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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매뉴얼’이 검찰 수사 교본?

최순실 수사 막전막후

  • 특별취재팀

‘고영태 매뉴얼’이 검찰 수사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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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박근혜·최순실·안종범 공범 구도”
  • ● “검찰 조직 보호가 우선”
  • ● 태블릿 PC 둘러싼 음모론 무성
  • ● 朴, 처벌하기 애매한 일탈?
‘고영태 매뉴얼’이 검찰 수사 교본?

10월 31일 최순실 씨가 서울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동아일보]

‘통일 대박’ 연설문 등 200여 개의 파일이 발견된 삼성 태블릿 PC. JTBC는 이것이 ‘최순실 씨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태블릿 PC는 최순실 게이트가 터져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가 됐고, 검찰 수사에서도 유력한 범죄증거로 채택됐다. 보도 다음 날, 그리고 일주일 후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씨에게 일부 원고를 보낸 적이 있다” “오랜 인연을 갖고 있던 최 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됐고 저 스스로 경계의 담장을 낮췄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최순실 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와 검찰 조사에서 이 태블릿 PC에 대해 “내 것이 아니다. 나는 다룰 줄도 모른다”고 거듭 주장했다. 법조계에선 최씨가 이런 태도를 고수하면 법정 공방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한다.

JTBC는 이 태블릿 PC가 최씨의 것이라는 근거로 태블릿 PC에 최씨의 ‘셀카’ 사진이 저장돼 있는 점, 문서가 딸의 개명 전 이름(유연)으로 저장돼 있는 점을 들었다. 김모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개통해 최씨에게 제공했다는 게 JTBC의 설명이다.

검찰도 비슷하게 판단하는 것 같다. 최순실 사건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관계자는 “해당 태블릿 PC를 분석한 결과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입수 경위 등 구체적인 사용 정황은 재판에서 드러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씨의 한 지인은 “최씨는 와이파이도 잡지 못할 정도로 전자기기를 다루는 데 서툴다. 태블릿 PC를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최씨는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원고를 받아 본 사실은 인정한다. 그러면서도 그 원고를 받은 수단인 태블릿 PC와 그 안의 자료들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부정하는 것이다.

‘최씨의 주장이 말이 되느냐’라는 의문을 가질 수 있지만, 이 태블릿 PC가 최씨의 것임을 입증할 책임은 최씨를 기소한 검찰에 있다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 의견이다. 재판 과정에서 검찰은 “내 것이 아니다”라고 한 최씨의 주장을 깨뜨릴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JTBC가 최씨의 셀카 사진이라고 한 사진의 경우 옆 사람이 최씨를 그런 각도로 찍어줄 수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JTBC가 보여준 이 태블릿 PC 화면에 따르면, 최씨는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로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썼다. 이것도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JTBC가 질러버린 것”

“만에 하나 최씨의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측근이 이 태블릿 PC를 썼다면 최씨의 사진이 저장돼 있거나 ‘유연’을 아이디로 쓴 것이 이상하지 않다. 언론이 불충분한 정황만으로 ‘최 씨의 태블릿 PC’라고 질러버린 것 같다. 보도 후 최씨는 자기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JTBC는 당사자인 최씨의 입장을 듣지 않은 상태에서 최씨의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PC가 최씨의 것으로 인정된다 해도 여기에 저장된 개별 자료들이 최씨의 것이라는 점은 별도로 입증해야 한다. 최씨가 박 대통령 측으로부터 어떻게 원고를 받아서 어떤 기기를 통해 수정해 어떻게 박 대통령 측에게 보냈는지를 자백하지 않는 한, 검찰은 이 PC와 그 안의 자료들이 범행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야 한다. 대법원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 때 대법원은 ‘해당 PC가 본인 소유라 하더라도, 해킹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e메일에 매일매일 접속해 쓴 글도 본인이 쓴 글이라고 개별적으로 인정해야 법적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제의 태블릿 PC가 최씨의 것인지 아닌지와 관계없이 최씨가 e메일로 대통령의 원고나 휴가 사진 같은 자료들을 직접 내려 받은 과정까지 검찰이 입증해야 재판 때 증거능력을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검찰도 태블릿 PC에 있는 파일들이 청와대에서 작성된 것인지, 어떤 경로로 저장됐는지 확인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를 처벌하려면 태블릿 PC의 취득 경위도 밝혀져야 한다. JTBC가 입수한 뒤 검찰에 제출하기까지 해당 원고 내용 등 증거가 ‘오염’되지 않았다는 것이 법정에서 입증돼야 하기 때문이다.

JTBC는 PC 취득 경위와 관련해 “최순실 씨가 사무실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고 두고 간 것을 확보했다”는 취지로 보도했다. ‘휴대가 간편한 자신의 태블릿 PC를 왜 남에게 맡기냐’는 의문이 들지만, 이 방송사는 구체적 취득 장소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최씨 사무실 건물의 한 관리인은 다른 언론에 “태블릿 PC는 없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영태·이성한 안 건드린다?

해당 태블릿 PC에 PC 소유자가 독일에 갔을 때 외교부에서 보낸 문자가 남아 있는 만큼 이 PC가 독일에 간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PC가 독일이 아닌 한국에서 JTBC에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씨의 최측근이다가 최씨와 멀어진 키맨(keyman)들 중 누군가가 이 PC와 관련된 것 아니냐?” “JTBC가 우연히 물건더미에서 집어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로부터 제공받은 것이 아니냐?”는 얘기도 들린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에선 음모론까지 떠돈다. 판도라의 상자 노릇을 한 이 PC가 언론사를 거쳐 검찰에 전달된 경위가 명확하게 규명돼야 하는 이유다. 대검찰청의 한 관계자는 “최 씨가 PC를 부정하면 검찰이 확인해야 할 사안이 많아진다”면서도 “입증하는 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씨의 e메일, 최씨에게 e메일로 자료를 보낸 청와대 인물의 e메일, PC 등을 다 확인하고 있다. 우려하는 만큼 재판에서 증거 인정 여부가 문제 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태블릿 PC가 검찰에까지 흘러 들어간 경위는 아직 오리무중이지만, 검찰의 수사 태도를 보면 검찰이 누구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는지 드러나는 듯하다. 고영태 전 더블루K 상무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은 최순실 씨의 최측근이었다가 최씨와 틀어졌다. 이 두 사람은 언론 폭로의 전면에 섰고 검찰 조사에도 적극 응했다. 고씨는 나중에 부인하긴 했지만 언론에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연설문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씨는 검찰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및 모금 경위, 최씨 개인회사인 더블루K·비덱스포츠 운영 과정, 청와대의 기밀문서 유출 의혹 등의 실마리를 풀어줄 얘기를 상세하게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고영태·이성한 씨를 향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최순실 씨는 세계일보 인터뷰에서 “5억 원을 달라는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는데, 검찰은 이 협박 사안에 대해서도 수사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수사 도중 필요할 때마다 고영태·이성한 씨에게 협조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한 수사기관 관계자는 “박근혜·최순실·안종범 공범 구도가 검찰발(發)로 자주 보도되고 있다. 검찰 수사가 ‘고영태가 만든 매뉴얼’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비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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