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최태민 일가는 박 대통령 돈도 빨아먹었다”

단독보도 | 최태민 X파일 & 채병률 前 최태민 특보 증언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이혜민 기자 | behappy@donga.com

    입력2016-11-21 11: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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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와 최태민은 영(靈)적 관계”
    • “崔가 모은 7억, 박근혜 계좌로 관리”
    • “박근혜 이름 팔아 위세…재벌 회장 부인들 줄 서”
    • “금품 의혹, 中情 문건보다 액수 더 커”
    • “최태민, 문건 속 30대 여인과 내연관계”
    ‘밤의 말벗’이 보수정권의 자폭(自爆) 뇌관이 됐다는 ‘신동아’ 11월호 기사 제목은 여러 사람의 공감을 샀다. 이후 상황은 이 제목이 시사하는 대로 전개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최순실 씨는 아무 직함도 없이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첨삭하고, 정상회담에서 입을 의상을 정하고, 청와대 행정관들을 수족 부리듯 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가 청와대를 제 집 드나들 듯 했다, 최씨가 코치해준 대로 박 대통령이 말하고 수석·장관들이 받아 적었다, 최씨가 대기업에서 수백억 원을 거둬들여 뒤로 빼먹는 일을 진두지휘했다, 최씨가 삼성에서 35억 원을 받아 썼다…. 이런 믿기지 않지만 신빙성 높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더욱이 최씨는 품행에서도, 호스트바 출신의 스무 살 어린 남자를 서로 반말하는 최측근 사업 파트너로 두는가 하면, 낙제생 딸의 지도교수에게 막돼먹은 언사를 퍼붓기도 하는 ‘교양 없고 탐욕스러운 졸부 아주머니’의 전형적 모습으로 비쳤다.

    박 대통령이 이런 여인의 꼭두각시가 되어 시키는 대로 말하고 입고 국정을 운영했다니, 많은 사람이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고 나선 것이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 등과 관련해 최씨의 공범 혐의로 퇴임 후 기소될지 모르는 처지가 됐다.

    박 대통령은 이 비선(秘線) 실세의 존재를 감추려고 수년간 거짓말을 해왔다. 그러다 마침내 더는 숨길 수 없게 돼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박 대통령의 오랜 지지자인 한 70대 남성은 실망한 나머지 “법과 원칙을 강조해온 사람이 할 일이냐”는 탄식을 내뱉었다. 박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층은 이렇게 부식됐고 대통령의 도덕적 권위는 땅에 떨어졌다.    



    그런데 ‘최순실 사태’는 근원적으로 최씨의 부친 최태민 씨와 박 대통령의 인연에서 비롯되며, 1970년대 중앙정보부에서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최태민 보고서는 최태민·박근혜에 관한 모든 이야기의 출처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신동아’가 2007년 이 보고서를 처음 보도한 이후 이 내용은 2007년,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검증’의 필수 항목이 됐다. 최순실 사태가 터진 요즘에도 여러 언론에 자주 인용된다. 

    ‘신동아’는 이 보고서 내용의 진위를 다시 따져보는 한편, 이 자료 및 관련 증언을 토대로 최태민 일가와 박 대통령의 40년 행적을 새롭게 복원해보려 한다. 1970년대 중·후반 최태민 구국봉사단 총재의 특별보좌관으로 활동한 채병률 씨가 최태민 보고서를 보면서 당시 상황을 증언하는 방식이다. 박근혜-최태민 일가의 이야기는 ‘현대사의 미스터리’로 남게 될 가능성이 크기에 신빙성 있는 기록과 증언을 많이 남겨둘 필요가 있다.



    현대史의 미스터리

    채병률 씨는 기자에게 “최순실 사태 이후 많은 사람이 언론에 나와 최태민에 대해 잘 아는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최태민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최태민·최순실 부녀의 행적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년간에 걸쳐 직접 목격한 산증인은 아마 내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씨는 단국대 법대를 졸업하고 ‘대한상공일보’ 국방부 출입기자 등 언론인으로 일하다 최태민 씨의 제의로 구국봉사단에 합류했다고 한다.

