(돈 내놔)!”라고 소리 지르던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촉망받던 스포츠 에이전트인 그는 하루아침에 회사에서 잘렸다. 그래서 클라이언트(운동선수)를 하나라도 더 데리고 나가려고 그렇게 소리를 질러댄 것이다. 결국 해고 통보를 받은 지 반 나절도 안 돼 단 한 명의 선수만 데리고 짐을 싸서 회사를 떠난다.

대한민국 직장인의 미래도 이와 유사하게 변할 수 있다. 지금도 회사에 경영상 문제가 생길 경우 구조조정 등의 방법으로 합법적인 해고가 가능하다. 하지만 앞으론 그런 문제가 없어도 정규직 해고가 어렵지 않게 될 것이다. 지난해 9월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를 통해 ‘일반해고’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는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가 가능한 단초를 만들었다(물론 아직 조율을 통한 입법 과정이 남았다). 몇 년 후엔 외국 영화에서나 본 듯한 개인별 해고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또한 ‘정규직’ ‘비정규직’이라는 용어 자체가 없어질 것이다. 양자의 가장 큰 차이는 근무기간의 연속성이다. 정규직은 근로기간의 종료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고, 비정규직은 계약으로 명시된 근로기간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과 경계는 사라질 수 있다. 이유는 단 하나, 정규직 해고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해고의 요건이 완화돼 직업 안정성이 약해진 상황에서 정규직이란 단어는 의미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결국 미래의 근로계약은 현재의 용어로 말하면 아마도 ‘프리랜서’ 혹은 ‘직무계약직’과 같은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의 목적을 지닌 프로젝트를 위해 능력과 요건을 갖춘 사람들이 모이고, 이들이 팀을 이뤄 일하게 된다. 그리고 목표를 완수하면 해체하거나 다른 과업을 맡는 식의 조직이 많아질 것이다. 물론 회사에 적(籍)을 두고 일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소수일 것이며, 그들도 현재의 비정규직과 같은 형태로 고용될 것이다. 우리는 이력서에 ‘회사명’ ‘직급’ ‘근무기간’ ‘수행한 일’ 등에 대해 쓴다. 하지만 미래엔 ‘수행한 프로젝트’ ‘프로젝트 내 나의 역할’ ‘그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성과’ 등에 대해 적는 날이 온다.



‘라인 시대’의 종말 

앞으론 능력 없는 관리자와 임원의 수도 줄어든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기 의지대로 선택할 수 없는 건 두 가지, 부모와 직장 상사다. 직장인의 가장 큰 슬픔 중 하나는 능력도, 배울 것도 없는 상사 밑에서 일하는 것이다. 지금은 상사가 일을 못해도, 아니 하지 않아도 빨간 펜으로 보고서 수정하고 잔소리만 하며 월급 받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미래엔 적어도 그런 일은 줄어들 것이다. 관리자나 임원은 그 성과를 수치화해 보여주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일이 잘 안되면 아랫사람에게 책임을 미루는 관리자가 많다. 그러나 앞으론 성과에 대한 책임은 관리자가 명확하게 지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일반 사원보다 관리자나 임원이 더 열심히 일해야만 하는 세상이 될 것이다. 어쩌면 임원이 가장 일찍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처세에 능하고 정치를 잘해도 실적이 안 좋은 임원, 능력이 없는 관리자가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다. 정(情)으로 혹은 소위 ‘라인(line)’을 잘 타서 버티는 세상은 곧 끝난다. 관리자에 대한 평가가 전적으로 능력과 성과로 이뤄지는 시대가 온다. 실적 위주의 평가는 관리자를 더 움직이게 할 것이고, 순전히 정량적인 결과로만 평가받는 일터가 될 수도 있다.

미래엔 정기 퇴직 제도도 생길 것이다. 현재 대기업은 연도별로 신입사원에게 기수를 붙인다. 동기의식을 고취하고 회사에서 쓸모 있는 존재가 되도록 여러 가지 교육도 시킨다. 그러나 앞으론 퇴직도 정기적으로 이뤄진다. 그래서 ‘○○기업 제6기 정기 퇴사 교육’ 같은 일이 생겨날 것이다. 지금처럼 경영 악화에 따른 구조조정뿐 아니라 정기적인 퇴사가 진행된다는 말이다. 회사는 아예 조건을 제시하면서 정기적으로 대상자를 정하고, 원하는 사람에게 퇴사할 기회를 줄 것이다. 그들에겐 퇴사 이후를 위한 사회적응 교육 및 각종 재취업 프로그램 등을 회사가 제공할 수도 있다.



“어떻게 해요?”

‘관리’보다 ‘실행’  상자 밖 생각하기

6월 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중장년 전문인력 채용박람회’에서 이력서를 쓰는 구직자들. [사진제공 ·한국무역협회]

이렇게 예측해본 직장인의 미래가 암담하기만 한가. 물론 필자는 이 글대로 되지 않길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정말 안타까운 일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이런 상황에 대비하는 직장인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이다. 미디어를 통해 신입사원이 권고사직을 종용받았다는 기사를 접하면서도 ‘나는 아니겠지’ ‘우리 회사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이가 대다수다.

어느 날 필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거기가 직장 생활 문제를 상담해주는 센터인가요?” 묵직한 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아, 상담센터는 아니고…저는 ‘직장생활연구소’를 운영하는 개인입니다. 죄송하지만 전화 상담은 하지 않는데요….” 정중한 거절에도 아랑곳없이 남자는 한숨과 함께 말을 이어갔다. “제가 지난주 홧김에 사표를 냈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큰 실수를 한 것 같은데, 돌이킬 방법이 없을까요?”

이렇게 시작된 그와의 ‘상담’은 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귀에 땀이 났다. 그는 70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중견기업의 인사지원팀장이었다. 회사의 부조리함과 답답함에 순간적으로 사표를 냈지만 그다음은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이다. ‘회사는 전쟁터, 밖은 지옥’이라는 말을 그저 남의 얘기인 줄로만 알았다. 아무 준비도 없는 상태에서 사회에 내동댕이쳐진 그는 길을 잃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것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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