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새로운 문명을 여는 도시 새만금 인터뷰

“대한민국 미래 성장동력 새만금 어려워도 가장 멋진 프로젝트”

이병국 새만금개발청장

  • 배수강 기자 | bsk@donga.com

    입력2016-09-21 14:4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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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국(56) 새만금개발청장은 ‘현장형’이다. 업무시간 그의 드레스셔츠는 항상 팔꿈치까지 접혀 있다. 다부진 체격에 반짝이는 눈. 세계에서 가장 긴 새만금 방조제(33.9km)로 바다를 육지로 만드는 대역사(大役事)의 지휘관이다.

    1991년 방조제 착공 후 지지부진하던 새만금사업은 2009년 그가 새만금개발계획을 만들면서 추진력을 얻었다. 내친김에 2013년부터는 새만금개발청(이하 새만금청) 초대 청장을 맡아 자신이 세운 계획을 하나하나 실현하고 있다. 대역사는 이제 대역사(大歷史)를 꿈꾼다. 서울의 수은주가 35도를 가리킨 8월 16일 말복(末伏)에 “어렵지만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는 그를 만났다.

    ▼ 폭염에 새만금사업 현장을 다니기 힘들었겠다.


    “새만금사업 현장을 수시로 가본다. 올여름 공사 현장 열기는 더 뜨거웠다. 오늘은 인터뷰 마치면 ‘2023 세계 잼버리’ 실사단을 만나러 가야 한다. 8월 18일까지 2박3일간 잼버리 현장 실사를 하는데, 현재 폴란드와 유치 경쟁을 하고 있다. 내년 8월 세계스카우트연맹총회에서 결정되기까지 차별화된 새만금의 경쟁력을 설명하고 잼버리 대회 최적지임을 알려야 한다.”

    ▼ 청장이 잼버리 대회 유치전에도 나서야 하나.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는 일이면 뭐든 못 하겠나(웃음). 잼버리는 세계 각국 스카우트 단원 5만여 명이 참가하는 큰 행사다. 지역경제도 살리고, 무엇보다 유치가 확정되면 기반시설 확충 같은 개발사업이 한층 속도를 낼 거다.”





    더디지만 순조로운 개발

    ▼ 9월 12일은 새만금청 개청 3주년이다. 여러 부처가 관여하던 사업을 통합했는데 성과는 있었나.

    “새만금청 출범 후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새만금기본계획(MP)을 개편하고, 새만금만의 차별화한 투자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지난해 6월 한중(韓中)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계기로 새만금이 ‘한중산업협력단지’로 단독 지정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새만금 광역기반시설 설치계획을 확정했고, 68개 기업으로부터 약 15조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중 5개 기업이 입주계약을 완료했고. 조금 더디지만 인프라와 매립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다만 나누어진 기능을 통합했다고 하지만 아직 추진체제상 과도기다. 미완성인 부분도 있다.”

    ▼ 미완성이라면….

    “아직 농림축산식품부나 환경부, 해양수산부가 사업에 관여하고, 전라북도와 군산시, 김제시, 부안군의 인허가 문제 등 행정적 문제로 투자자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다. 중국이 기업을 유치할 때는 투자유치 전담팀을 둬 서류 대행 서비스까지 ‘원스톱’으로 한다. 우리도 더 효율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꾸준히 만들어야 한다.”

    ▼ 현재 공정은 어떤가.

    “내부 개발 촉진을 위한 주요 기반시설은 차질 없이 건설 중이다. 지난해 7월 착공한 동서도로는 현재 공정률 27%, 남북도로는 사업 발주를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이다. 설계 추진 중인 전주~새만금 고속도로는 내년 상반기 공사가 시작되고, 신항만은 10월까지 방파제 건설을 끝내고 하반기에 진입도로를 놓는다. 산업단지는 2018년 완료되는데, 1공구(1.8㎢)는 기업이 입주할 수 있고, 2공구(2.6㎢)와 3공구(2.5㎢)는 착착 진행 중이다. 현재 도레이, 솔베이 등 5개 기업이 입주 계약을 끝냈다. 3조6238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새만금 핵심 기반시설인 동서도로는 총 16.47km의 4차로로 총 사업비 3452억 원, 남북도로는 총 26.7km의 6~8차로로 총 사업비 9190억 원이 든다. 2020년 완공이 목표다.

