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0월호

Interview

“당 대표가 主君 비서? ‘호남 확장’ 성과보다 ‘우병우 침묵’ 과오 커”

‘경선 2위’ 주호영 의원이 본 ‘이정현 여당 50일’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16-09-22 16:4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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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화한 인상의 주호영 새누리당 의원은 최근 ‘거친 풍파’를 겪었다. 친박근혜계도 아니고 그렇다고 딱히 비박계로 분류되는 것도 아닌 주 의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지역구인 새누리당 대구 수성을 공천에서 탈락했다. 황망한 표정으로 공천의 부당함을 알리며 탈당했다. 그런데 ‘새누리당 공천=당선’인 대구에서 그는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부활해 돌아왔다.

    이어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더니 소장개혁파 정병국 후보를 누르고 비박계 단일 후보가 됐다. 그는 이정현 대표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그가 얻은 3만1946표는 당의 변화를 바라는 결집된 표심(票心)일 것이다. 다가오는 대선 정국에서 그가 상당한 발언권을 가질 것으로 보는 여권 인사가 적지 않다. 최근 여권 상황에 관해 그와 이야기를 나눴다. 



    “친박도 비박도 아니라서…”

    ▼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해 2위를 했는데요. 경선 때 한 말 중에 특히 새누리당 대의원이나 당원에게 공감을 산 대목이 있다면….

    “공감은 얻었지만 표는 엉뚱한 데로 갔죠(웃음). ‘당 안에서 서로 싸우면 안 된다’는 저의 말에 많은 분이 동의했죠. 우리가 4년 전 대선 때 그렇게 단결했어도 108만 표밖에 못 이겼거든요.



    앞으로 우리가 분열하면, 경선에 승복하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 성공할 수 없다고 봐요. 보수의 단결, 좁게는 공정한 경선, 이런 저의 메시지에 공감한 것으로 봅니다.”

    ▼ 일부 언론에선 정병국 후보로 비박계 후보들이 단일화할 것으로 예상했는데요.

    “다 그렇게 봤죠.”

    ▼ 그런데 예상을 깨고 주 의원으로 단일화 됐는데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정 후보는 소장개혁파로서 뛰어난 분이지만 당시 당원들은 중도 성향의 안정된 이미지인 저를 선택한 것 같습니다.” 

    ▼ 주 의원은 공천을 못 받아 탈당했고, 그 후 대구에서 새누리당 후보를 꺾고 당선됐고, 복당했고, 당 대표 경선에 나갔고, 2위를 했습니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공천이 얼마나 잘못됐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일 아니겠습니까. 있을 수 없는 역대 최악의 공천을 했고 이 때문에 180석이 되느니 안 되느니 하다가 122석이 됐으니까요. 한 60석, 적게 봐도 30~40석은 날려먹은 거죠.”

    ▼ 왜 공천을 안 줬을까요.

    “모르겠어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속 좁은 편견? 구청장 자리를 자기가 원하는 사람 안 줬다는 것에 대한 앙심이랄까. 소위 비박계의 경우 김무성 전 대표 등이 자기 휘하에 있는 사람들을 지켜줬죠. 제가 친박계도 아니고 비박계에도 속하지 않은 점도 영향을 줬다고 봅니다.”



    “구성의 오류”

    ▼ 당 대표 경선에서 친박계 후보를 꺾는다는 건 중과부적이라고 봅니까.

    “친박계가 주도한 공천이 국민으로부터 심판받아 궤멸했죠. 건강한 조직 같으면 책임 있는 사람들이 물러나고 책임 없는 사람들이 맡는 게 여론의 흐름에 맞아요. 그러나 그렇게 난리를 쳐서 공천을 몰아준 친박계로 당 대표 경선을 돌파한 거죠. 다시 친박 줄 세우기를 한 겁니다. 경제학에 나오는 ‘구성의 오류’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어요.”