    최태민 보고서에 따르면, 영혼합일법 등을 이야기하는 사이비종교인으로 알려진 최태민 씨는 1975년 2월 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큰딸인 박근혜에게 ‘육영수 여사가 나타나 박근혜를 도와주라’는 현몽(現夢)이 있었다는 서신을 세 차례 보낸 끝에 같은 해 3월 6일 박근혜를 접견했다. 이후 최씨는 박근혜의 후원으로 4월 29일 대한구국선교단(이후 1976년 12월 대한구국봉사단, 1979년 5월 새마음봉사단으로 개칭)을 설립했다.

    중앙정보부는 최태민 씨가 이런 단체를 통해 박근혜를 팔아 이권 개입 같은 비리를 저지르는 것으로 보고 최씨를 내사했다. 박근혜는 최씨의 비행을 부정하며 그를 적극 옹호했다. 1977년 9월 12일 박정희 대통령은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박근혜 등을 불러 최태민 비리 문제를 친국(親鞫)했다. 채병률 씨는 “그 친국 자리에 나도 있었다”고 말했다. 유신 정권 인사의 비망록에 짧게 언급된 친국 장면을 채씨는 생생하게 묘사했다. 



    “최태민 목사가 먹었어?”

    ▼ 친국 상황이 어땠습니까. 

    “중앙정보부의 김재규 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최태민 목사가 전국적으로 새마음갖기운동을 하면서 7억2000여만 원을 거둬 다 횡령한다’는 식으로 보고했어요. 그러자 박 대통령이 ‘그놈을 조사하라’고 지시했죠. 저는 당시 최태민 구국봉사단 총재의 특별보좌관 겸 새마음갖기운동 조직국장으로 있었어요. 중정이 저를 핵심 인물로 지목해 11일 동안 감금 상태로 ‘최태민이 돈 먹은 걸 아느냐’고 심문했고 저는 ‘모른다’고 했죠. 중정 조사 후 박정희 대통령의 친국이 열렸어요. 중정의 김재규 부장, 백모 국장, 최모 과장이 대통령에게 최태민의 새마음갖기운동 모금액 7억2000만 원 횡령 의혹을 보고했죠. 그러자 박 대통령이 옆에 있던 박근혜에게 ‘최태민 목사가 먹었어?’라고 물었어요.”

    ▼ 어떻게 대답하던가요.

    “박근혜는 ‘그 돈은 제 통장에 있습니다’라고 답했어요. 그러면서 박근혜는 상업은행 효자동 지점에 개설된 본인 명의 통장에 해당 금액이 예금돼 있는 걸 아버지에게 보여주더라고요.”

    ▼ 어떻게 된 일입니까.

    “김재규가 수사를 잘못한 거죠. 최태민이 새마음갖기운동 관련 자금은 안 건드렸는데 중정이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거예요.”

    ▼ 박정희 대통령이 어떻게 반응하던가요.

    “그대로 옮기면, 박 대통령이 김재규 등을 향해서 ‘이 개XX들 말이야, 니들이 도적질 다 해먹으니까 다른 사람도 다 도둑놈으로 보이냐? 나가!’라고 호통을 쳤죠. 대통령은 제게도 ‘야, 11일 동안 조사받으면서 통장에 돈이 그대로 있다는 걸 왜 말 안 했어?’라고 나무랐어요. 저는 ‘묻지 않으니 말하지 않았다’고 답했어요. 제가 국방부 출입기자 하면서 박정희 대통령이나 김재규 부장과 친분이 있었는데도 중정 관계자들이 심문 과정에서 저를 너무 함부로 대해서 그들에게 협조를 안 해준 겁니다.”