    ▼ 핵심 축인 동서·남북도로 전체 사업비는 1조2642억 원인데 올해 853억 원이 반영됐다. 기반시설은 투자 기업엔 중요 관심사인데 2020년 완공이 가능할까.

    “동서도로 사업비에 올해 539억 원이 반영됐는데 2020년까지 2443억 원을 들여야 한다. 남북도로 사업비에는 올해 314억 원이 반영됐는데, 올해 사업을 발주해 최대한 빨리 공사를 끝내겠다. 우리도 예산 때문에 입이 바싹 마른다. 국회도 적극 지원해줬으면 좋겠다.”

    ▼ 주요 도로가 없는, 시쳇말로 ‘허허벌판’에 기업을 유치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말이라고 하나(웃음). 지금 웃고 있지만 가슴은 타들어간다. 해외로 눈을 돌리던 국내외 기업들을 설득하고 지원하면서 새만금으로 시선을 돌리게 하는 것은 지난한 노력이다. 산업자원부와 전북도 등도 함께 뛴 결과, 68개 기업과 투자협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중  ‘벨기에의 삼성전자’로 불리는 솔베이사의 새만금 입주는 2013년 11월 박근혜 대통령 해외순방 때 진행됐는데, 나도 한국대표단으로 다녀왔다. 솔베이사는 연말 준공을 목표로 산업단지 2공구에 공장을 짓고 있다. 벨기에에서 국방부 장관 재직 중 6·25전쟁에 직접 참전한 분을 만났는데, 그는 ‘원조를 받던 한국이 지금 세계경제 11위 규모의 경제대국이 됐다’며 감격스러워하더라. 가슴이 뭉클했다. 투자유치가 하나둘 늘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



    “입이 바싹 마른다”

    ▼ 기업 유치는 수도권과 가까운 군산 쪽에 치중된 것 같다.

    “용지가 조성돼 있어 즉시 입주 가능한 지역이니 아무래도 관심이 높다. MOU를 체결한 기업 중 62개 기업이 산업용지 입주를 희망했다. 관광레저용지, 국제협력용지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기반시설을 구축하고 규제 완화 등으로 투자 환경을 개선해나가겠다.”

    ▼ 관광레저, 농업, 서비스 등 복합용지로 개발하는 게 흥미롭다.

    “새만금 세계 최장 방조제와 63개 섬으로 이뤄진 고군산군도를 비롯해, 바다, 갯벌, 평야가 조화를 이룬 천혜의 관광·문화자원이 있다. 이런 자원을 결합하면 국제관광산업을 선도하는 거점이 될 거다. 관광레저용지는 복합형 관광레저·휴양시설이나 해양레저스포츠 체험시설 같은 ‘해양 콘셉트’로 개발하고, 농생명용지에는 농업생태관광, 농촌도시 같은 대표적 농생명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

    ▼ 새만금개발청장이 보는 새만금의 강점과 약점은 뭔가.

    “대한민국 정부가 직접 추진하는 국책사업이라는 것이 우리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국가가 과감한 규제 개혁, 가격 인하, 인센티브 제공 등을 정책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또한 새만금은 상하이(上海), 칭다오(靑島), 다롄(大連) 등 중국 서해안 경제 거점 도시와 가깝고, 한중산업단지를 통해 대중국 전진기지로 육성할 수 있다. 다만 매립과 개발을 동시 추진하는 사업이어서 초기 자금이 많이 들고, 장기 투자에 따른 불확실성은 약점이다. 매립으로 인한 높은 용지 조성 원가, 장기사업으로 인한 투자 리스크는 민간 투자 유치의 걸림돌이다. 세계적 경기침체와 기반시설 부족도 우리가 넘어야 할 산이다.”

