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호

Interview

“나는 바다에 미친 사람 ‘해양 르네상스’ 이룰 것”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입력2016-12-14 14: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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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태 완전양식 성공…2020년 국민 식탁 올라
    • 對中 수산물 수출 급증, 對美 수출 ‘트럼프 영향’ 미미
    • 세월호 인양…공백 없는 동절기 작업 위해 장비 변경
    • 2020년까지 국내 크루즈 인구 20만 목표
    10월 11일, 희소식이 날아들었다. 해양수산부(이하 해수부)가 세계 최초로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것이다. 1980년대 우리 연근해에서 연평균 7만t 넘게 잡히다 2000년대 들어 수온 상승과 남획으로 씨가 마른 ‘국민생선’ 명태가 다시 한국인의 밥상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은 단박에 화제로 떠올랐다.

    완전양식은 자연산 친어(親魚, 어미고기)에 의존하지 않고 수정란에서부터 어미 단계까지 반복적, 인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양식 방법. 따라서 완전양식 기술개발 성공은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생산·부화해 키운 어린 명태를 어미로 키워 다시 수정란을 생산해내는 순환체계가 구축됨을 의미한다.

    국산 명태의 ‘귀환’에 기대감이 커서일까. 10월 20~23일 강원 고성군 거진항 일원에서 열린 제18회 통일고성명태축제엔 행사에 쓰인 명태가 러시아산인데도 많은 인파가 몰렸다.

    11월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 자리한 해수부 서울사무소에서 김영석(57) 장관과 명태 완전양식 등 해양수산 분야 당면 과제와 미래 청사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김 장관은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동아일보·채널A·해수부 주최 2016 SEA FARM SHOW―해양수산·양식 박람회(11월 10~11일)에 다녀온 참이었다. 장관으로 취임한 지 꼭 1년 되는 날이기도 했다. 그는 “해운산업 위기, 세월호 선체 인양 등 중대 현안에 대처하느라 지난 1년간 마음이 굉장히 무거웠다”며 “해수부 일을 잘 알고 세심한 성격이라 업무를 직접 챙기려다 보니 전쟁 치르듯 하루하루를 보냈다”고 취임 1년의 소회를 밝혔다.

    김 장관은 1984년 행정고시(27회) 합격 후 해운항만청에서 공직을 시작한 이래 32년간 해수부 해양환경과장과 해양개발과장, 해양정책국장, 부산지방해양항만청장, 2012여수세계박람회 조직위원회 사무차장, 대통령실 해양수산비서관, 해수부 차관 등 요직을 두루 거친 자타 공인의 해양·항만 분야 전문가다. 1996년 해수부 출범 이후 네 번째 해수부 출신 장관이기도 하다.



    수입산 대체, 어업인 소득 향상

    ▼ 명태 완전양식 기술개발 의미와 기대되는 효과는.

    “이번 완전양식 성공은 한국의 첨단 양식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런 만큼 양식 역사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명태 소비량은 총 25만t인데, 수입산 23만t과 원양어선 어획량 2만t으로 충당했다. 하지만 완전양식 기술개발로 러시아·일본산 명태 수입대체 효과는 물론, 우리 해역에서 생산된 신선하고 안전한 수산물을 국민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계기를 마련했다.

    어린 명태 방류를 통해 연근해 어장의 자원량을 늘림으로써 어업인 소득 향상, 어촌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완전양식 기술을 토대로 2018년 이후부터 안정적인 종자 대량생산 및 보급이 가능해졌고, 2020년까지는 국산 명태를 반드시 국민의 ‘삼시세끼’에 올리겠다.”

    ▼ 완전양식 성공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양식 명태의 특징은.

    “무엇보다 성숙한 생식소를 지닌 자연산 어미 명태 확보가 중요했다. 해수부는 어미 명태를 구하려 마리당 50만 원의 현상금까지 내거는 등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해 1월 정치망에 잡힌 어미 명태 한 마리를 확보해 완전종자 생산기반을 마련했다.

    또한 명태는 10℃ 정도 수온에서 사는 냉수성 어종이라 적정한 사육 온도를 유지하고 낮은 온도에서 살 수 있는 먹이생물을 개발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반복적 연구를 통해 사료 개발에 성공했다. 양식 명태는 양질의 맞춤형 사료 공급으로 영양을 강화해 자연 상태에서보다 성장기간을 단축하고 생산성을 향상시켜 안정적 공급이 가능하다.”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총력

    ▼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을 저지하기 위한 대응책은.

    “중국 어선의 집단적 불법조업이 자행되는 해역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접경수역이란 특수성 때문에 단속에 한계가 있다. 정부는 불법어업 방지를 위해 지난해 10월 제15차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한·중 공동조치 합의문’을 채택하고 영해 침범, 무허가 조업, 공무집행방해 등 중대 위반 어선은 우리나라의 처벌 이외에도 중국 해경에 인계해 추가 처벌을 받게 하고 있다.

    또한 불법조업에 따른 이익금이 발생하지 않도록 담보금을 현재 최고 2억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하고, 양국 어업허가를 모두 받지 못한 양무(兩無)어선은 몰수·폐선할 수 있도록 ‘EEZ(배타적경제수역) 어업법’을 개정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해경본부 주관으로 특공단을 신설하고 해군과 협력해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강력대응하고 있다.”

    ▼ 한진해운·현대상선 경영위기 등 심화되는 해운산업 위기의 극복 대책은.