    ‘여론은 비박계 당 대표를 원했으나, 총선 공천을 통해 친박계가 대거 당협위원장 자리를 장악하는 구성의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여론의 흐름과 반대되는 당 대표 경선 결과가 나왔다’는 취지로 들렸다. 주 의원은 “나는 친박계가 아니라는 의미에서 비박계가 맞지만, 어떤 조직적인 비박계에 속한 것은 아니다. 단지 건강한 정당을 만드는 일, 정권을 재창출하는 일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정현 대표 체제는 출범 50일을 맞는다. 이 대표에게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관련 사안은 시련인지 모른다. 이 대표는 우병우 수석 건에 대해 특별히 언급하지 않으면서 “왜 쓴소리를 안 하느냐고 얘기하지만, 벼가 익고 과일이 익는 건 눈에 보이는 해와 비로만 되는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바람도 분명히 작용한다”고 말했다. 

    ▼ 이정현 대표에 대해선 ‘호남 출신이라 확장성이 있는 것 아니냐’라는 긍정적 시각이 있습니다. 반면,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출신의 당 대표가 대통령과 가까워 제 목소리를 내겠냐’는 우려 섞인 시각도 있는 듯합니다.

    “확장성에 대해선 긍정적 면이 있다고 봐요. 다만 당 대표가 대통령과 친하다는 게 일장일단이 있습니다. 친해서 어떤 이야기든 할 수 있고 관철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장점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나 사람의 관계라는 것이 한번 관계가 형성되면 그걸로 가는데, 예를 들면 주군(主君) 대 비서의 관계라면, 되고 난 뒤에도 그런 관계라면, 그건 바람직하지 않죠.

    당은 정권을 창출하고 대통령을 만든 모체인데요, 그 에너지는 민심과 같이 가는 데에서 나오거든요. 대통령과 친한 것이 상하관계로 계속 이어진다면, 정권 재창출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고 봅니다.”


    “민심은 차곡차곡 쌓아둔다”

    ▼ 이정현 대표와 관련해 도드라지게 부각되는 게, ‘우병우 수석에 대해 왜 분명하게 말하지 않는가’ 하는 점인데요. 물론 이 대표는 ‘바람’론을 말합니다만.

    “그건 변명에 불과하다고 봐요. 바람이어도 좋아요, 결과만 있으면.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피하더라도, 결과를 만들어내면, ‘아, 바람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하겠죠. 그러나 결과가 없이 바람이라고 하면 그 바람의 존재를 인정해줄 수 있을까요.”

    ▼ 또한 이 대표는 “기다려라” “우물에서 숭늉 찾느냐”고 합니다만.

    “정직하지 못한 말이라고 봐요.”

    ▼ 이정현 체제 50일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제가 그런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요. 같이 경쟁한 사람이니까요. 딱 한 마디만 할게요. 민심에 다가가려고 현장 다니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이젠 제 목소리도 내야 해요. 정권 창출은 당이 합니다. 제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과 청와대에도 할 말 하는 것으로 국민에게 비치게 하는 일이 부지런히 현장 다니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죠.”

    ▼ 우병우 수석 사안이 밝혀진 게 없는 의혹뿐이라고 하는데요.

    “정무직 고위공직자는 (의혹 제기만으로도) 사퇴하곤 합니다. 또한 의혹 제기라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의혹 제기도 있고, 비슷한 의혹 제기도 있고. 그것을 떠나 인사검증 실패는 의혹인가요? 자꾸 논점 흐리기를 시도해요.”

    ▼ 대선이 내년 12월이라 한참 남았으니 우 수석 사안이 대선에 영향을 주겠느냐는….

    “한참 안 남았다고 봅니다. 내년 6월에 후보를 뽑아야 하고 정기국회 끝나면 시간이 얼마 없어요. ‘내년 12월이니까 그사이에 우 수석 정리되면 잊어버릴 거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죠. 그러나 민심은 어디엔가 차곡차곡 쌓아두죠.”