    ▼ 경기침체 속에 새만금이 인천이나 평택과 경쟁해야 하는데.

    “새만금은 인천과 평택에 비해 교통 여건과 배후도시 등이 열악하고, 경기 침체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건 사실이다. 그래서 규제를 완화하고, 한중경협단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다. 중국 시장을 염두에 두면 인천, 평택, 새만금 모두 최적지이지만, 평택은 우리의 100분의 1 규모고, 인천은 인천시장이 나서지만 새만금은 국가가 나서는 게 다르다. 이들 도시와 경쟁보다는 역할 분담을 통해 ‘윈윈’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지자체들도 우량 기업 유치를 원하는 상황에서 새만금이 인근 산업단지가 유치한 기업을 끌어오는 ‘블랙홀’이 될 거라는 우려가 있다.

    “그런 우려는 이해가 가지만, 새만금은 새로운 해외 투자 수요를 끌어들여 고용을 창출하는 대한민국 경제 심장 구실을 해야 한다. 중국과 경제협력 사업을 벌이는 한편,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국가와 경협특구를 조성해 글로벌 경제협력 거점으로 만들어야 한다. 제주도는 관광산업이 핵심이듯 새만금, 인천, 평택도 자신의 색깔을 찾아야 한다. 예를 들어 새만금은 땅이 넓으니 도레이나 솔베이 같은 기업을 유치해 첨단화학산업 클러스터를 만들 수 있고, 인천은 수도권과 가까운 만큼 화장품, 게임산업을 집중 육성하는 식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역할과 기능을 조정하고 각 지자체도 적극 참여하면 좋겠다.”



    국가 주도… 가장 강력한 무기

    ▼ 투자 유치를 위한 대규모 투자설명회(IR)도 열고 있는데.

    “중국 시장을 보고 투자할 수 있고, 토지 가격이 싸고, 국가가 만드는 신뢰할 수 있는 단지인 점을 앞세워 승부를 걸고 있다. 새만금청 개청 초기 IR을 할 때는 참 썰렁했는데, 최근에는 줄을 서서 1대 1 상담을 할 정도로 관심이 커졌다. 특히 한중 FTA 체결 이후 새만금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졌다. 작년 말부터 중국 청두인니(成都银犁)물류유한공사, 장쑤룬헝(江苏润恒)물류발전그룹유한공사와 투자협약을 체결하는 등 가시적 성과가 나오고 있다.”

    ▼ 규제 완화 노력은 어떤가.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민간 사업자의 사업성을 높이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외국인 고용 비율 확대, 외국인 출입비자 발급절차 단축, 국내 입주기업 최장 100년 장기 임대 허용, 법인·소득세 감면 등도 모두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규제를 완화한 조치다.”

    ▼ 2011년 새만금기획단장 재직 당시 삼성과 MOU를 체결하고, 한센인 주거단지 환경 여건을 개선하는 등 현안을 성공적으로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최근 삼성이 MOU를 파기했다는 보도가 나와 국회에서도 논란이 됐다.

    “MOU를 보면 투자 시기, 내용은 변경 가능하다고 돼 있다. 삼성을 포함한 국내외 유수 기업이 새만금에 투자할 수 있도록 용지 조성, 기반시설 확충 등 투자 여건을 착실히 다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삼성과도 협의 채널을 유지하면서 투자가 실현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유도해나가겠다.”

    ▼ 당시 LH를 경남 진주로 이전하는 대신 삼성이 새만금에 투자하게 하는 ‘빅딜설’, 즉 정치적 입김이 작용해 삼성과 MOU를 체결했다는 해석도 있다.

    “2011년 전북도는 총리실 기획단에 삼성 측의 투자 의향을 알려왔고, 정부 차원의 지원을 위해 MOU 체결을 요청해왔다. 그때 총리실에서 전북도와 삼성을 면담해 투자 의향을 확인했고, 관계부처 참여하에 MOU를 체결한 거다. 정치적 고려에 대해선 전혀 알지 못한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전북도민들을 위해서라도 신속하게 사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 많은 기업을 유치해야 한다. 일자리도 늘리고 지역경제도 살려야 한다.”



