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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서울에서 협소주택 짓기

물 틀어막고 ‘공구리’ 치고

7화_본격 공사 돌입

  • 글·홍현경 | kirincho@naver.com, 자문·이재혁 | yjh44x@naver.com

물 틀어막고 ‘공구리’ 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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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어디에서 오나

물 틀어막고 ‘공구리’ 치고

1760년 ‘한양도’를 보면 물길이 우리 집을 벗어나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물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한다. 남의 집 상수도 혹은 하수도가 터진 건 아닌지, 단지 도심 속 콘크리트에 갇혀 오갈 데 없던 물이 새로운 해방구를 찾아 터져 나온 것인지, 원래 우물이나 물길이 있던 자리는 아닌지. 하긴 문화재 조사를 하던 올해 3~4월엔 너무 많은 양의 비가 유난히 자주 쏟아져 문화재 발굴터에 물이 빠질 틈이 없을 정도였다.

우선 상수도나 하수도가 터진 건 아닌지 확인하고 싶어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에 연락해 조사를 요청했다. 구도심은 배관 새는 곳이 많다고 하니, 혹시 모를 일 아닌가. 모든 기계의 엔진 소리며 심지어 펌프 소리도 끄고 쥐죽은 듯 조용한 상태에서 진행했는데, 조사 결과는 상수도 배관 이상 무!

“저희도 누수를 확인해야 일을 할 수 있어서 저 위쪽 골목부터 저 안쪽까지 샅샅이 살펴봤습니다.” 조사를 마쳤다기에 혹시 빠진 곳은 없는지 물어보자, 자신들도 서울시에서 외주로 작업하는 업체인데 비용을 받고 일을 하려면 누수가 되는 곳을 찾아야 하는 처지라면서 빠짐없이 살펴봤노라고 했다.

‘차라리 상수도가 터져 생긴 물로 확인됐다면 좋았을 것을!’ 냄새도 없는 맑은 물이 나오니 하수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예전부터 물길이 있던 자리는 아닌지 확인하고자 옛 지도와 마을 관련 자료도 찾아봤다. 옛 물길은 우리 집에서 한 블록 아래쪽 혜화초등학교 옆 큰길에서 아남아파트 3차 사이 골목길로 빠져나갔다고 하니 물길도 아니다. 단지 지하 수위가 높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난 문화재 조사 때 아무 문제없던 흙을 기억하며 그건 아닐 거라 믿고 싶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서 물 좋은 나라가 물 부족 국가가 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온통 콘크리트로 덮인 곳엔 하늘에서 떨어진 물이 하수도로 직행한다. 흙으로 스며들어 요리조리 돌아다니며 나무를 키우거나 증발하며 여름 한낮 기온을 떨어뜨릴 틈도 없다. 어찌 보면 도시에서 먹고 마시는 물은 도시에서 재생되는 물이라기보다 이웃에게서 빌어먹는 물이다.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를 겪으면서 빗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배운다. 집이 완공되고 나면 빗물 저금통을 신청해 마당 청소나 꽃을 키우는 물로 활용해야겠다.



기도하는 마음

물 틀어막고 ‘공구리’ 치고

빗물 저금통은 지붕이나 베란다에서 내려온 물을 모아둘 수 있는 통으로, 시에서 설치비의 90%를 지원한다.

흙막이 공사를 끝내고도 수중 펌프는 계속 돌아갔다. 공사를 하면서 물은 차차 잡을 거라고 한다. 흙막이 작업을 한 후 철근 배근 작업이 진행됐는데, 20×20cm쯤의 간격으로 철근이 섰다.

지하에 공구리 치는(‘콘크리트 타설’을 공사 현장에선 ‘공구리 친다’라고 한다) 날, 둘째 아이와 함께 기도하는 마음으로 지켜봤다. 레미콘 트럭이 콘크리트 시멘트를 쏴~ 하고 쏟아내면 가제트 팔 같은 콘크리트 펌프카가 받아 관절을 굽혀가며 넣어야 할 곳을 찾아 콘크리트를 채워 넣는다. 지하 바닥과 벽에 콘크리트를 부어 넣으니 인부들이 밑으로 들어가 빈 곳이 없도록 평평하게 밀고 다닌다.

집을 짓는 과정엔 책에서 본 중장비 기계, 예를 들어 대·중·소 포클레인, 대형 드릴, 레미콘 트럭, 콘크리트 펌프카, 일반 트럭 등이 동원된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팔방미인은 포클레인이다.

좁은 골목길을 아슬아슬하게 들어와 포클레인 삽을 무게중심 삼아 몸통을 움직이는 모습은 마치 고릴라가 주먹 쥔 팔을 이용해 육중한 몸을 움직이는 듯해 나도 모르게 박수나 함성이 나오기도 했다. 지하에서 일하던 인부를 삽에 태워 꺼내주기도 하고 모양이 다른 도구를 장갑인 양 뺐다 끼우기를 자유자재로 할 땐 중장비 기사 아저씨가 대단해 보인다.

‘내가 자동차와 조금만 더 친하다면 중장비 기사 자격증을 딸 텐데….’ 진짜 멋지다며 나도 그런 일 하고 싶다니까, 손사래를 치시며 아예 생각도 말란다. 험한 일이라고. 쉬워 보이지만 결코 쉽지 않단다. 하긴 우리 집처럼 좁은 땅에서 어느 한쪽 땅이 무너져 육중한 포클레인이 기우뚱하면 혼자 힘으로 빠져나와야 할 텐데 경험이 많지 않고선 진땀깨나 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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