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특집 | 崔&朴 슈퍼게이트

新문고리 3인방 뜬다<최경환·윤상현·이정현>

폐족 위기 親박근혜계

  • 송국건 |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 song@yeongnam.com

    입력2016-11-23 11:3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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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 대통령과도 수시 통화하며 버티기
    • 청와대와 정치권 상황 동시 관리
    ‘진지전(陣地戰)’은 외침을 막기에 유리한 진지에 들어가 수행하는 전투다. 적이 전략지역으로 침입하지 못하게 한다. 또한 적이 공격하다가 제풀에 전투력을 소진하게 만든다. 반대로 ‘기동전(機動戰)’은 빠른 기동을 통해 적의 심리적 마비를 노린다. 최소의 전투로 결정적 승리를 달성하게 한다.

    최순실 사태로 폐족(廢族) 위기에 몰린 새누리당의 친박근혜계는 진지전을 펼치며 최대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 반면, 비박계는 대대적인 기동전에 돌입했다.

    비박계 대선 잠룡들은 당 해체를 추진키로 했다. 비주류가 결성한 ‘비상시국회의’도 마찬가지 결론을 내렸다. 이들은 ‘당의 발전적 해체를 통한 재창당’ ‘합리적 중도보수를 담아낼 수 있는 정당 창당’을 선언했다.

    다만 비주류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 거취에 대해 온도차가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국민의 함성은 국민의 심판이고 또 최종 선고였다.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했다. 유승민 의원은 “김무성 전 대표의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 식구로서 탄핵이다, 하야다 이런 말을 입에 담기보다는 대통령께서 국가를 생각해 어떤 결단이든 하실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게 맞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 전 대표가 언급한 박 대통령의 탈당 혹은 출당에 대해서도 “그건 당이 좀 비겁할 수도 있다”고 했다.





    트럼프, 반기문…기회는 온다

    반면, 친박계 지도부를 형성한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은 고슴도치처럼 한껏 몸을 움츠렸다. 유일한 비박계 최고위원인 강석호 의원이 사퇴하고 ‘낀박’이라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보이코트한 뒤 친박계 지도부의 결속력이 더 단단해졌다. 몇몇 친박계 소장파가 이탈 조짐을 보이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정현 대표는 “이 당은 수많은 당원이 피땀 흘려 만든 당”이라면서 “이런 당에 대해 해체한다, 탈당한다, 당을 없앤다고 하는 말은 자제해 달라”고 비박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곁에 있던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은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당이 풍전등화 위기에 몰렸음에도, 비주류가 쉼없이 대표 퇴진을 요구해도, 이 대표가 버티는 오기는 어디서 나올까. 한 친박계 의원은 “일단 버티다 보면 상황이 나아질 수 있다. 기다리는 게 답이다. 당권마저 포기하면 나중에라도 할 일이 없다. 친박 지도부가 굳건히 있어야 탄핵절차가 시작되더라도 잘 헤쳐나갈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고, 북한 핵을 포함한 새로운 리스크가 생기자 이 대표의 결기는 더 강해졌다. 친박계가 대선주자로 영입을 추진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귀국하는 내년 1월 중순에 국면이 전환될 수 있다고 기대하기도 한다.

    중요한 점은, 이 대표의 버티기가 이 대표만의 결심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과는 물론이고 지도부 밖에 있는 친박계 핵심 실세들과의 교감을 통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자신의 거취를 스스로 결정할 수도 없는 처지라고 한다. 여권 내 누군가와 꾸준히 소통하면서 진지전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다.



    “중심 채널은 최경환”

    이와 관련해 여권 핵심 인사는 박 대통령이 의지하던 청와대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문고리 권력 3인방(정호성, 안봉근, 이재만 전 비서관) 퇴진 이후의 기류 변화에 주목했다. 그는 “이들이 박 대통령의 곁을 떠난 뒤 ‘신(新)문고리 3인방’이 구축됐다. ‘구(舊)3인방’과 다른 점은 정치 경륜이 일천한 청와대의 젊은 참모들이 아니라 정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현역 국회의원들이란 사실”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에서 거론되는 이들 신3인방은 최경환 의원, 윤상현 의원, 이정현 대표다. 이 세 사람이 박 대통령과 수시로 통화하면서 정치권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의 거취를 포함한 청와대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인물은 최경환 의원이다.

    최 의원은 최근 박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고민이 되실 때나 사람에 대해 궁금하실 때 가끔 통화는 한다. 다만 나는 대통령의 여러 채널 중 하나일 뿐 국면을 내가 주도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최 의원은 거의 매일 친박계 의원들을 만나면서 의견을 경청하고, 그 결과를 박 대통령에게 직보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주로 만나는 대상은 지난 4·13 총선 때 ‘진박’(眞朴, 진실한 친박) 논란이 일어난 대구·경북 의원들이다. 김무성 전 대표가 박 대통령 탈당 촉구 기자회견을 한 다음 날인 11월 8일에도 조원진 최고위원을 비롯한 이 지역 의원들과 서울의 한 식당에서 모임을 가졌다.

    여기서 최 의원은 “왜 대통령 구하기에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느냐. 옹호 발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모임에 참석한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 북구)은 “모임을 가진 건 맞지만 그런 발언을 들은 기억은 없다”고 했다. 다음은 김 의원과 나눈 대화다.