    ‘갈등 덩어리’ 새만금호, 사공이 많았다

    ▼ 총리실 규제개혁실장과 정부업무평가실장을 하다가 새만금개발청 초대 청장이 됐다. ‘좋은 보직을 던지고 청장 자리를 맡아 희생했다’는 평가가 있는데.

    “총리실 초대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장 3년, 새만금개발청장 3년을 했다. 공직 생활 5분의 1이 넘는 기간을 새만금 개발에 몸담았다. 대한민국 대표 국책사업을 추진하는 데 자긍심을 느낀다. 자리보다는 초대 청장으로 봉사할 기회가 생겨 만족한다. 사실 2009년 2월 (새만금사업추진기획단) 단장을 맡았을 때는 새만금에 관한 지식이 별로 없었다. 더욱이 조금 과장되게 표현하면 당시 새만금은 ‘갈등 덩어리’였다. 수질 갈등, 행정구역 갈등, 전북도와 중앙정부와의 갈등, 정부 부처 내 갈등…. 내부 개발계획을 만들려니 ‘사공’이 너무 많았다. 관련 부처와 합동으로 개발계획을 수립하고 지역 공청회와 국회의원 설명회도 하면서 마스터플랜(MP)을 만들었더니 갈등은 가라앉았다. 그 일을 직원 몇 명과 해냈으니….”

    이 청장은 그때가 생각나는지 긴 한숨을 내쉬고는 잠시 창밖을 쳐다봤다. 이 청장은 당시 경험을 살려 ‘새만금사업의 정책변동 연구 : 옹호연합모형의 적용’이란 제목으로 2012년 8월 박사학위를 받았다.

    ▼ 그래서 새만금을 주제로 학위 논문을 쓴 것인가.

    “2012년 5월 규제개혁실장을 하고 있을 때 문득 ‘새만금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틈틈이 논문을 썼다. 1996년 ‘시화호 오염사건’이라는 환경 이슈가 새만금 방조제 공사 찬반 쟁점으로 비화했다. 공사를 반대하는 환경단체가 법적 소송을 제기해 새만금사업은 공사 중단과 재개가 반복됐다. 물론 2006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공사는 재개돼 마무리됐지만, 장기 대형국책사업은 여러 갈등 사안을 품고 있다. 환경단체 등 이해 관계자들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며 목표를 달성하려하기 때문에 사업 표류나 정책 변동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 새만금사업은 대형 국책사업으로 개발 시기를 놓치면 막대한 피해가 생기는 만큼 체계적인 갈등관리와 정책 일관성 확보, 관계기관 협력 등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이런 내용을 논문에 담았다.”

    ▼ 최근 환경단체는 해수유통 문제를 제기하는데.

    “정부가 새만금유역 1, 2단계 수질개선대책을 수립해 추진하면서 만경강 동진강 하천 수질은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다만 새만금호 내 수질은 방파제 축조 등 내부 개발 등으로 수질개선효과가 상대적으로 미미한 건 사실이다. 전주하수처리장 추가 증설, 가축분뇨 공공처리 확대 등 추가 대책을 마련해 추진 중이다. 정부는 국무총리실을 중심으로 관련기관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수질대책 추진사항을 지속적으로 점검 평가해 개발과 환경이 조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새만금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역사’이기도 하지만, 정부 정책이 구체적 예측 없이 시작돼 단군 이래 최대 후유증을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 측면도 있다. 그러나 새만금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이어서 성공 여부를 평가하긴 이르다. 서울시의 3분의 2 넓이인 409㎢의 국토(용지 291㎢, 호소 118㎢)를 새롭게 조성한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키울 무한 잠재력을 지닌 지역이고, 이미 수립된 계획과 새롭게 도입될 계획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 대한민국 경제 도약을 위한 소중한 자산, 후손들에게 물려줄 멋진 도시를 건설하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프로젝트’ 아닌가. 주변 기대에 부응할  만한 성과를 보여주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더디다는 생각이 들더라도 격려와 응원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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