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신동아-미래硏 공동기획 | 미래한국 청년열전

달걀로 바위 치기? ‘노른자’가 남는다!

‘삼채총각’ 김선영의 에너지 분출기

  • 구해우 | 미래전략연구원 원장,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달걀로 바위 치기? ‘노른자’가 남는다!

1/3
  • ●27세 ‘농업 CEO’…“팜 비즈니스 개척할 것”
  • ● “모든 삼채는 나, 김선영을 통한다!”
  • ● 호텔리어 꿈꾸던 청년, 흙바닥서 미래 열다
  • ● “어른 돼서 하는 공부가 진짜 승부처”
달걀로 바위 치기?  ‘노른자’가 남는다!

[홍중식 기자]

9월 1일 충북 진천군 덕산면 삼채 농장. 김선영(27) 씨가 비료 포대를 옮긴다. 등짝엔 비지땀이 흐르고 얼굴엔 구슬땀이 맺혔다. 처음 농사짓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결심한 것은 하나였다. ‘농사짓는 사업가가 되자.’

바지런하다. 일중독 같다. ‘삼채총각’으로 불린다. 삼채나라(영농조합법인)와 ㈜네추럴니즈(농업회사법인) 대표. 직접 농사짓고, 영업·마케팅도 도맡아 한다.  

삼채는 미얀마가 원산지. 단맛, 쓴맛, 매운맛이 난다 해서 삼채다. ‘뿌리부추’라고도 한다. 2012년 12월 3000평(약 9900m²)의 노지(露地)에서 시작한 농장은 1만1000평으로 커졌다. 매출 10억 원이 올해 목표.  

“충북 진천 1만1000평, 경북 영주 1만5000평, 제주 2만 평, 전남 신안 2만 평…. 도합 10만 평가량 삼채를 키웁니다. 진천에서는 직접 농사짓고 영주, 제주, 신안은 농가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20만 평, 50만 평, 100만 평까지 늘려나갈 계획이에요.”

“정말? 농업이 유망하다고?”

‘대한민국의 삼채는 모두 나, 김선영을 통한다!’는 각오다. 삼채소금, 삼채장아찌, 삼채막걸리, 삼채김, 삼채쌀, 삼채사료, 삼채분말의 특허도 등록했다. 식용 삼채소금, 친환경 닭 사육에 사용하려고 개발한 삼채사료 외의 특허품은 상품으로 나왔다.   

“농사가 목적이라면 삼채를 길러 시장에 납품하는 것으로 만족했겠죠. 하지만 처음부터 농사가 아니라 창업이라고, 제가 하는 일을 규정했습니다. 농부가 아닌 사업가, 그게 제가 걷는 길입니다.”  

진천에 터 잡기 전까지 그의 삶에 ‘농촌’은 없었다.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 안산에서 자랐다. 학창 시절 바람은 호텔리어로 사는 것.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입대했다. 제대 후 밤낮으로 일해 돈을 벌었다.

“호텔리어가 되려면 호주에서 공부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백화점, 맥줏집 등에서 닥치는 대로 일해 기초 유학자금을 마련했어요.”  

2010년 호주로 유학을 떠났다. 옷가지가 든 큰 이민용 가방 두 개와 노트북. 언제 돌아오겠단 기약 없이 떠난 유학생 짐은 단출했다.

새벽 5시 : 청소부, 낮 12시 : 레스토랑 서빙, 주말 : 인력거 운전수…. 호주에서도 쉴 틈 없이 일해 학비를 벌었다. 삶은, 달걀로 바위 치기의 연속이었다. ‘한 번 더!’라는 마음으로 버텼다. 달걀로 바위를 치면 어떻게 될까. “노른자를 얻는다!”는 게 그가 얻은 답이다.

어느 날 강의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에게 물었다.

“앞으로 가장 유망한 산업이 뭘까요?”

유통·관광·IT 등 다양한 답이 나왔다. 교수가 말했다.

“모두 틀렸습니다. 내 생각에 정답은 농업입니다.”

정말? 농업이 유망하다고? TV 프로그램 ‘6시 내고향’에 나오는 농촌이 떠올랐다. ‘고즈넉하면서도 심심한 곳, 무엇보다도 촌스러운 곳.’ 그런데도 ‘농업’이라는 두 글자가 오랫동안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사업계획서의 달인’ 

“꽂혔다고나 할까요. ‘농업이야말로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귓가에 맴돌았습니다. 공부를 마치고 중국어를 익히려 베이징에 가려 했습니다. 영어, 중국어를 능란하게 하는 호텔리어가 되겠단 생각이었는데, 그날 강의가 삶의 항로를 바꿔놓았어요.”  

가슴이 쿵!쿵! 뛰었다. 호텔리어도 나쁘지 않지만 블루오션을 개척하는 것은 어떨까. 밤낮으로 일해 모은 돈을 학비가 아니라 창업에 쓰는 건 어떨까. 고민은 짧고, 행동은 민첩했다. 스물셋 청년은 “창농(創農)하겠다”며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학비 용도로 모아둔 3000만 원이 밑천이 됐다.

“부모님이 노후 대비용으로 마련해놓은 땅 3000평이 진천에 있었습니다. 귀농을 꿈꾸셨는데, 도시를 떠날 결심을 못 하셨고요.”

몸으로 하는 일엔 이골이 났다 믿었는데, 농사에는 ‘악!’ 소리가 났다.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많았어요. 폭염 때는 물을 쉴 새 없이 들이켜도 몸이 축 늘어져요. 여름에도 장화를 신는 탓에 발이 특히 고생했죠. 물 줄 때, 비료 줄 때를 잘 몰라 땅을 갈아엎기도 했고요.”

잘 모르는 일은 배우는 게 먼저다.

“한국농수산유통식품공사(aT)에서 6개월 과정의 ‘농산물 마케팅’ 수업을 들었습니다. 강의 있는 날엔 새벽 5시에 일어나 삼채를 돌본 후 수원에서 수업을 듣고 밤 11시 넘어 귀가했죠. ‘외식산업’ 6개월 과정도 수료했고요.”

하늘은 노력하는 자를 돕는가 보다. 2014년 후계농업경영인(옛 영농후계자)으로 선정돼 2억 원을 지원 받았다.

“운이 좋았어요. 후계농업경영인 지원금으로 땅을 더 샀습니다.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청년창업자금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프레젠테이션을 했습니다. 평가가 좋았어요. 그렇게 또 1억 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둘 다 낮은 이자의 장기 대출이에요. 20대인데, 빚이 많아요. 제 명의로 된 땅이니 자산이기도 하고요. 정부에서 자금 나오는 게 많거든요. 융자와 보조사업으로 나뉘는데, 보조는 1000만 원어치 농기구 살 때 700만 원 지원해주는 식입니다. 이것저것 지원하다 보니 사업계획서 쓰는 데 달인이 됐어요. 정부 지원 프로젝트를 20개쯤 했거든요.”

1/3
이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목록 닫기

달걀로 바위 치기? ‘노른자’가 남는다!

댓글 창 닫기

2017/10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