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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특집 | 김정은, 공포를 쏘아 올리다

“한·미 어떤 대비책도 무용지물”

北 핵·미사일 전략, ‘전쟁억제’에서 ‘실전승리’로

  • 황일도 |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한·미 어떤 대비책도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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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사일 퍼레이드’ 8개월…핵실험으로 마무리
  • ● 부산항 등 미군 증원 루트 핵타격 노린다
  • ● ICBM에 민감한 美, SLBM 위협엔 한국과 온도차
  • ● 北, ‘공포의 균형 속에 체제 영속’ 선언한 셈
“한·미 어떤 대비책도 무용지물”

북한 중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 [노동신문]

화룡점정(畵龍點睛). 9월 9일 북한이 단행한 5차 핵실험의 성격을 이보다 더 정확히 묘사할 수 있는 단어는 없다. 1월 6일 4차 핵실험부터 이날의 5차 핵실험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올해 들어 감행한 핵·미사일·로켓 실험 횟수는 21회에 달한다.

반복되는 소식에 둔감해지기 쉬운 사실 하나는 이 숫자가 명실공히 북한 정권 수립 이래 최대치라는 점. 그 8개월 남짓한 짧은 시간에 북한은 그간 베일에 가려 있던 ‘모든 실력’을 서슴없이 드러냈고, 5차 핵실험을 통해 마지막 연결고리마저 완성하기에 이르렀다.

아버지는 미국을 두려워했고, 핵에 대한 확신이 없었으며, 이미 완성해둔 기술도 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을 계산해가며 세상에 꺼내놓을 만큼 조심스러웠다.

아들은 다르다. 핵 능력 보유를 확신하는 그는 겁이 없다. 모든 판돈을 한꺼번에 ‘올인’해 최종 목표를 향해 치닫는다. ‘미국의 개입을 막겠다’는 예전 전략 대신 ‘전쟁이 벌어져도 패배하지 않겠다’는 진화한 형태의 전략을 염두에 둔 채 베팅을 이어간다.

2016년, 이렇게 달라진 평양의 계산은 어디서 왔으며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가.

한꺼번에 꺼내 든 ‘비장의 카드’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시기 많아야 한 해 2~3회에 그친 탄도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권력을 물려받으면서 이내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1년 2회, 2012년 4회이던 실험이 2013년 6회로 늘었고, 2014년에는 무려 19회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회에 그쳐 상대적으로 소강상태였지만, 올 들어선 2월 7일 광명성 4호 발사부터 9월 5일 노동으로 추정되는 사거리 1000km 안팎의 미사일 3발 발사까지만 따져도 지난해 기록과 같다.

여기에 두 차례 핵실험, 고체연료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엔진의 지상 연소실험, 핵탄두 모형과 대기권 재진입 장비 공개 등을 합하면, 2016년이 북한의 미사일 전략에서 ‘매우 특별한 한 해’라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횟수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다르다. 2014년의 발사 중 상당수는 구형 프로그(FROG)와 스커드 등 배치된 지 수십 년이 지난 미사일이 차지했다. 그나마 한동안 발사하지 않던 노동을 사거리 650㎞ 수준으로 날려 보낸 정도가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반면 올해의 경우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다. ‘미사일 퍼레이드’의 시작인 2월 7일 광명성 4호 발사를 성공시켰고, 2000년대 중반 실전배치 후 한 차례도 발사하지 않은 무수단을 쏘아 올리는가 하면,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도 보란 듯이 하늘 높이 날려 보냈다.

더욱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올해 등장한 핵과 미사일 기술이 최근 완성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설명했듯 무수단은 10여 년 전 만들어져 이동식 발사대차량(TEL)에 탑재돼 운용에 들어갔다는 게 그간 한국군 당국의 공식 설명이다. 8월 24일 날아 오른 SLBM 북극성은 북한이 최초로 공개한 최장사거리 1000㎞ 이상의 고체연료 미사일이지만, 이제까지는 그런 종류의 미사일이 개발되고 있다는 징후조차 파악된 바 없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만들기 위한 필수 과제지만 아직 평양이 보유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탄두 소형화 기술 역시 어느 날 갑자기 상당 수준 완성된 형태로 온 세계 앞에 선을 보였다. 그간의 예상보다 훨씬 앞선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수준에 모두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는 형국이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최근 평양은 그간 어둠 속에서 은밀히 개발과 생산을 진행해온 ‘비장의 카드’들을 한꺼번에 쏟아냈다. 분명 김정일 시대부터 준비돼온 기술과 능력임에 틀림없지만, 아버지는 이를 내놓고 드러내는 대신 지하 기지 깊숙한 곳에 묻어뒀다가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정치적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있을 때 하나씩 꺼내 들곤 했다. 워싱턴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수준을 ‘명백히 당면한 위협(clear and present danger)’이라고 판단할 경우 군사적 대응을 택할지 모른다는 조심성이 묻어나는 행보였다. 대화와 타협의 공간을 만들어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해 한 장, 한 장 카드를 내려놓는 방식이었다.

아들은 달랐다. 단번에 승부를 보기 원한다. 이를테면 ‘올인’이다. 이제 핵이나 미사일과 관련해 평양이 공개하지 않은 유일한 ‘능력’은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수 있다는 ICBM KN-14 비행 실험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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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일도 | 화정평화재단 연구위원, 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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