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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

“소중한 사람 잃은 건 돈으로 환산 못하죠”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

  • 구희언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awkeye@donga.com

“소중한 사람 잃은 건 돈으로 환산 못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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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도박중독자의 ‘등대’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
  • ● 예방, 치유, 자활, 사후관리까지…원스톱 치유 시스템
  • ● 비슷한 처지 사람들끼리 산행·여행으로 힐링
“소중한 사람 잃은 건 돈으로 환산 못하죠”

9월 초 강원랜드 중독관리센터(KLACC)가 벌인 중독 예방 캠페인. [박해윤 기자]

9월 5일 오후. 평일인데도 강원랜드 주차장은 차들로 빼곡했다. 업체 차량부터 번호판을 수건으로 가린 택시까지, 다양한 사람들만큼이나 다양한 종류의 차들이 주차돼 있었다. 지하로 여러 층을 내려가서야 겨우 차를 댈 수 있었다.

줄을 서서 입장권을 사려는 기자에게 매표소 직원이 “올해 처음 오시는 거냐?”고 물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전광판에 나온 ‘업장 내 현황 3980명’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3600여 명이었는데 그 새 400명 가까이 늘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지금은 비수기라 그렇고 많을 때는 (하루에) 2만 명 가까이 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돌아갈 곳 없는 사람들

카지노 내부를 둘러보다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북적대는 ‘다이사이’ (주사위 3개를 흔들어 나온 수의 합을 맞추는 게임)테이블 앞에 자리를 잡았다. 한 중년남성이 딜러에게 다가와 기자의 한 달치 월급에 가까운 돈을 칩으로 바꿨다. 몇 차례 ‘대’와 ‘소’에 베팅한 그는 20여 분 만에 칩을 전부 잃었다. 그래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다시 다음 게임. 10초, 9초, 8초…. 5초대로 들어서자 어디선가 나타난 사람들이 헐레벌떡 뛰어와 테이블에 칩을 밀어 넣었다. 타임 오버. 작은 주사위 세 개의 움직임에 모든 이의 이목이 쏠렸다. 8. ‘소’의 승리였다. 테이블 가득 쌓여 있던 칩은 능숙한 딜러의 손놀림 몇 번으로 정리됐다. 수백만 원이 허공으로 사라지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재미 삼아, 호기심에 강원랜드를 찾는다.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내국인 입장이 가능한 유일한 카지노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은 적당히 즐기고 자리를 뜨지만, 영 못 떠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처음엔 돈을 잃고, 그다음엔 사람을 잃고, 심한 경우 목숨마저 잃는다. 흔히 ‘도박중독자’로 불리는 사람들이다. 그들을 치유하고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려 힘쓰는 곳이 강원랜드 KL중독관리센터(KLACC, 클락)다.

KLACC은 강원랜드가 사행산업의 역기능인 도박중독 문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도박중독 예방·치유 활성화를 통해 사회적 부작용을 줄이고자 2001년 9월 25일 설립한 도박중독 전문기관이다. KLACC은 도박중독 예방 홍보 및 교육, 자체 치유 프로그램 운영 및 전문병원과의 연계를 통한 치유 지원, 직업재활 지원 및 조사연구사업 등을 수행한다. 국내뿐 아니라 외국 전문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도박중독에 대한 조사, 연구, 학술 활동 등을 꾸준히 벌여왔다.

7월부터 이곳을 지휘해온 원종화 KLACC 센터장은 “복권은 당첨될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있고, 마권은 주말에만 살 수 있다는 제한이 있지만 도박은 현물 투자를 하고 그 자리에서 바로 답이 나오기 때문에 사람들이 빠져들기 쉽다. 특히 1만 원으로 1000만 원을 만들어본 경험, 한 번이라도 큰돈을 따본 사람이라면 헤어 나오기가 더더욱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중독은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도박의 병폐를 항상 주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박 과몰입자들과 상담을 해보면 ‘때때로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회에 나가 할 일이 없고 가족도 반겨주지 않다 보니 돌아갈 곳이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이들은 돈을 다 잃으면 다시 돈을 빌려 베팅하고 또 잃어요. 그렇게 새벽까지 있다가 빈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태반인데, 그럼에도 당장이라도 뭔가 이뤄질 것 같다는 생각에 손을 떼지 못하는 겁니다.”

예방 교육 받아야 재출입

“소중한 사람 잃은 건 돈으로 환산 못하죠”

5월 25일 함백산에서 펼쳐진 희망 씨앗 찾기 프로그램. [사진제공·KLACC]

사행산업의 주체(강원랜드)가 운영하는 도박중독관리센터라는 점도 특이하지만, 예방과 치유부터 자활과 사후 관리 프로그램까지 원스톱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 KLACC의 가장 큰 특징이다. 월간 출입일수 제한과 매출총량 관리, 각종 출입제한 제도 등을 운영하는 KLACC의 도박중독 관리 프로그램은 해외 카지노에서도 관심을 갖는다고 한다.  

“2012년부터 카지노 출입일수를 월 15일로 제한했습니다. 두 달 연속으로 한 달에 15일 이상 출입하면 의무적으로 상담과 교육을 받아야 해요. 의무 상담과 교육을 받지 않으면 더는 출입할 수 없지요. 또한 도박중독 위험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출입제한을 신청하면 최소 1년에서 3년까지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는데, 다시 출입하고 싶다면 사전 예방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과몰입자들도 예방교육을 받아야 카지노에 출입할 수 있고요. 해외 카지노 관계자들이 우리의 프로그램을 보고 ‘이런 교육도 하고, 이렇게 디테일하게 제한을 하느냐’며 놀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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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언 | 동아일보 출판국 전략기획팀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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