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경영 트렌드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번다

중소기업청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원사업 활기

  • 정현상 기자 | doppelg@donga.com

    입력2016-11-18 11: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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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SR 컨설팅·보고서·아카데미·코칭 지원
    • CSR 경영은 지속가능 기업 필수조건
    • 글로벌 기업 CSR 정보 요구 늘어나
    착한 기업이 돈도 잘 버는 시대다. 사람들에게 편안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는 기업, 친환경적이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 건강에 좋은 식품을 공급하는 기업들은 수익도 많이 낸다. 반대로 가습기살균제 사건에서 보듯 단기적 이익에 눈이 멀어 소비자를 속이고 해를 끼친 기업은 사업 자체를 접게 되는 경우도 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 경영이 점점 더 중요해지는 시대다. CSR은 기업의 이익을 확대하고 기업의 이해관계자가 기대하는 것에 부응하기 위해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즉, 사회를 이끌어가는 주요 구성원으로 책임감을 갖고 사회에 기여하는 모든 활동이다.

    그동안 대기업 중심으로 활발히 추진돼온 CSR 경영이 최근에는 중소기업들에게도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더욱이 2010년 11월 CSR 국제표준 ‘ISO 26000’이 제정되면서 자발적으로 이에 대응해야 하는 필요성이 생겼다. 즉 기업이 환경보호, 인권, 지역사회 참여 등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다는 점을 알려야 수출이 순조로워지는 상황이 온 것이다. 국내에서도 소비자의 눈높이가 올라가면서 기업 평판이 좋아져야 수익도 늘어나는 추세라 기업들이 이에 대처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중소기업 CSR 5대 특징

    하지만 국내 상당수 중소기업은 CSR에 대한 관심이나 이에 대한 대처 역량 부족으로 CSR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한국생산성본부 지속가능경영센터에 따르면 중소기업 CSR의 특징은 크게 5가지로 나눠 볼수 있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소액 자본금, 낮은 수익성으로 인해 자금이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CSR 수행을 위한 경제적 여건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중소기업은 일반적으로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경영자가 여러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느라 CSR 수행을 위한 시간적 여유와 전문적 지식이 부족하다.

    △중소기업 중엔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에 부품을 공급하거나 일부 공정을 아웃소싱하는 하청기업이 많다. 이 때문에 CSR을 추진하는 대기업이나 다국적기업이 부품 공급사에 CSR 자료를 공개하라고 요청할 경우 그에 따를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은 유사한 업종이 일정 지역의 공단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전체 사회보다는 해당 공단 주변의 지역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 높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홍보할 만한 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다. 소비자, 환경, 노동 등 글로벌 CSR 이슈에 대처하면서 이를 홍보해야 기업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의 사회적 책임 경영활동을 확산하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CSR지원센터를 운영하여 다양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 지원사업의 근거가 되는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도 2012년 11월 개정됐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매년 보고서 개발, 컨설팅 사업, 간이 진단 사업 운영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CSR 역량을 강화해왔다. 또한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CSR 전문교육을 통해 내부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2013년 172명, 2014년 150명, 2015년 122명이 이 교육을 받았다. CSR아카데미 수강 인원도 2014년 102명, 2015년 103명, 2016년 163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그만큼 CSR에 대한 중소기업의 관심이 늘어났음을 뜻한다.

    중소기업 CSR 지원사업은 크게 △CSR 컨설팅 지원 △CSR 보고서 개발 지원 △CSR 아카데미 사업 △CSR 코칭 및 교육 사업 등으로 나뉜다.



    CSR 컨설팅 지원

    CSR 컨설팅 지원은 각 기업의 현장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CSR 경영을 통해 성과를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주는 사업이다. 예컨대 이 사업을 지원받는 기업은 CSR 경영방침 수립, 경영 매뉴얼 보완 등을 통해 임직원들이 CSR을 충분히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장 교육을 하게 된다. 정부에서 총 컨설팅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있으며 대상 기업으로 선정되면 한국생산성본부가 CSR 전문가를 파견해 CSR 내부 역량을 진단하고, CSR 실천 방안에 대해서도 자문해준다.

    진단 내용은 ISO26000에 따른 CSR 7대 분야(조직지배구조, 노동관행, 인권, 환경, 지역사회 참여 및 사회개발, 공정기업 관행, 소비자 이슈)에 대한 것이다. 각 분야별로 기업이 가진 특성에 따라 CSR에 어떻게 대처할지 검토해준다. 또한 제품 수출 시 글로벌 기업의 CSR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대응 방안을 마련해주고 지원한다. 특히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의 공급업체로서 수출 시 해외 기업으로부터 CSR 또는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성과 정보를 요구받은 기업이 우선 선정 대상이다.