    김재규 부장은 후에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주된 이유 중 하나로 최태민 비리를 거론했다. 이에 대해 채씨는 “김재규 부장과 중정이 수사를 너무 못해서 최태민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했다. 이런 점에서 김재규도 최태민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최태민 씨가 요즘 가치로 수백억 원에 해당하는 7억여 원이라는 거액을 모아서 이를 박근혜 명의 계좌로 관리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은 명예총재, 총재 같은 직함만 최씨에게 빌려준 것으로 알려져왔는데, 최태민 씨와 박 대통령이 금전 문제로도 서로 엮였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朴·崔 모두 현몽 꿨다”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 씨가 처음 만난 과정을 소개한 중정 보고서 대목에 대해 정치권의 적지 않은 인사들은 의문을 품는다. 이들은 “무명의 종교인이 ‘꿈에 육영수 여사를 봤다’는 편지를 보낸다고 해서 영부인 역할을 하는 대통령의 딸이 과연 만나주겠느냐?”고 반문한다.

    이와 관련해 채씨는 새로운 얘기를 들려줬다. “육영수 여사 현몽은 최태민만 꾼 것이 아니라 박근혜와 최태민 모두 꿨고 그래서 박근혜는 최태민의 편지 내용을 믿게 됐다”는 이야기다. 채씨는 박정희 정부 시절 퍼스트 레이디(박근혜)를 담당하는 청와대 제2부속실장 등과 친분이 두터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박근혜가 최태민을 왜 그렇게 믿었을까요. 누군가가 두 사람을 소개해준 게 아닙니다. 박근혜가 육영수 여사 꿈을 꿨대요. 꿈에서 육 여사가 ‘앞으로 널 도울 사람이 만나자고 연락해 올 거다. 그 사람을 만나서 내 말과 같이 그 사람 말을 들어라’라고 말하더라는 거죠. 그 꿈을 꾼 지 일주일 만에 최태민이 ‘박근혜를 도우라’는 육영수 여사의 현몽을 담은 편지를 박근혜에게 보낸 거죠. 신비스러운 일이어서 박근혜가 최태민을 만난 것으로 알아요.”

    ▼ 그전엔 두 사람이 만난 적이 없습니까.

    “없어요.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민은 ‘영(靈)적으로 만난 관계’라는 것이죠. 돌아가신 어머니나 아버지의 현몽을 꾸면 안 믿을 수 없잖아요. 어머니를 잃고 의지할 데 없던 박근혜 대통령이 그래서 최태민을 맹목적으로 믿은 것 같아요. 친국이 있기 전 박정희 대통령이 최태민을 떼어놓으려 하자 박근혜가 울며불며 저항했대요. 며칠 동안 물 한 모금 입에 안 댔다고 해요. 그렇다고 최태민이 최면술을 하는 건 아니고…. 그 사람은 도인이에요.”

    ▼ 도인이 뭐죠?

    “무당은 아니고 도인, 도사 같은 거. 최태민은 초자연적인 어떤 느낌을 주죠.”

    ▼ 예를 들면….

    “심령과학 비슷한 분위기도 있고…. 한번은 서울에서 구국봉사단 야외집회를 이틀 앞두고 있었는데 집회 당일 우천 예보가 없었어요. 그런데 최태민 총재가 ‘우산을 준비하라’고 지시했어요. 비닐우산 600개를 사뒀는데 집회가 열릴 때 비가 내렸어요. 이런 일이 몇 번 있었어요. 최태민 씨의 말로는 자신은 그런 걸 감지한대요.” 

    채씨는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의 사랑을 다시 받으려면 ‘제가 최태민과 최순실에게 이러이러하게 속았다’는 이야기를 상세하게 국민에게 해야 한다. 육영수 여사의 현몽 이야기부터 해야 한다. 그러면 국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채씨는 “박근혜 대통령도 최태민 일가에 속은 피해자”라고 덧붙였다.



    “박정희가 준 것도 있다”

    ▼ 어떤 이유에서 그렇게 볼 수 있나요.

    “제가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들은 바에 의하면, 박근혜 대통령의 개인 돈도 좀 있을 거 아니에요? 그 돈도 최태민 일가가 거의 다 빨아먹은 걸로 알아요.”

    ▼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이 서거하고 나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청와대 비서실 금고에서 나온 6억 원을 큰딸인 박근혜에게 줬고, 박근혜는 그 가운데 3억 원을 수사비로 쓰라고 돌려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신기수 경남기업 회장을 시켜 박근혜에게 성북동 고급 저택을 선물하기도 했죠.