    ▼ 요즘 최경환 의원과 자주 보나요.



    “엄중한 상황에 최경환 의원이든, 김무성 전 대표든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만나서 이야기를 전달해야죠. 초선 의원들끼리도 자주 만나요, 11월 9일에도 13명이 모였고. 공식적인 자리에선 마음에 있는 말을 다 하지 못하니, 그런 자리에서 저희가 가감 없이 민심을 전달하고, 우리가 좀 더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의견을 전달하는 거죠.”

    ▼ 최 의원은 주로 어떤 말을 합니까.

    “거의 듣기만 해요. 최 의원은 거의 말을 안 해요.”

    ▼ 전반적인 분위기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건가요.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 적이 없어요. 정말 없어요.”

    최 의원이 마련한 식사 모임에 참석한 다른 의원은 “최 의원이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고 방향도 건의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또 “최 의원의 활동이 대구·경북 의원들에게 국한되는 건 아니고 권역별로 여러 의원을 수시로 만나는 걸로 안다”고 덧붙였다. 최 의원은 기자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개헌 카드’로 정면돌파?

    윤상현 의원은 4월 총선을 앞두고 ‘막말 파문’으로 공천에서 배제됐다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이후 언론 노출을 가급적 꺼리던 윤 의원은 최근 비박계의 당 지도부 사퇴 요구에 대해 “대표가 혼신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지켜보는 게 순서일 것 같다”며 이정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다. 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누구에게든 정당 가입과 탈퇴를 강요할 수 없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며 친박 지도부와 보조를 맞췄다.

    윤 의원은 “최순실 사태는 오히려 개헌의 당위성, 필요성을 더 증명해 보였다. 개헌으로 가야 한다. 국회가 빨리 나서서 개헌특위도 만들고 개헌에 대해 의견을 모아가야 한다”며 방향을 틀었다. 박 대통령의 위기를 ‘개헌’ 카드로 정면 돌파해보겠다는 뉘앙스로도 들린다.

    박 대통령과 운명을 같이할 ‘순장조(殉葬組)’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 구하기’를 시도할까. 그 실마리는 친박계의 돌격대장 격인 김진태 의원의 ‘대통령 탄핵’ 관련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김진태 의원은 11월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정치권에서 탄핵 얘길 처음 꺼낸 사람은 나다. 헌법이 정하는 유일한 절차기 때문이다. 작금의 혼돈보다는 나라를 위해서도 그게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야당도 아니고 김무성 전 대표가 먼저 나설 줄은 몰랐다”고 했다. 이어 “이젠 루비콘강을 건넜다. 탄핵 절차로 가서 심판을 받아보자. 난 물론 반대할 것이다”고 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김진태 의원의 ‘탄핵론’은 결이 다르다. 김 전 대표가 박 대통령의 ‘질서 있는 퇴진’ 차원에서 거론한 것이라면, 김 의원은 탄핵 유도를 통한 탄핵 무산 → 대통령 살리기 정면돌파 카드로 믿는 듯하다.

    헌법 65조는 ‘대통령 등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할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는 새누리당 129석, 더불어민주당 121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6석이다. 탄핵에 필요한 200명이 되려면 여당에서 29명 이상의 찬성표가 나와야 한다.

    비박계에서 대거 찬성표가 쏟아지면 불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비박계의 이탈표가 적으면 탄핵안은 국회에서 부결되고 박 대통령은 ‘면죄부’를 받는다. 탄핵의 키를 쥔 야당이 섣불리 실행에 옮기지 못하는 이유다.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되면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고 국무총리가 이를 대행한다. 그러나 탄핵이 효력을 가지려면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절차가 필요하다. 재판관 9명 중 6인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기각되면 대통령은 다시 현직에 복귀한다. 2004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그랬다.

    헌재의 탄핵 심판 기간은 종잡기 어렵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심판이 청구된 후 180일 내 종국결정을 하도록 하고 있지만 사실상 훈시규정에 머물러 있다. 재판관들이 6개월이 넘도록 탄핵 결정을 미룰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도 헌재는 시간을 끌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 건의 경우 2004년 3월 12일 국회에서 탄핵이 의결돼 그해 5월 14일 헌재에서 기각됐다. 불과 62일 만이다. 그때는 사안이 단순했다. 대통령의 선거중립 위반이 주된 이유였다.



    보수정권 재창출 시간 벌기

    박 대통령의 경우 헌재 심의가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위법행위를 철저하게 확인하려면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비서관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의 재판까지 지켜봐야 한다.

    장기간의 심의 끝에 헌재가 탄핵을 최종 결정해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그로부터 60일 뒤에 대통령선거가 실시된다. 당장 하야하는 경우보다 최장 1년가량 대선이 늦춰질 수 있다. 지금 대선이 치러지면 여당의 승산 확률은 희박하다. 하지만 1년이라는 시간을 벌면 보수층의 결집으로 상황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밀리는 상황이 계속되는 경우 신3인방이 주도하는 친박계의 마지막 승부는 탄핵 유도가 될지 모른다. 국회 투표에서 부결되거나 헌재 결정에서 기각되면 박 대통령은 기사회생한다.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보수정권 재창출을 위한 시간은 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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