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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그곳에 가고 싶다

연애를 혁명처럼 혁명을 연애처럼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와 산타클라라

  • 글 · 사진 오동진 | 영화평론가

연애를 혁명처럼 혁명을 연애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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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혁명처럼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혁명을 연애처럼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체 게바라다. 지난 7월, 두 번째로 쿠바를 갔을 때 아바나에서 이틀을 보내는 동안 좀이 쑤셨다. 그전 5월에 왔을 때 아바나는 다닐 만큼 다녔다는 생각이었다. 빨리 산타클라라에 가고 싶었다. 게바라의 묘역이 거기 있다고 들어서다.

게바라를 보고 싶었다. 너무 보고 싶었다. 쿠바는 분명 카스트로의 나라이긴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정녕 카스트로만의 나라인가, 하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건 러시아 혁명이 블라디미르 레닌만이 해낸 것인가, 라는 생각과 같은 것이다. 러시아 혁명 역시 레닌 말고도 트로츠키가 없으면 설명이 되지 않으며 어쩌면 트로츠키가 있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당시의 역사를 더욱 더 사랑하고, 기억하고, 흠모하는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트로츠키와 체 게바라는 비슷한 점이 많다. 아니, 체 게바라가 트로츠키의 노선을 따라간 셈이다. 트로츠키는 러시아 혁명 이후에도 ‘영구혁명론’을 주장해, 볼셰비키 혁명의 완수를 우선시한 레닌과 결별했다. 트로츠키는 사회주의 혁명이 영속해서, 무엇보다 국제적인 규모로 계속해서 진행돼야 한다고 믿었다.



같이 지낼 수 없는 동지

체 게바라도 마찬가지다. 아르헨티나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의대를 나온 체 게바라(‘체(Che)’는 스페인어로 ‘여보게’ ‘자네’라는 뜻으로, 쿠바 혁명 과정에서 그가 인민들에게 얼마나 친근한 지도자의 상징인지를 보여준다. 그의 본명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는 절친인 알베르토 그라나다와 함께 중고 오토바이 ‘라 포데로사 2(La Poderosa 2)’를 몰고 남아메리카를 종단하는 여행을 통해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사상에 눈을 뜬다.



아르헨티나 사람인 게바라가 쿠바의 혁명에 참여한 것은 트로츠키식 영구혁명론에 동조했기 때문임이 분명하다. 그가 쿠바 혁명이 끝난 후에도 모든 특권과 기득권을 버리고 볼리비아로 간 것 역시, 거기서 한 줌의 게릴라들과 동고동락하며 또 다른 혁명을 기획하고 실행한 것 역시 자신이 신봉한 이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 이하도 이상도 아니었다.

게바라는 볼리비아 정부군에게 잡혀 총살됐다. 1967년. 39세 때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젊은 나이다. 거꾸로, 지금 그 나이들이 너무 어리고 철없이 산다는 얘기도 된다. 그건 그렇고 어쨌든 그는 꼭 볼리비아로 가야만 했을까.

1965년 2월 알제리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연대회의’에 참석한 체 게바라는 “사회주의 블록이 또 다른 형태의 제국주의가 돼 자신이 보호해야 할 나라들을 수탈하고 있다”며 흐루시초프 체제의 소련을 맹비난했다. 당시 피델 카스트로는 냉전 블록에서 소련을 선택한 상태였다.

그렇다면 둘은 더 이상 같이 지낼 수 있는 처지가 못 됐을까.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로 떠난 것은 그때 이후다. 역사적인 인물들은 최후가 늘 비극적이라고, 게바라가 그랬듯이 트로츠키 역시 스탈린 독재를 피해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1940년 망명지 멕시코에서 도끼로 암살당했다.

아바나에서 산타클라라로 향하는 도로를 4시간 넘게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선 역사의 드라마를 쓰게 된다. 체 게바라가 볼리비아로 떠나기 전 피델 카스트로는 그를 만났을까. 영원한 혁명 동지를 자처한 두 사람이기에 오히려 둘은 만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골수 사회주의자 게바라와, 사실은 생존을 위해 사회주의 블록을 선택한, 의식적 사회주의자 카스트로는 생래적으로 끝까지 같이 가기 어려운 파트너이자 라이벌이었을 것이다.

산타클라라로 가면서 더욱 확고하게 느끼는 것은 바로 그 점인데, 카스트로는 사회주의자라기보다는 철저한 민족주의자였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는 영구혁명보다 순수한 측면에서 자국 이기(利己)의 그 무엇을 추구했을 가능성이 컸다. 그러니까 둘은 결국에 가서는 헤어질 운명이었을 것이며 정적이 될 가능성이 높았을 것이다.



‘혁명 상품’의 아이콘

연애를 혁명처럼 혁명을 연애처럼

부에나비스타소셜 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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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의 모습을 담은 각종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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