    “그건 전두환 전 대통령이 준 거고요. 그거 말고도 그전에 박정희 대통령이 좀 준 게 있다고 들었어요. 그거니 뭐니, 박근혜 대통령의 돈은 거의 다 (최태민이) 사취했을 거예요. 최태민 일가가 박근혜, 그 양반 돈을 상당히 많이 빼먹었을 거예요. 나중에 박근혜가 육영재단 이사장이 되니까 육영재단도 최태민 일가의 부정 축재 의혹으로 몸살을 앓았죠.”

    1979년 박근혜가 전두환에게서 받은 3억 원은 현재 가치로 120억~150억 원에 달한다.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2013년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 23억 원 안팎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집이 박 대통령 재산의 대부분이었다.  

    최태민 보고서엔 최태민 씨가 횡령 14건(2억2135만6000원), 사기 1건(200만 원), 변호사법 위반 11건(9420만 원, 토지 14만1330평), 권력형 비리 13건. 이권 개입 2건, 융자 간여 3건 등 44건의 비리 혐의에 연루됐다고 기록돼 있다.

    예를 들어, 최태민 보고서는 장충식 현 단국대 이사장의 부인인 신동순 씨에 대해 “유정회 국회의원 공천, 박근혜 총재에게 간청 공천 따냄 (사무총장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고 과시하기 위함) 남편 장충식이 단국대학 운영자임을 기화로 접근. 상당한 액수의 돈을 최태민에게 바쳤다고 함”이라고 적었다. 

    채씨는 “최태민이 박근혜를 매명해 부정 축재를 일삼았다는 의혹은 실체가 있는 의혹”이라며 “내가 총재 특보 생활을 하면서 들은 최태민 금품 의혹 규모는 이 문서에 적힌 액수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최태민 보고서의 신동순 씨 부분에 대해서도 채씨는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구국여성봉사단 사무총장이 아무나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또한 봉사단 간부가 유정회 국회의원이 되려면 당연히 이 봉사단을 이끄는 박근혜와 최태민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단국대 측은 ‘신동아’에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보고서에 돈을 갖다 바쳤다는 근거나 액수, 전달 방법이 없다. 박모 교수의 부인이 신동순 씨를 박근혜 총재에게 소개해 신씨는 구국여성봉사단 사무총장이 됐다. 장충식 단국대 총장은 이미 박정희 대통령과 두터운 인연을 맺고 있었다. 박근혜 총재를 보좌하는 사무총장의 위상을 맞추자는 것이 청와대의 뜻이어서 신씨가 유정회 의원으로 차출됐다. 장충식 이사장은 3차례 감사 내지 수사를 받았는데, 정치자금을 조성했다면 사회적 생명을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어지는 채씨와의 대화다.

    ▼ 최태민 씨의 부정 축재 의혹 부분에 박 대통령도 관여한 게 있습니까.

    “박근혜, 그 양반은 돈이 필요 없잖아요.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을 나와서 정당을 하나 만든 적이 있는데, 이때도 최순실 씨가 사실상 경리 책임을 봤죠.”



    “내가 무슨 이권운동을 해?”

    ▼ 박 대통령 명의의 통장에 있던 새마음갖기운동 관련 돈도 부정하게 사용됐나요.

    “저는 그 돈과 관계가 없어 어떻게 사용됐는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제가 알기로 최태민 씨는 그 돈을 횡령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행사 경비로 썼을 거예요. 박근혜의 후광으로 최태민 씨에게 사람들이 많이 모여 들었어요. 그 사람들에게서 받은 돈 중 상당수는 개인적으로 착복한 것으로 알아요.”

    ▼ 어떤 식으로….