    “정부는 침체된 해운산업을 육성하고 세계 해운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10월 31일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확정하고, 선박·화물·인력 등 3대 축을 중심으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세부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국적 선사들이 경쟁력 있는 선박을 확보할 수 있게 선박 신조(新造) 지원 프로그램 확대, 한국선박회사 설립 등에 총 6조5000억 원을 지원하고, 선·화주 경쟁력 강화 협의체를 구성해 국내 화물 수송 점유율 상향을 유도하며, 선사·화주의 공동 선박 발주 확대 등을 통해 안정적 영업기반을 마련할 것이다.

    아울러 해운기업·시장 모니터링 체계도 강화하고, 운임시장 리스크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를 확대하며, 국내외 선사에 대한 인센티브 지원, 항만공사를 통한 거점 터미널 확보 등으로 항만 경쟁력을 강화하려 한다.”

    ▼ 당초 7월 말까지 완료하기로 한 세월호 선체 인양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해수부는 연내 인양이 어려울 수 있다고 공식 발표했는데, 향후 계획은.

    “인양을 맡은 중국 국영기업 상하이샐비지가 진행 중인 선미(船尾) 리프팅 빔 설치작업이 장기화함에 따라, 10월 31일 전문가 기술자문을 거쳐 선미를 1m 들어 잔여 빔을 한 번에 설치하는 ‘선미 들기’ 방식을 추진키로 결정했다. 또한 북서계절풍이 강해지는 동절기로 접어들어 11월 9일 전문가 기술자문회의를 통해 장비의 높이가 높고 풍압 면적이 넓어 바람에 취약한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도크 대신 인양장비를 동절기 바람과 파도의 영향을 적게 받는 재킹바지선(2척)과 반잠수식 선박으로 변경했다.

    현재 추가 빔 설치 등 준비작업 중인 선미 들기를 내년 초 완료할 경우, 본 인양작업은 필요한 준비작업이 끝나는 대로 동절기에도 공백 없이 지속할 계획이다. 조속한 인양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바다와의 질긴 인연

    김 장관은 해수부 출범 20년인 올해를 ‘해양 르네상스’ 원년으로 선언했다. 해양 르네상스는 해양인물 발굴, 해양역사 재인식 등을 통해 범국민적으로 해양문화를 확산하고 해양력을 강화해 우리나라를 세계 최고 해양수산 강국으로 발전시키자는 의미를 담은 캐치프레이즈다.

    ▼ 해양수산 분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아직도 낮은 듯한데.

    “지난 20년 동안 해수부가 국민의 해양의식을 고취하고 바다에서 일자리와 미래를 찾고 여가와 행복을 향유하도록 하는 데 밑거름이 됐다고 보지만, 해양정신문화 측면에선 다소 소홀했다고 여긴다. 이 때문에 해수부는 해양 르네상스의 근간인 친해양적 문화 확산을 위한 사업을 역점적으로 추진 중이다. 해양 전문가가 직접 초·중·고등학교를 찾아 강의하는 ‘찾아가는 해양교실’과 서울, 대전, 부산에서 진행하던 해양강좌의 대상 지역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5월엔 해상왕 장보고 대사와 충무공 이순신 장군, 안용복 장군 등 역사 속 해양위인 17명도 선정했다.

    이와 더불어 내륙지역 주민의 해양문화 향유를 위해 충북 청주에 해양과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경북 울진엔 국립해양과학교육관을 올해 중 착공한다. 국민의 해양문화 체감을 위한 다양한 해양관광·레저·스포츠 체험 프로그램과 인프라도 확대해 올해 체험인원 목표를 300만 명 이상으로 잡았다. 해양수산 각 분야에서 묵묵히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선원과 극지인의 업적을 기리는 사업도 추진 중이다.”

    ▼ 해수부의 중점사업 중 하나인 크루즈·마리나 사업 추진 현황은.

    “크루즈 산업은 관광, 호텔, 쇼핑, 문화, 엔터테인먼트가 결합된 융복합산업이자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 신산업이다. 이러한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전용부두 확대, 여객터미널 건립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내년엔 첫 국적 크루즈선을 취항시켜 현재 3만 명 수준인 국내 크루즈 인구를 2020년까지 20만 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크루즈 승무원도 지난해 처음으로 70명을 배출했고, 올해 200명, 2020년까지 2000여 명을 양성해 청년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또한 지난해 5월 수립한 마리나산업 전략적 육성대책에 따라 국가거점형 마리나 항만을 조성하고, 기존 어항을 활용한 ‘어촌 마리나역’ 13개소를 조성한다. 선진국과 같은 요트 ‘대여’ ‘회원제’ 방식 도입을 위해 관련법도 개정해 ‘마리나 선박 대여업’을 신설하고, 마리나 선박 분양 및 회원 모집의 근거를 마련했다.”

    김 장관은 이순신 장군 묘소가 있는 충남 아산시 음봉면 태생. 그래서일까. 바다와의 인연이 남다르다. 해운항만청 발령을 자원했고, 군복무도 해병대 장교로 했다. 장관이 된 후 현충사에서 참배도 했다. 그는 “어릴 때 아산에선 저수지에 빠져죽는 사람이 많아 아버님이 늘 ‘물가에 가지 말라’고 하셨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바다와 꾸준히 인연이 닿더라”고 했다. 해양정책국장 시절이던 2007년 1월 남극 세종기지 시찰 땐 파견 해경의 만류에도 남극 바다에서 수영한 일화를 남겼다.

    ▼ 하필 왜 남극 바다에서 수영을 했나.

    “약간의 객기와 도전정신 때문에…내가 바다에 좀 미친 사람이긴 하다(웃음).”

    삼면이 바다인 대한민국. 바다는 우리를 둘러싸고 일렁인다. 바다에 우리 삶의 미래가 있다고 굳게 믿는 김 장관의 눈빛에도 파도가 일렁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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