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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체의 고통 끝나니 또 뭔가를 하고 싶다”

‘한국판 GI 제인’ 여군 레인저 1호 탄생

  •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육체의 고통 끝나니 또 뭔가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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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선발·훈련과정, 남군·여군 동일
  • ● ‘열외 아닌 열외’ 싫어서 지원
  • ● “여군이 둘이라 서로 파스 붙여줄 수 있어 좋았다”
  • ● 풀 먹이던 토끼, 생존술 훈련 때 결국 내 손으로…
  • ● “군복만 입은 군인 아닌, 싸워 이기는 군인 될 것”
“육체의 고통 끝나니 또 뭔가를 하고 싶다”

한국 여군 최초의 레인저 이세라(왼쪽), 진미은 중사 [지호영 기자]

산세가 여간 험하지 않다. 이곳, 높이 572m의 옹성산(甕城山)을 끼고 육군보병학교 유격교육대가 있다. 군에서 유일하게 운영하는 유격전문양성과정이다. 유격전문가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

9월 2일 국내 최초로 탄생한 여군 레인저(Ranger, 유격전문가) 이세라(28, 육군2기갑여단 106기보대대 훈련지원부사관) 중사와 진미은(30, 육군3사관학교 교도대대 1중대 소대장) 중사도 이곳 출신이다.

육군보병학교는 올해 처음으로 여군과 해·공군, 해병대에 유격전문과정 문호를 열었다. 이 과정은 2013년 55명(1기)을 포함해 이번의 4기까지 총 195명이 수료했다. 유격전문자격을 취득하면 전투복 왼쪽 가슴과 오른쪽 팔에 레인저 휘장을 달고, 유격교관의 상징인 ‘빨강 8각모’를 쓸 수 있다. 레인저는 평상시엔 유격훈련 교관 업무, 유사시엔 적군 지역에서 정찰대 임무를 수행한다.    

47명 지원, 111명 탈락 

9월 1일, 무박4일 훈련과정(종합유격전술훈련)을 마치고 새벽에 돌아왔다는 여군 레인저들을 찾아갔다. 8월 4일 입소해 4주간의 훈련을 마친 이들은 수료식에서 레인저 휘장을 다는 일만 남겨 놓았다. 애초 147명의 지원자가 몰렸으나 입소 전 평가에서 110명, 훈련에서 1명이 탈락해 36명만이 교육을 받았다.

유격전문양성과정 지원자들은 1박2일의 입소 전 평가에서 ‘육군체력검정’ 특급 성적을 받아야 합격한다. 3km 달리기(남자 12분30초 이하, 여자 15분 이하), 팔굽혀펴기(남자 72회 이상, 여자 35회 이상), 윗몸일으키기(남자 86개 이상, 여자 71회 이상)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기본. 여기에다 오리엔티어링 방식(지도와 나침반을 들고 산속 지점을 통과해 목적지까지 정해진 시간 안에 찾아가고, 공격군장 15kg을 꾸리고 확인점 15개 중 4개를 찾아 2시간 내 목적지에 도착해야 한다)의 급속행군, 100m 수영, 턱걸이 등도 통과해야 입소 자격을 얻는다.

공보장교의 차를 타고 유격교육대로 들어가자 언뜻 ‘미소년’ 같은 두 사람이 걷고 있는 게 보인다. 체격이 왜소하다. 한 사람은 다리를 절고, 다른 사람도 발걸음이 무겁다. 여느 군인들보다는 좀 길어 보이는 커트 머리. 공보장교가 차를 세우고 부른다. “이 중사, 진 중사 타라!” “예, 감사합니다!” 복창하는 그들과 인사를 나눴다. 바로 그 ‘한국판 GI 제인’ 이세라, 진미은 중사다. 중성적인 목소리다.

유격교육대에 도착해 먼저 교관들과 함께 4주간의 훈련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봤다. 교관 9명(대위 1명, 중위 6명, 하사 2명)이 훈련생 36명을 3개조로 나눠 조련했다. 훈련 강도가 엄청나다. △1주차 : 유격체조, 기초 장애물 극복, 산악 장애물 극복, 하천 장애물 극복, 수상 은밀 침투, 저고도 헬기 이탈 △2주차 : 편제장비 조작, 생존술, 주야간 장거리 이동 및 방향 유지, 구급법, 습격, 매복, 특수정찰·화력유도 훈련과 평가 반복 △3주차 : 전문정찰요원 능력을 기르기 위한 적 지역 침투, 정찰, 습격, 회피, 탈출 등 유격전술 △4주차 : 무박4일간 종합유격전술훈련.  

‘배려’에서 ‘인정’으로

육군보병학교가 훈련 현장을 공개한 8월 24일. 그날 취재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교육생들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맨손으로 올랐고, 수직 56m 암벽에서 로프에 의지한 채 맨땅을 정면으로 내려다보며 빠른 속도로 내려갔다. 지상에서 43m 높이에 있는 만경대 훈련장(하천 지형에서 필요한 유격전술을 숙달하도록 조성된 유격전문훈련장)에서 189m 와이어가 걸린 활차(滑車)에 매달려 시속 40~50km의 속도로 하천을 가로질러 도하(渡河) 했다.

미국 육군 특수부대 훈련과정 ‘레인저스쿨’(60여 일간 진행)은 지난해 처음 여군에게 문호를 개방해 여군 레인저 2명을 배출했다. 한국군 유격전문양성과정은 미군 레인저스쿨처럼 남군, 여군을 똑같이 훈련시킨다. 국내 최초로 여성 레인저를 배출한 교관의 소감은 어떨까.

“선발·훈련 과정과 난이도는 남녀가 동일하다. 단 선발 항목 중 여자는 매달리기, 남자는 턱걸이로 조정했고, 웃통을 벗는 하천장애물 훈련에서 여군을 제외했다. 여군의 체력은 상상 이상이다. 전체 수료생 중 중상급이다.”(이창우 소령, 육군보병학교 유격교육대장)

“옹성산 500m 고지에 올라가면 고소공포증이 생길 수 있는데 여군들은 모두 담대하게 레펠 훈련을 잘 받았다. 25kg 군장을 메고 10km 산악을 뛰는데, 한때 속도가 뒤처지긴 했지만 끝까지 서로를 독려하며 페이스를 유지했다. 자연스럽게 여군을 ‘배려’하는 게 아니라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생존술 훈련에선 좀 달랐다. 남군은 토끼를 가차 없이 죽이는데, 여군은 토끼에게 풀을 먹이더라(웃음).”(김대현 대위, 육군보병학교 유격교육대 교관)  

인터뷰는 유격교육대장실에서 진행됐다. 두 여군은 처음엔 군기가 바짝 들어 있었지만 대화가 이어지자 조금 부드러워졌다. 다만 훈련의 피로 때문인지 틈날 때마다 손깍지를 끼면서 우두둑우두둑 소리를 냈고, 어깨와 허벅지를 손바닥 끝으로 탁탁 두드렸다.

▼ 오늘 훈련에서 돌아왔다고 들었다.  

진미은 공육(06)시 어간(於間)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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