    “최태민 총재를 만나러 오는 사람들은 보좌관인 저를 거치게 되는데, 재벌 회장들이나 그 부인들이 최 총재 집무실로 끊임없이 찾아왔어요. 또한 시내 주요 호텔에서도 최 총재와 이들이 자주 만났고요(최태민 씨가 만든 조직엔 여성이 많이 참여했다). 이 사람들한테 받은 돈은 최태민 씨가 쓴 것 같아요. 제가 보좌관 시절 최태민 총재에게 ‘돈 문제와 관련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이 들리니 자중하시라’고 몇 번 진언했어요. 그러면 그는 ‘내가 무슨 이권운동을 해? 내가 무슨 힘이 있어?’라면서 부인했죠. 전 정권의 세무 당국이 최태민 일가에 대해 조사한 자료가 있는 것으로 알아요. 최태민 일가의 재산은 1조 원 정도로 추산된다고 봐요.”

    채씨는 지금이라도 특별법을 만들어 최태민 일가의 재산 중 부정 축재한 부분이 있다면 모두 회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태민 보고서는 기혼자인 최태민 씨의 여성 추문 의혹 12건을 담고 있다. 채씨는 이 보고서에 이름이 나오는 여성 대부분을 알고 있었다. 채 씨는 12건의 여성 추문 중 1건에 대해 “사실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문건에 적힌 대로 최태민 총재와 구국봉사단 간부 김모 씨는 오랫동안 내연관계를 유지했어요. 김씨는 젊은 나이에 이혼한 상태였고 외모가 빼어났죠(채씨는 구국봉사단에서 김씨가 활동할 때의 사진을 꺼내 보여줬다). 최태민의 다른 여성 추문은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내연녀 김씨가 최 총재 곁에서 일하면서 최 총재가 다른 여자를 가까이하는 것을 차단했죠.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와 최태민의 이른바 ‘통정설’도 근거가 없는 얘기예요.”



    “연설문 쓸 능력 안 돼”

    박근혜 대통령은 1970년대 말 최태민 씨와 함께 활동할 무렵 최순실 씨와도 만나게 된다. 여성이 많이 모인 야외 행사장에서 20대의 박 대통령과 최순실 씨가 즐겁게 담소를 나누는 영상이 최근 공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채씨는 “내가 최순실을 대학생연합회장 시켜서 최순실과 박 대통령이 가까워지게 됐다”고 말했다.

    ▼ 일부 언론은 최순실 씨가 청강생이었다고 보도하는데요.

    “그건 아니죠. 최순실 씨는 단국대에 지원했다가 불합격했어요. 그 후 단국대 쪽에 아는 분이 있고 하니까, 보결이라고 하나, 그걸로 입학한 것으로 압니다.”

    ▼ 최태민 씨가 최순실을 대학생연합회장으로 만들었다는 보도도 있었는데요.

    “사실과 달라요. 새마음 갖기 대학생 총연합회를 따로 설립했는데, 회장을 하겠다는 학생이 없었어요. 그래서 조직국장인 제가 할 수 없이 최순실에게 ‘네가 해라’고 한 거죠.”

    ▼ 당시 박 대통령이 집회에서 연설하는 영상도 있던데요. 그때도 박 대통령 연설문은 최순실 씨가 써준 건가요.

    “웬걸요. 제가 썼죠. 최순실을 잘 아는데, 최순실은 그런 연설문을 쓸 능력이 안 되는 사람이죠.”    

    박정희 대통령의 친국이 있은 지 닷새가 지나 박근혜는 최태민의 특별보좌관인 채씨를 청와대로 부른다. 박근혜는 채씨에게 최태민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채씨의 양해를 구한 뒤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채씨는 최태민에 대해 알고 있던 얘기를 솔직하게 털어놨다고 한다. 긍정적인 내용도 있고, 부정적인 내용도 있었다. 이후 채씨가 청와대 부속실 측에서 들은 바로는, 박근혜는 채씨의 말을 최태민에게 옮겼다. 최태민은 얼마 뒤 채씨에게 해고를 통보했다고 한다.

    채씨는 “그 현몽 때문에 박근혜 큰영애는 최태민에게 홀려 있었던 것 같다. 그러지 않고는 그런 일들을 못한다. 지금 박 대통령은 내게 미안한 마음을 가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채씨는 “박 대통령이 최태민 일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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