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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바람이 불수록 바람개비는 더 세차게 돌아간다”

Interview - 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

  • 기획·취재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거센 바람이 불수록 바람개비는 더 세차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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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길여산부인과’ 개원 후 ‘(입원)보증금 없는 병원’을 운영하는 등의 과감한 결단은 지금까지도 국내 의료계에서 회자됩니다.

“1958년 개원 직후 환자가 구름떼처럼 몰렸어요. 서울에서 온 젊은 처녀가 진료한다는 소문에 구경 삼아 온 이들도 있을 만큼 화제였죠. 그만큼 병원과 의사를 접하기 힘든 시대였어요. 국내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해 특별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이 없고선 의사 가운을 입을 수 없는 시대였죠.

개원 이후 1977년 의료보험제도 시행 전까지 ‘보증금 없는 병원’ 푯말을 내걸었을 때 주변의 다른 병원들에선 걱정이 많았어요. 돈이 없어 진료받지 못하는 환자가 한둘이 아니니 금세 문을 닫을 거라고 했어요.

결과는 정반대였죠. 현재 가천대 길병원은 전국 최고 수준의 대형 병원으로 성장했습니다. 돈을 못 내고 진료받은 환자들은 고마운 마음을 평생 가슴에 담아두고 형편이 될 때 조금씩 갚기도 했고, 제철 농산물을 선물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환자에게 제 병원을 소개하기도 했고요. 제겐 ‘돈을 내지 못한 환자들이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품고 살면 언젠가 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 될 것’이란 신념이 있었어요.”





청진기 걸어주는 이유

▼ 인재 양성에 대한 열정도 유명합니다. 가천의과대학 설립 당시 입학생 전원에게 등록금 면제, 기숙사 제공 등의 혜택을 줬는데요.

“의사가 되고 싶어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이 경제적 여건 등 현실적 이유로 꿈을 포기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환자를 살리는 일만큼이나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는 일도 중요합니다. ‘가천’의 이름으로 아무런 걱정 없이 최고의 환경에서 오롯이 훌륭한 의사, 자신보다 환자를 먼저 생각하는 의사가 되는 데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생각입니다. 2015년 의학전문대학원에서 의과대학으로 전환한 뒤에도 의과대학 신입생에게 똑같은 혜택을 주고 있어요.

저는 졸업식 때마다 새내기 의사가 된 제자들 목에 청진기를 걸어줍니다. 저는 산부인과 진료 시절, 가슴에 늘 청진기를 품고 다녔어요. 가뜩이나 병원은 환자에게 두려운 공간인데, 차가운 쇠붙이까지 갑자기 몸에 닿으면 치료도 하기 전에 공포감이 더욱 커지니까. 체온으로 따뜻이 데운 청진기로 진찰하면 환자들이 놀라지 않았어요. 새내기 의사에게 청진기를 선물하는 건 ‘환자 처지에서 생각하라’는 메시지를 항상 유념하라는 뜻에섭니다.”

▼ 국내 의료 발전을 견인해온 원로로서 우리 의료계가 나아갈 방향을 조언하신다면.

“국내 의료기관들이 내부적 경쟁만 해선 안 돼요. 세계적 흐름을 읽고 선진 기술에 먼저 접근해야 합니다. 의과학 분야에서 세계 수준을 뛰어넘어야 해요. 의사와 과학자들이 국내에서도 충분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꼭 필요한 일이죠. 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가천대 뇌과학연구원, 이길여암·당뇨연구원, 가천바이오나노연구원 등의 설립을 구상했고, 이 3대 연구기관은 불과 10여 년 만에 해당 분야에서 세계 어느 기관과 견줘도 뒤지지 않을 만큼 성장했습니다. 뇌영상, 진단 분야 등은 세계 유일의 특허를 보유하는 등 세계 최정상급이라 해도 과언이 아녜요. 뇌를 손금 보듯 들여다보는 시대가 곧 열립니다.  

인공지능(AI) 분야도 마찬가집니다. AI를 의료에 접목하는 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흐름을 빨리 읽고 선봉에 선다면, 처음 길을 가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노하우를 습득하게 됩니다.”



‘하면 된다’와 ‘상전벽해’

“거센 바람이 불수록 바람개비는 더 세차게 돌아간다”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치료. [사진제공·가천대 길병원]

▼ 가천대는 올해 통합 5년을 맞았습니다. 그동안의 가장 큰 변화로는 무엇을 들 수 있습니까.

“2006년부터 시작한 4개 대학 통합을 2011년 완성했습니다. 2012년엔 가천대로 새롭게 출범했죠. 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대학 숫자만 많은 것보다는 한국을 이끌 글로벌 명문대를 만들겠다는 신념으로 이뤄냈습니다. 통합으로 가천대는 대학원생을 포함해 경기 성남과 인천에 총 2만여 명이 재학 중인 대규모 대학이 됐어요. 의과대와 한의대, 약학대, 간호대를 모두 갖춘 메디컬 파워도 가천대의 자랑입니다. 상상하기 힘든 변화가 이뤄진 거죠. 매년 사회각계에서 맹활약하는 동문을 초청해 ‘자랑스러운 가천인의 밤’ 행사를 여는데, 이때 모교를 방문한 동문 모두가 ‘상전벽해’라며 발전상에 놀라워합니다.

통합이 외형적 변화라면 통합 이후엔 글로벌 경쟁력 강화, 교육환경의 획기적 개선, 학교 재정 건실화를 3대 목표로 내적역량 강화에 공을 들였어요. 가천대 출범 이후 임상교원 76명을 포함해 우수교수 386명을 신규 초빙했으며, 우수 논문이 쏟아지고 국내외 특허출원, 연구 프로젝트 수주 등이 이어졌습니다. 입시 경쟁률과 입학성적도 올라갑니다. 2017학년도 수시모집에서도 18.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의과대는 38.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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