    ▼ 주 의원은 불교와도 인연이 깊고 앞을 내다보는 눈도 밝다고 들었습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새누리당 후보가 된다면 새누리당이 정권을 재창출할 수 있다고 봅니까.



    “선수층 두껍게…”

    “여러 사람 의견을 경청했어요. 반반인 거 같아요. ‘반 총장이 끝까지 가겠나’ ‘대선 레이스가 시작돼 세게 한두 번 두들겨 맞으면 넘어지는 거 아니냐’ 이렇게 보는 사람이 반쯤 됩니다. 그런가 하면 ‘반기문밖에 더 있느냐’라고 하는 사람도 반쯤 돼요.

    김원기 전 국회의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한국 대통령의 문제는 느닷없이 된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할지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대통령으로 뽑힌다는 의미죠. 반기문 총장도 이 범주를 벗어나진 못해요. ‘반 총장이 외교·안보에선 대통령보다 권한이 작지 않다는 유엔 사무총장을 하면서 해놓은 일이 뭐가 있느냐’ ‘이런 양반이 대통령이 되면 잘할 것이라는 보장이 있느냐’ ‘환상일 뿐이다’ 이렇게 보는 사람도 꽤 많아요. 또한 ‘반 총장은 국내 정치를 잘 모르는데, 이 부분은 어떻게 할 것이냐’ 이렇게 걱정하는 사람도 있죠.

    ‘반기문 1등’으로 나오는 여론조사도 어떻게 될지 몰라요. 그가 정치에 관여하면 어느 한쪽 주장을 선택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반대편 쪽 지지율은 떨어질 수 있죠. 아직 큰 흐름이랄까, 대세는 없는 것 같아요.”

    ▼ 새누리당이 반 총장을 택했다가 대선에서 잘못될 가능성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죠. ‘선수층’을 두껍게 가져가야 합니다.”

    정치권 일각의 박 대통령 탈탕 주장과 관련해 주 의원은 “새누리당 후보로 대통령이 됐으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당과의 불화 때문에 대통령이 나가는 일, 당이 지지율 낮다고 대통령을 잘라내는 일 모두 없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 친박계와 친문(親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계가 아닌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나오더군요.

    “중도가 넓기는 한데 하나로 묶을 구심점이 없어요. 정치는 현실적 문제라 집권할 만한 그룹이 없으면 어려워져요. 친박계나 친문계의 패권주의적 행태에 국민이 염증을 내면서도 중도의 정체성이 안 보여 여기에도 국민이 선뜻 마음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 친박계의 배타성은 총선 전보다 완화됐나요.

    “이해관계가 걸린 일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안 드러날 뿐이죠. 더 강화됐으면 됐지 약해지진 않았다고 봅니다. 이정현 대표가 제게 물으면 ‘당이 깨지지 않도록 하자, 화합하자, 당의 역량을 극대화하자’는 이야기를 늘 하죠.”

    ▼ 박 대통령 퇴임 후 친박계는 어떻게 활로를 모색할까요.

    “비박계가 구심점을 갖고 세력을 키우면 친박계는 분산돼 각자도생하겠죠. 그러지 않으면  친박계는 자기들끼리 리더를 뽑아 당권을 계속 장악하려 할 겁니다.”



    “진심이 중요”


    ▼ 박근혜 정권 이후에도 친박계는 계속된다?

    “비박계를 또 제압하려들겠죠.”

    ▼ 박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그들 친박계를 통해 정치에 계속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것까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서로 협력하는 관계지, 적대적이진 않을 것 같습니다.”

    주 의원은 최근 대구지역 의원 모임을 주선했다. 이 지역 의원들은 총선 때 진박-비박으로 치열하게 대립했다. 주 의원은 “내가 전당대회 준비할 때 대구 의원들이 삼복 더위에 핵심 당원들을 모아주더라. 여기에 감사 인사하는 자리였다. 감정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다 풀리겠냐마는, 지난 일은 잊고 화합해 잘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진심으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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