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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朴, 숨만 쉬며 연명하는 뇌사(腦死)정부 만들었다”

최순실 폭탄 맞은 청와대·정부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朴, 숨만 쉬며 연명하는 뇌사(腦死)정부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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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의 범죄혐의가 최순실 공소장 같은 데에 적시돼 국민에게 공표되는 건 대통령에겐 좋은 일이 아니다. 최재경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임무는 이 문제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현 청와대의 맨파워가 세다고 할 순 없다. 국회가 청와대에 대해 ‘슈퍼 갑(甲)’인 상황이므로 청와대 정무수석의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 방송인 출신 허원제 정무수석은 18대 의원을 지냈지만 다선의 노회한 여야 지도자들을 제대로 상대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간 박 대통령은 정무수석의 역할에 별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외교관 출신(박준우)을 정무수석으로 기용하기도 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정무수석을 하는 11개월(2014년 6월~2015년 5월) 동안 단 한 차례도 대통령과 독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 공식 참모 라인에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그보다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비롯한 새로운 비선에 의존한다는 소문이 돈다. 여권 고위 관계자 C씨는 “한광옥 실장이나 허원제 수석은 여당 친박계 중진들과의 연락책 역할 정도만 하는 것 같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문고리 권력 3인방(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의 빈자리를 김기춘 전 실장이 혼자 메우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선 실세 때문에 이렇게 데었는데 또 공식 직함 없는 비선에 의존할까’ 하는 의문도 나온다.





“이 또한 지나가리”

“朴, 숨만 쉬며 연명하는 뇌사(腦死)정부 만들었다”

영수회담을 요구했다가 청와대가 응하자 철회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동아일보]

만에 하나 김 전 실장의 도움을 어느 정도 받더라도 지금은 박 대통령이 결국 직접 선택해야 하는 상황으로 비쳐진다. 퇴진 위기에 몰린 박 대통령 측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다음은 청와대와 가까운 여권 인사의 말이다.

“올여름부터 문고리 3인방 중 한 사람을 만나기 어려워졌다. 극도로 몸조심을 하더라. 최순실 쪽 정보가 뭔가 외부로, 언론 같은 데로 샜다는 걸 감지한 것이다. 최순실 사태가 터지고 보니 박 대통령 주변 인사들이 허탈해한다. ‘비선의 비선’ 즉, ‘최순실 최측근’의 면면을 보고서다. ‘아니 우리나라 권력서열 1위라는 사람이 이런 후진 선수들과 국정을 논하고 일을 기획해왔단 말이냐!’ 다들 망연자실해한다.

최순실이 지적 수준이나, 교양 수준이나, 만나는 사람의 수준에서 어느 정도 기본은 될 줄 알았는데, 완전 배신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원망은 박 대통령의 사람 보는 안목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진다.

그러나 박 대통령 본인은 평정심을 잃지 않은 것 같다. 두 번째 대국민 사과 때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지만 이내 “잠은 보약” 비슷한 말을 하며 해맑게 지낸다. 박 대통령은 어떤 굳은 신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 ‘나는 문제없어’ ‘어떠한 역경도 이겨왔어’ 하는. ‘간절히 원하면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은 그 자신에게 하는 말인지 모른다.”

이런 운명론적 긍정의 힘이 그를 대통령으로 밀어 올렸는지 모른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아마 박 대통령은 다윗 왕의 반지 속에 새겨진 말 ‘이 또한 지나가리’를 떠올리고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을 건별로 분리해서 볼 것 같다. 어느 것 하나 그리 죽을죄라 여기지 않을 것 같다. 아버지 시대에 비춰봐도 죽을죄가 아니고 역대 대통령의 측근비리와 견주어봐도 대역죄가 아니고….”



“대통령 연설문, 前 정권 때도…”

몇몇 관계자는 “지난 정권에서도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 청와대 참모가 연설문을 민간에 보내 내용을 검토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점에 비춰보면 최순실의 ‘빨간 펜 첨삭’은 부적절한 행위는 맞지만 하야나 퇴진 감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8월 21일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의해 최순실 게이트가 수면으로 떠오를 기미를 보일 때 박 대통령은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빌려 “부패한 기득권 세력과 좌파세력이 식물 정부로 만들려는 국기문란 행위”라며 저항선을 쳤다. 이것이 박 대통령의 본심일지 모른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보수 성향 시민은 시간이 지나면 평상심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 같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보수 세력이 진보 진영을 지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은 외교·국군통수권을 야권이 추천하는 총리에게 내주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른 한 여권 인사는 “100만 관료조직에 의해 국가는 일상적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다. 박 대통령은 지금 ‘내가 곧 정부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본인이 하야·탄핵 위기에서만 벗어나면 정부는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인사는 “박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금의 난국이 아니라 퇴임 후의 기소 문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동아 2016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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