    농업회사법인 ㈜청맥은 2015년 CSR컨설팅을 받은 곳이다. 이 회사 김재주 대표는 “주변의 권유로 컨설팅을 받았는데 그동안 해오던 일들을 지속가능경영이라는 큰 틀에서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며 “결과적으로 대외 이미지도 좋아지고, 비용절감 등을 통해 수익도 개선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SR 보고서 개발 지원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중 하나는 기업 경영활동을 대외에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이다. 지배구조든, 환경이든, 소비자 이슈든 기업이 어떻게 대응하고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이해관계자들과 공유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CSR 활동을 담은 보고서를 발행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기업 회계자료를 담은 재무제표와 마찬가지로 CSR 보고서도 연 1회 발행하는 게 관례다. 중소기업청의 CSR 보고서 개발 지원사업은 중소기업이 외부의 CSR 정보 요구에 대응해 자사의 CSR 활동 및 성과를 글로벌 보고 형식에 맞춰 보고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보고서 기획에서부터 작성, 디자인, 인쇄까지 지원받는다. 대기업 또는 글로벌 기업의 공급업체이며 CSR 또는 지속가능 경영성과 정보에 대한 공개 요구를 받은 기업이 우선 선정 대상업체다. 선정된 기업에는 컨설턴트 1인이 배정돼 보고서 제작 전 과정을 돕는다.

    중소기업은 대개 홍보 수단이 부족하기에 CSR 활동성과를 담은 보고서는 훌륭한 홍보자료가 된다. 아울러 보고서 개발 과정에서 CSR의 성과를 측정하거나 관리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CSR의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CSR 보고서는 제품 수출에도 플러스 요인이 된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의 CSR 보고서 개발 대상 업체로 선정된 화장품 제조사 ㈜케이피티의 사례가 흥미롭다. 이곳은 로레알, 샤넬 등과 같은 해외 대기업과 거래해오던 중 CSR 진단평가를 요구받았지만, 당시 담당자가 CSR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어 후속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CSR 보고서 개발 사업에 참여하면서 CSR 활동을 진행하게 됐고, 보고서까지 발간했다. 이를 계기로 해외 대기업의 CSR 정보 요청에 대응할 수 있었고, 국내에선 CSR 관련 포상도 받았다. 또 다른 CSR 보고서 개발 대상 중소기업인 유진제지는 이미 CSR보고서를 4회나 발간해 자사가 친환경·윤리경영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확보해나가고 있음을 알렸다.



    찾아가는 CSR 코칭 및 교육 

    코칭은 CSR 차원에서 현황과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다. 올해는 선착순으로 중소기업 22곳을 골라 지원하게 되며 사업 신청은 11월 25일까지 e메일(sm@kpc.or.kr)로 접수한다.

    지난해 CSR 교육을 진행한 유진테크놀로지는 CSR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교육 필요성도 공감하지 못하던 회사다. CSR이 회사에 직접적인 이익을 주지 못해 불필요한 활동이라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한다. 교육을 진행한 전문가 A씨는 “유진테크놀로지는 교육을 통해서 자사가 생각보다 많은 CSR 활동을 진행해왔다는 것을 깨닫고 ‘이런 것도 CSR이냐’고 되묻기도 했다”며 “CSR 활동이 자사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지한 뒤에는 정부의 중소기업 CSR 사업 보조가 생각보다 적어 아쉬워했다”고 밝혔다.



    CSR 아카데미 추진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 중심의 CSR이 사회적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전문가 양성에도 나섰다. 올해 7~9월 30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수행한 CSR 아카데미 사업이 그것이다. 교육은 크게 △중소기업 CSR 전문가 양성(1회 20명), △중소기업 임직원 대상 CSR 교육(9회 130명), △CSR 전국순회 설명회(5회 100명) 등으로 나뉜다.

    CSR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IS0 26000, CSR컨설팅 방법론, CSR보고서 작성 등에 대한 이해가 있고 컨설팅이 가능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총 40시간의 특별 교육이 실시된다. 임직원 교육은 중소기업에서 실천 가능한 CSR 방법론을 중심으로 구성해 글로벌 기업의 CSR 요구사항별 대응 방안 등을 포함해 총 6시간 과정으로 9회 실시한다. CSR 설명회는 전국 주요 산업단지 대상 5개 지역(부산, 대구, 대전, 광주, 원주)에서 지방소재 중소기업 및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중소기업 CSR 경영의 필요성과 정부 지원제도 등을 소개하는 행사다.

    중소기업 CSR 지원사업에 참여한 컨설턴트들은 “CSR 컨설팅을 받은 뒤 자체 예산으로 보고서를 냈다” “컨설팅 이후 매출이 급성장해 안정적인 회사가 됐다” “CSR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 등의 반응을 기업들로부터 들었다며 중소기업에서 CSR 인식이 더 확대되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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